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중소기업 대표들을 위한 조찬간담회에서 만난 전군표 국세청장은 바로 며칠전에 끝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자진신고를 염두에 두고 필자가 "종부세 신고 잘 끝났으니 축하합니다"하는 인사를 건넸더니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네, 정말 축하받고 싶습니다" 했던 것이다.
정말 온 나라에 화제가 되고, 큰 관심을 집중시켰던 종부세 신고가 98%를 넘는 자진신고비율을 보이면서 일단 마무리된 것이다.
그동안 광풍같이 몰아쳤던 전국의 부동산 가격의 폭등, 특히 강남지역을 진원지로 하여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 상승 등의 부동산 투기 성향을 진정시킬 유력한 수단으로 등장(2005년1월1일)한 종부세의 본격적인 신고·납부가 여러가지 논란 속에서 2006년말에 이뤄졌던 것이다.
그동안 8·31, 3·30, 11·15 조치 등 부동산 투기억제대책에서 가장 중요한 조세정책수단으로 부동산 양도소득세의 강화, 그리고 보유과세로서 지방세인 재산세와 더불어 국세인 종부세가 제 몫을 다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재작년의 납세의무자는 불과 7만4천명에 불과했으나 이번에는 과세대상이 6억으로 하향돼 그 대상자가 5배에 가까운 35만 내외에 이르고 누군가가 세금폭탄이라고 불렀던 것처럼 여러 가지의 여론이 한껏 고조된 시점에서의 신고·납부였던 것이다.
국세청으로서는 연초부터 치밀한 신고·납부준비를 해왔으며 혹시 있을 수 있는 조세저항 등에 대비해 설득력 있는 과세논리의 개발 등 납세홍보·지도에 최선을 다했고, 신고·납부기간에 즈음해서는 철저하게 준비된 안내서식의 배부와 세무관서마다 신고대상자의 관리를 철저히 한 결과 큰 마찰 없이 좋은 신고납부 성과를 거둔 것이다.
전군표 청장은 개인적으로도 지난 7월에 국세청장에 부임(16대)해 OECD국가의 국세청장(국세행정의 올림픽 같은)회의와 함께 종부세 신고·납부를 초긴장 상태에서 준비해 이제 국세행정을 이끌어갈 수 있는 보람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으니 정말 실감나게 축하받을 일이었던 것이다.
예전부터 국세청은 어려운 정치·경제·사회여건 속에서 결정된 국가경제·재정정책을 차질 없이 집행하고 정상화하는데 일등공신의 역할을 다해 온 정부기관으로 정평이 나있다.
예전 '73년도, 그 당시 절대 절명의 여건 속에서 긴급경제·재정명령으로 집행된 사채동결에 따른 기업들의 사채신고·사후관리 업무를 차질없이 추진했고, 그 후 '77년 새로운 세제 부가가치세 그리고 잇달아 '80년의 종합소득세제의 전면적 도입과 그 이후 '80년대 중반 이후의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한 조사 그리고 그 당시의 토지초과이득세의 신고·납부업무도 총대를 메고 앞장서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던 것이다.
이제 종부세가 시작이라고도 한다.
아직도 식지 않고 있는 만성적 부동산 투기성향에 따른 시가표준액(공시지가)을 꾸준히 현실화시키고 또 2009년까지 과표적용율을 100%까지 끌어올리면 종부세의 부담은 정말 대단할 것이라고 한다.
종부세의 과세논리로 아무리 'Noblesse Oblige' 즉 높은 사회·경제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강조한다고 해도 납세자들이 공감하기에는 허전한 구석이 많이 있는 것이다.
작년에는 신고·납부했다 하더라도 많은 대상자들이 오직 아파트 한 채이며, 요행히 좋은 지역(강남 등)에 일찍 와서 살고 있었다는 것이 죄가 아닌데, 연금 등에 의지해 소시민적으로 살고 있는 형편에 1년에 몇백만원에 이르는 세금은 너무하다, 부동산 투기 비슷한 일(짓)도 안했는데…. 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이제 종부세에 대해서 많이들 이야기하는 부분들, 장기보유 1세대1주택에 관한 특례 그리고 그 납부세액을 다른 조세혜택으로 반영하는 등의 개선을 통해서 설득력 있는 신고 · 납부가 이뤄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근래 재산세 특히 종부세의 강화로 급격한 실물경제의 위축이 느껴지고 있다고 한다.
국민 1%만의 문제만이 아니라 나머지 99%의 국민들에게도 경기침체·경제성장의 둔화로 전체적으로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면 소수의 희생, 그리고 다수의 동의를 얻는다는 정치논리도 크게 퇴색될 것이라는 걱정들을 하고 있다.
이제 이런 고민과 노력들이 성과를 거둬 새해에도 여러가지 면에서 다시 한번 축하인사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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