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넘게 끌어오던 성실납세제가 또다시 표류하고 있다. 이달초부터 국회심의가 다시 시작됐으나 정부와 여당, 야당, 그리고 이해관계자인 세무대리업계의 의견이 서로 달라 결론을 못 내고 있는 것이다.
입법과정에서 이렇게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우선 이 제도가 발의때부터 문제를 잉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 이 제도는 납세자 편의주의라는 명분을 내세운 정부에 의해 '간편납세제'라는 타이틀로 발의됐으나, 세무대리계를 비롯한 유관 단체의 반대와 근거과세를 근본적으로 해친다는 논리에 밀려 '성실납세제'로 변형돼 현재에 이른 것이다.
급기야 이 문제는 정치적으로 이해득실을 저울질하고, 그 이해관계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볼품없고 중심을 상실한 안건이 돼 버렸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어떠하냐를 논하기 이전에 정부가 왜 이 제도에 그렇게 집착하는지 얼른 이해가 안 간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 성실납세제는 명칭은 '성실'을 담고 있지만 근거과세보다는 납세자 편의를 우선에 두는 제도다. 근거과세는 어찌돼도 좋으니 납세자만 편하면 된다는 것인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납세자 편의'는 근거과세가 전제된 상태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지, 근거과세가 안 돼 있는 상태에서는 조세정의의 후퇴만을 부채질할 뿐이다. 더구나 전문직 등 자영업자의 세원포착이 잘 안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오히려 근거과세를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찾는 것이 순서다.
납세자를 편하게 해준다는데 반대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그 간편함이라는 게 근거과세의 가치를 뛰어넘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납세자를 진정으로 위하고 조세정의를 생각한다면, 근거과세가 보편화될 수 있는 방안부터 먼저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근거과세가 성립된 속에서 성실납세자를 가려내, 그들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성실납세제가 되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 성실납세제는 세금탈루 사업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근거과세기반은 약하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