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신망받는 정치가인 카이사르를 살해한 브루터스는 로마시민들에게 카이사르를 살해한 이유를 설명한다. "제가 카이사르를 죽인 것은 카이사르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로마를 훨씬 더 사랑했기 때문이다. 로마인들이여 카이사르 치하에서 노예로 살기를 원합니까? 아니면 그가 없는 자유시민으로 살기를 원합니까? 저는 그의 야심 앞에서 로마시민을 위해 죽일 수밖에 없었습니다"고 설명했고 로마시민들은 이를 수긍했다.
그러나 바로 뒤에 안토니우스가 카이사르의 유서에 대해 "저는 있는 사실 그대로 솔직하게 말씀드릴 따름입니다. 아직 피가 마르지 않는 곳곳에 상처가 나 있는 카이사르의 시신을 여러분에게 보여 드립니다. 그의 유서 내용에는 로마시민에게 75드라마크(은화)씩 드리겠다고, 또한 자신의 소유물들은 전부 로마시민에게 기증한다고 했습니다"며 진실을 밝힌다. 결국 브루터스와 그의 일당은 집권하는데 실패하고 만다.
지금 '增稅'냐 '減稅'냐가 초미의 관심이다. '增稅' 또는 '減稅'의 논쟁에는 그 나름의 장단점이 존재하고 있고, 또한 그 성과에 대한 평가도 오랜 세월이 흘러야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럽기도 하고 이 섣부른 논쟁에는 어떤 승리자도 없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은 논쟁의 참여자들이 우리의 납세의 진실을 알지 못하면서 '브루터스의 변명'만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문제가 된 某 기업의 내부문건에서 "적극적 세무조사 대응 및 절세방안 도출이란 항목에서 예산을 122억원으로 배정했고, 이중 회의비 및 접대비에 80억원을 사용했다"는 내용은 사실관계의 진위를 떠나 우리의 '납세 현실'을 상당히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나의 모든 경험으로 말하건데 우리의 세정현실은 '중증의 병'의 단계라고 진단한다.
여기에는 정치권·세제당국·국세청·기업·납세자·시민단체·이익단체 등 모두가 포함돼 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자기의 잘못은 접어두고 상대방만을 탓한다. 브루터스의 변명에서 그러하듯이….
나는 이 연재물에서 우리 납세실태에 대한 중대한 문제점을 사례를 들어 지적했다.
'분식회계에 대하여'에서 한 금융기관이 저지른 수조원의 횡령 또는 도둑질의 실태를 말했지만 이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전 금융기관의 유사한 형태이며, 또한 표면화되지 않은 부실 대출도 똑같은 형태의 공적자금으로 우리 국민을 압박할 것이고, '부당행위계산부인'에서는 한 재벌기업의 몇가지 사례만을 들었지만, 대다수 기업의 행태이고, '조세감면에 대하여'에서 전문가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법규정과, 국민은 전혀 깜깜한 조세감면과 또 국가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조세감면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말했다.
고액납세자의 납세회피와 부당한 조세감면 그리고 공적자금 투입의 피해 당사자는 바로 힘없는 대다수의 납세자들과 또 우리의 미래 세대들이라는 것이다.
우리 재벌기업의 납세실적이 있는 그대로 공개된다면, 상당한 세수의 증가와 우리의 부정·부패문제의 대부분도 감소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제 세금문제는 진실을 덮어놓고 무엇이 옳으냐를 따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세금에 관한한 전 국민이 어떻게 걷히고, 감면은 적정한지, 그 쓰임새는 올바른지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부패한 현장을 들쳐 내고 수술로 절제를 할 것인지, 항암치료를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정부는 스스로가 투명하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이고 그리고 국민에게 땀과 피와 세금을 내도록 호소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중병'에 시름시름 앓다가 죽음에 이를 것인지, 아니면 이제라도 다 털어놓고 치료의 방법을 강구할 것인지 진지하게 심사숙고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