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순강 세무사의 X파일]기업세무관리 비법(19)

2006.02.06 00:00:00

접대비와 세상사

세법은 그 시대의 생활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실세계에서 문제가 된 사항이 세법에 반영되거나, 반대로 세법이 세상의 현상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접대비이다. 그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이 접대비실명제이다. 재계에서는 반대를, 시민단체와 국세청에서는 찬성을 했었다.

다음의 접대비 질의답변을 보면서 현실의 문제점을 뼈있게 콕 찌르는 재치가 있다.

문)회의비와 접대비 등의 구분 기준은?

답)1.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지출하는 회의비로서 사내 또는 통상회의가 개최되는 장소에서 제공하는 다과 및 음식물 등의 가액 중 사회통념상 인정될 수 있는 범위내의 금액은 이를 각 사업연도의 소득금액 계산상 손금에 산입합니다.

2.통상회의비를 초과하는 금액과 유흥을 위해 지출하는 금액은 이를 접대비로 봅니다. 사회통념, 통상회의비의 잣대, 글쎄…. 이것도 애매하다면 애매한 태클입니다.

접대비와 관련한 현행 규정을 간단히 보자. 접대비란 접대·교제비·사례금 등으로 업무와 관련해 지출한 금액을 말하며, 손금인정 한도액은 [1천200만원(중소기업:1천800만원)+수입금액×적용 한도율(수입금액에 따라 0.03%, 0.1%, 0.2%)]이며, 그리고 건당 50만원이상 법인의 접대비는 업무 관련성을 입증(접대자, 접대상대방 및 접대목적을 기재해 보관)하는 경우에만 손비인정한다. 이것이 접대비실명제이다.

최근 재계는 "접대비실명제가 기업의 영업활동과 내수경기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접대비실명 기준금액은 100만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국세청은 "접대비실명제 시행후 기업의 접대형태가 고액 사교성 접대에서 실속 문화접대로 바뀌고 있다"고 이 제도의 지속적인 집행을 밝혔다.

그런 증거로 2004년 상반기 법인카드 사용액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고, 이중에서 룸살롱 등 호화·유흥업소에서의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3% 감소했고, 일반음식점에서의 지출은 13.9% 증가했고, 특히 기업의 예술의 전당 입장권 구입이 지난해보다 약 50% 증가하는 등 문화접대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러나 요지는 접대비의 규제가 세법만의 문제이냐는 것이다.

접대비 규제의 정당성 또는 부당성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라 접대비에는 사회의 모든 현상이 반영돼 있기 때문에 단순히 세법규정만을 고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즉 접대비의 규제는 세법이 아닌 사회의 모든 인프라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사업자인들 접대비 쓰기를 즐기겠는가? 어쩔 수 없는 납품 관행, 입찰에서의 유리한 고지 선점, 거래처의 지속 등 생존의 문제가 걸린 것이다.

이와 관련한 某공사의 세무조사에서 과세된 접대비 사례는 상당히 시사적이며 접대비에 대한 기업과 국세청과의 시각 차이는 너무 크다.

과세관청은 이 기업의 해외 수출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지급한 물품 및 판매장려금을 접대비로 봐 793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이 기업은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하면서 업무상 순수비용으로 처리한 것을 탈세로 간주한 것은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또 "지난 '99년 IMF발생 이듬해 수출을 늘리기 위해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 중국·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에 집중 투자를 했다. 문제는 이들 지역에 대한 마케팅 과정에서 수입국과의 단가 절충과정에서 값을 내려달라는 요구에 대해 가격을 고수하는 대신 제품을 일정량이상 사줄 경우 일정량을 추가로 더 주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한 부분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당시 달러 부족으로 인해 국가신인도가 떨어지는 상황속에서 해외 시장개척 과정에서 관행처럼 이뤄진 것을 탈세로 보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사팀은 법인의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대리점 등에 무상으로 공급한 쟁점품목은 판매 가능한 정품으로, 거래관계의 원활한 진행을 도모하는데 사용됐으므로 접대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접대비 규제는 또다른 문제점을 간과하고 있다. 이른바 풍선현상이다. 국세청장이 공식적으로 "접대비 쪼개기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과 같이 접대비의 회계처리가 어떻게 편법적으로 처리되는지는 기업의 임직원·조사공무원들은 다 알고 있다. 그 부작용은 가공의 비자금으로도 나타난다.

그동안 수많은 접대비의 법 개정이 이뤄져 왔다. 그러나 접대비에 대한 개선이 있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악화됐다고 보여진다.

접대비에 대한 규제는 전반적으로 옳지만 세법만으로 대응하기에는 너무 무리라는 생각이 들고, 전반적인 사회개혁 내지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


세정신문 기자
- Copyrights ⓒ 디지털세정신문 & taxtime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발행처: (주)한국세정신문사 ㅣ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17안길 11 (서교동, 디.에스 빌딩 3층) 제호:한국세정신문 │ 등록번호: 서울,아00096 등록(발행)일:2005년 10월 28일 │ 발행인: 박화수 │ 편집인: 오상민 한국세정신문 전화: 02-338-3344 │ 팩스: 02-338-3343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화수 Copyright ⓒ 한국세정신문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