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인가.
대통령 선거가 있는 금년은 국가정책에 대한 백가쟁명(百家爭鳴)식 주장이 여기저기서 쏟아질 가능성이 많다.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선거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겪어온 우리 사회와 정치현실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금년에도 예외는 아니구나'하는 현상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요즘 정치권에서는 거의 이틀이 멀다 하고 조세관련 '개선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양상은 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물량공세가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성역'이 없다.
정당이나 정치인이 정책소신을 밝히고 비젼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나무랄 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책을 제시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런 분야가 재탕 삼탕 식으로 서슴없이 국민들을 향해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일이 다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나오고 있는 '조세개선안' 중에는 "농·어업용 유류를 영구적으로 폐지하자"(김춘진 의원:열린우리당)고 하는가 하면, "국세징수권 소멸시효를 5년에서 10년으로 하자"(심재철 의원:한나라당)는 내용도 있다. 농업용 유류면세 문제와 국세징수권 소멸시효 등은 조세의 중립성과 안정성, 국민경제활동의 지나친 제약 등 여러가지를 감안해 그동안 많은 검증과 논의를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는 제도들이다.
급기야 대통령선거 유력후보 가운데 한사람으로 꼽히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까지 '조세공약'에 나섰다. 박 전 대표는 며칠 전 한 공식모임에서 "집권하면 더 이상 새로운 세금은 없고, 세금을 낮추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그 발언대로 되면 좋겠지만 조세는 '사회적 산물'이라는 확증적 고전(古典)이 엄연한데, 어떤 신통력으로 "새 세금은 없다"고 미리 예단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새 조세정책 제시는 신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세의 안정성과 신뢰성은 자꾸 떨어지고 국민은 혼란스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