직장에서 일이 즐거우면 천국이고, 괴로우면 지옥이다. 일에서 프로가 돼야 하고, 자기분야에서 최고가 돼야 한다.
프로란 일에 목숨을 건 사람이고,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고, 자신의 일에 긍지를 갖고, 미래를 예견하고, 시간보다 목표를 중심으로 매진하고, 성과에 책임을 지고, 보수가 성과에 의해 결정되고, 능력 향상을 위해 언제나 노력하는 사람이다.
나는 아래의 사건을 보면서 진정한 프로를 본다. 나는 이들 조사공무원들에게 존경과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애국은 말이 아니라 이렇게 몸과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라는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다. 국내 대기업은 외국 유명 준설용역업체의 준설선을 임차해 준설·매립공사를 시행하고 준설선 임차료 1천여억원을 지급하면서 동 임차료를 조세조약에 의한 사용료 소득으로 봐 법인세·주민세 2.2%(20여억원)를 원천징수·납부해 종결했고 원천징수세액은 국내 대기업이 부담했다.
이러한 거래에는 양측 회사의 검토와 법무법인 및 회계법인의 모든 검토가 완결됐음은 물론이다.
지방 세무서의 조사과 직원들은 이 계약에 대해 문제점이 있다고 보고 조사대상으로 선정해 조사에 착수했다. 이같은 경우, 당초부터 국내 고정사업장의 회피목적으로 사전에 이면계약을 체결할 경우 정보수집에 어려움이 많고, 외국법인의 일시적인 공사용역의 경우 신속한 정보수집과 적기의 조사 착수가 필요하다.
이 조사는 지방 세무서와 국내 대기업 및 유수한 외국법인과의 한판 결전이었다. 외국법인은 통상 조사에 비협조적이며, 이 외국법인은 비영어권으로 의사소통은 물론 서류 해독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이었다. 조사 착수후 국내 대기업은 조사 비협조로 일관하고 외국법인은 조사회피 기도로 조사관련 장부 및 증빙을 끝내 제출하지 않았다.
이러한 여러가지를 고려해 상부기관에 신속한 정보수집을 의뢰했고, 세무서의 조사요원들은 필요한 현장의 실질관계 조사에 집중했다. 조사요원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끈질긴 인내와 노력으로 간접과세자료 확보에 주력해 관련 거래업체, 관공서, 인터넷 정보 등을 통해 결국 이면계약서와 국내 고정사업장에 해당하는 입증서류를 확보했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1)당해법인들의 준설선 임대차계약이라는 주장에 대해 관련 서류와 현장확인 결과 준설용역계약서는 작업내용·작업기간·작업지역·계약금액·비율과 가격·대금청구 및 결제·공급업자의 의무와 변상 등 실제 용역 제공에 따른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계약내용을 명시하고 있으며, 실제로 '준설용역계약'에 따라 모든 용역 제공 및 대금정산이 이행된 사실이 Invoice에 의해 확인되며 준설·모래채취·모래제방 축조작업과 관련된 모든 비용(선박·장비·자재·인력) 및 운용을 외국법인 측이 부담한 사실도 확인되고 있다.
2)용선계약내용에 의하면 준설용역계약서와 용선계약서의 내용상 상호 불일치가 발생할 경우 건설준설계약서가 우선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어 양측이 주장하는 용선계약서·준설용역계약서의 부속계약서 혹은 위장계약서로 판단한다.
3)동 법인들은 국내에 사무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인터넷에 게시한 직원모집 광고내용과 같이 사업장을 갖고 있었음이 확인되고 또한 某회사 직원의 구두진술에 의하여도 사업장 존재를 확인하고 있다.
4)발주자측 감리업체로부터 수집한 작업기간표에 의해 37개월간 축조공사에 투입돼 항로준설 및 준설토의 외해투기, EEZ 해사채취, 모래제방 매립공사를 수행한 사실이 확인된다.
5)국내 대기업의 준설선 상황일지에 의하면 당직자 1명이 준설선에 승선해 작업상황을 체크할 뿐이고 외국법인의 공무감독도 국내 대기업의 준설선을 직접 운용하거나 참여한 사실이 없음을 구두확인했다.
이러한 관련 증빙서류와 과세근거를 제시하자 조사에 협조하기 시작했으며, 약 300여억원을 과세하자 현금납부까지 이뤄졌다.
이 조사는 이면계약을 통해 국내 고정사업장을 회피하려는 외국법인에 대해 경각심을 고취시켰고, 외국 대기업의 횡포로 인한 불공정 거래관행을 정상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내 나름대로의 경험을 반추해보면 이 조사과정에서 공무원들이 어떠한 곤욕을 치렀을지 예상을 하고도 남는다.
대기업의 오만한 태도와 모든 압력과 회유가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이 모든 것을 극복한 조사공무원의 끈질긴 인내와 노력에 탄복할 뿐이다.
세무공무원이 부패의 상징이라고요? 지방의 세무서 조사공무원이라고 우스워 보였나요? 천만에요! 그대들은 진정한 프로입니다. 그대들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