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계장, 빽 한번 써봐" (13)

2006.12.22 10:00:08

창간 41주년 기념 기획연재 박찬훈(朴贊勳) 전 삼성세무서장

  19. 오구반점 왕수발 사장

 

불과 한달이 있으면 부가가치세가 시행돼 국세청에서도 영업세 업무를 담당하던 '개인세과'와 제조·도매업에 대한 원천세를 담당하던 '원천세과'가 폐지되고 '부가가치세과'가 생기는 등 대대적인 기구 개편이 예정돼 있었다.

 

나는 7월1일자로 부가가치세과 3계에 배치돼 '을지로3가 북쪽 A구역'을 담당하게 됐다.

 

그 당시 우리 과장님이 '안○○'님이었고 서장님이 '추○○'님이었다.

 

두분 모두 나중에 청장이 되셨고 장관이 되신 분들이다.

 

부가세 시행 초기라 나는 여러 군데 세법강의를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날도 나는 연일 계속되는 '세금계산서 주고 받기 단속출장'을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오고 있었다. 사실 '부가가치세'와 같은 거래세(去來稅)는 세금계산서 등 영수증 주고받기의 정착 여부가 그 성패를 좌우한다.

 

이에 따라 부가가치세 시행 초기에 국세청에서는 대대적으로 단속을 벌였는데 거래증빙의 수수에 익숙하지 않은 많은 납세자들이 적발돼 50만원이상의 벌금을 물게 되는 등 곤욕을 치루고 있었다.

 

사무실 입구에서 마치 중국 사람처럼 생긴 분이 땀을 비오듯 쏟으면서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다.

 

 

 


"한국 세무공무원 형편없다 해! 형편없다 해!"

 

사무실 입구에서 마치 중국 사람처럼 생긴 분이 땀을 비오듯 쏟으면서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다.

 

"한국 세무공무원 형편없다 해! 형편없다 해!"

 


나는 그분을 정중하게 내 자리로 모시고 나서 사연을 들었다.

 

"나 지금 경찰서 갔다 왔다 해!"

 

"경찰서에는 왜요?"

 

"분실신고했다 해!"

 

그는 중국 산동성 출신으로 해방후 서울에 들어와서 을지로3가 네거리 한 모퉁이에서 '오구반점'이라는 중국집을 지금까지 하고 있다.

 

"무엇을 잊어 버렸는데요?"

 

"배갈 빈병 20개 없어졌다 해!"

 

"어떻했는데요?"

 

"우리 애들이 엿 사먹었다 해!"

 

듣고 보니 우리 직원 두명이 오구반점에 단속을 나가서 배갈 빈병은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는데 종업원들이 엿 사먹었다고 대답한 것을 가지고 대충 20개가 없다고 하자면서 계산서를 끊지 않고 팔았다는 '확인서'를 받아간 모양이었다.

 

나는 이런 것까지 단속해 온 우리 직원이 너무 심한 것 같아 그 확인서를 과장님에게 가지고 가서 설명을 드렸더니 나보고 알아서 처리하라신다. 나는 그 확인서를 찢어 휴지통에 넣어버렸다.

 

"미안합니다."

 

"그러나 이런 것까지도 단속대상은 되니 앞으로 음식값 영수증은 물론, 계산서를 빠짐없이 끊으라"고 설명을 해줬다.

 

그 일이 있은 후 '왕수발' 사장은 내가 국세청에서 엄청 높은 사람으로 여기게 됐다. 그 집 '짜장면' 맛은 정말 일품이다.

 

<계속>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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