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3일 납세자의 날에 정부는 성실납세를 통해 국가재정에 기여하고 국세행정 발전에 적극 협조한 이들을 선정, 모범성실납세자와 세정협조자로 정부 훈포장과 기관장 표창을 수여한다.
모범성실납세자로 선정되면 일정기간 세무조사를 면제받거나 납기연장 및 징수유예시 납세담보 완화, 공영주차장 및 공항 주차장 무료이용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이러한 포상은 기업들에게 '성실히 납세를 하면 이런 대우를 받는구나'라는 세정상의 혜택을 체감할 수 있고, 반면 상을 받아보지 못한 납세자들에게는 '나도 성실히 세금을 납부해야겠다'는 인식을 유인·확산시킬 수 있는 효과를 거두기 위한 것이다.
이솝우화에 '매서운 바람으로 두터운 옷을 벗기려다 실패하고 반대로 따뜻한 햇빛으로 옷을 벗기기에 성공한 이야기가 있다. 마찬가지로 세무조사라는 매서운 바람은 사업자들의 몸을 더욱 웅크리게 만들고 옷을 동여매게 만들 뿐 옷을 벗기지는 못한다.반면에 포상이라는 따뜻한 해는 그들이 입고 있는 세금회피라는 두터운 옷들을 벗게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세무조사는 탈세를 더욱 깊은 음지로 몰아갈 수도 있어 뿌리를 뽑지 못하지만, 포상은 탈세 의도를 잠재울 수도 있지 않을까?
납세자의 의식을 분석할 때 두가지 전제를 두고 말한다. 이른바 '성선설'과 '성악설'이다. 성선설을 전제로 한다면 충분히 많은 납세자에게 표창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국세청이 지난 4일 발표한 모범납세자 선정기준과 포상계획은 지나치게 까다롭고 엄격한 잣대로 짜여져 있어 선정하기 여간 어렵지 않다고들 한다.
또 한편으로는 모범성실납세자 표창을 외면하는 납세자들도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K세무서장은 "세무조사는 전가의 보도처럼 칼집 속에 그대로 있는 것만으로도 그 위력을 발휘해야 한다.쾌도난마식으로 사용돼서는 보도(寶刀)로서의 존재가치가 사라지게 된다"며 "성실납세문화 조장을 위해서는 빈번한 세무조사로 등을 지게 하기보다는 포상을 늘려 이들을 국세청과 친근한 말 그대로 협조자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소견을 밝혔다.
J某세무사는 "자칫 모범납세자 포상을 남발할 경우 그 가치가 희석될 수도 있어 선정은 까다롭게 하더라도, 그 혜택을 납세자들이 피부로 느끼게 해야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모범납세자의 진정성과 그에 대한 사회적 존경심이 국민들로부터 우러나올 것이다"며 모범납세자에 대한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홍보를 주문했다.
결국 추천을 해야 하는 일선 세무서 담당자들마저 지나치게 까다롭게 느끼고 있는 모범납세자 선정기준을 손질해 수상자 인원을 늘리는 한편, 수상한 모범납세자들에 대한 정부당국의 지원과 함께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 사회적 위상을 높여줄 때 납세자들이 적극적으로 모범납세자 그룹으로 진입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보여진다.
성선설에 입각해 납세자를 바라보는 '포상 세정'도 하나의 따뜻한 세정 구현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