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심판원이 최근 보여주고 있는 갖가지 자구노력이 납세자들의 기대 속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 주고 있다. 국세심판청구 사건과 관련해서 여러가지 개선안을 내놓고, 이를 하나하나 실천에 옮겨 가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드문 현상이다.
금년 상반기부터 추진해 온 심판처리기간 단축작업은 채수열 원장의 각별한 관심 속에 요즈음 심판원내부의 핵심 관심사안으로 떠올랐다고 한다. 심판청구사건의 늑장처리가 심판원의 고질적인 병폐로까지 치부돼 왔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발상으로 여겨진다.
또 10억원이상 심판청구사건은 '심리전담반'을 구성해서 정밀심사를 하기로 하고, 이에 대한 사무처리규정 개정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하는데, 이 역시 심판원의 달라진 모습이다.
국세심판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곧 '심판관 면담사전예약제'를 도입한다고 한다. 국세심판에 따른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심판청구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서는 심판관들의 업무처리환경을 바꿔줘야 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심판관들에게 가급적 심리시간을 많이 주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 불급한 민원인의 방문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국세심판원이 추진하고 있는 이들 업무는 모두가 심판처리의 합리화와 직·간접으로 연결돼 있다. 늑장처리는 자칫 심리내용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된다. 고액사건은 규모에 비례해서 심리의 중요성이 커진다. 또 심판관면담예약제는 심판관들의 시간절약뿐만 아니라 민원인과의 불필요한 접촉을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국세심판원의 이같은 자구적인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그 자구노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아쉽다. 이 자구노력은 일정한 범주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세심판원의 존립 근간인 효율적인 납세자 권리구제를 위해서는 심리기능의 독립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심판원이 독립된 이후에 지금과 같은 자구노력이 행해진다면 그 효과는 훨씬 크게 나타날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