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기본대화 요령
백번의 납세홍보보다 단 한번의 친절이 주는 효과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매일 아침 일과전에 하는 친절교육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몸에 배이도록 하자는데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누구는 국세청의 이러한 친절교육은 너무나 형식적이며 실질적이 아니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실질(實質)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형식(形式)을 갖춰야 한다고 나는 늘 강조한다. 형식을 추구하는 가운데서 무언가 느끼고 그것이 체질화되는 때가 바로 실질이 아니겠는가?
…(중략) 몸에 배인 나의 친절은 런던의 '히드로'공항 입국수속때에 기분을 잡치게 된다. 영국은 '신사의 나라'라고 알고 있고, 우리 또한 '동방의 예의지국'에서 온 양반들이라 일맥상통하는 것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입국수속 창구 또한 나를 김새게 했다.
영국사람 창구, EC제국사람 창구, 그리고 기타 등등 창구로 구분해 놓은 것까지는 관리·통제의 편의 때문이라고 이해를 한다.
그러나 승객들 대부분이 기타 등등 나라(other contury)이기 때문에 길게 일이백 미터까지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불과 세개의 창구만 열어 놓고.
그런데 입국심사를 하는 직원의 태도 또한 가관이었다.
"무슨 일로 왔소?"
"교육연수차 왔다."
"어디서 얼마동안 머무르느냐?"
"약 한달간 New Ambassador Hotel에."
"그 가방에 든 것이 뭐요?"
이 녀석 봐라.
아까부터 보니 제일 꼬치꼬치 물으면서 시간을 끌던 녀석이다. 그는 줄서 기다리는 승객들의 따가운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에게는 10분도 더 걸렸다.
그런데 그 녀석은 질문하는 태도 또한 징계감이다. 시선은 건너편에 앉아 있는 동료 여직원을 바라보며 윙크를 하는가 하면 뽀뽀하는 시늉도 하고 정말 가관이었다.
이놈의 곳은 감찰도 없나?
우리의 기본대화요령을 번역해 그 녀석에게 숙독시키고 싶다.
"영국에 가까운 친지가 있소?"
"…"
"교육연수는 어디서 하나요?"
"…"
"대답하시오."
"…"
'이 녀석아! 나도 오기가 있고 자존심이 있는 대한민국의 공무원인데, 분명 잘못하고 있는 너의 행동을 나는 용서할 수가 없구나.'
나도 그놈이 윙크하던 그 아가씨만 바라보면서 그 녀석의 질문을 못 들은 척하며 무시해버렸다. 그제서야 자기의 불친절을 깨달은 듯 미안하다며 Stamp를 찍어준다.
뒷줄에 서 있던 잘생긴 미국 녀석도 연신시계를 보며 언짢은 표정이 역력하다. 아무튼 첫 인상은 한마디로 불쾌했다.
누군가 그랬는가?
영국이 옛 머슴이었던 미국을 골탕 먹이는 기회가 입국수속때 밖에 없다고.
(5)그리니치(Greenwich) 천문대 가는 길
영국에 도착한 날 오늘이 바로 일요일이다.
같은 방을 쓰고 있는 건설부의 '박○○'씨와 경찰청의 '김○○'씨 그리고 나, 셋이서 '그리니치 천문대'를 가 보기로 하고 지도를 보며 계획을 짠다.
숙소부근 Euston 지하철역에서 Northern Line을 타고 Embankment역까지 가서 다시 유람선을 타고 Thames강을 거슬러 올라 그리니치로 가는 길을 택했다.
…(중략) Thames강을 거슬러 그리니치로 가는 유람선은 마침 일요일이라 관광객들로 붐볐다. 안내하는 아가씨도 없이 선장 한사람이 운전도 하며 마이크를 잡고 주위경관을 설명도 한다.
"왼쪽에 보이는 18세 아가씨의 ×꼭지 같이 생긴 건물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귀족들 연회장으로 지은 건물인데, 지금은 주인없는 고양이들이 모여 연회를 벌이고 있다"는 등 승객들을 웃기는데 그리니치까지 가는 동안 잘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웃음과 박수가 그치지 않았다. 정말 인상적이었다.
"저기 보이는 건물은 반포아파트이고, 저기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그리고 한양아파트…."
"저기보이는 별 특징없는 다리는 한남대교로 시멘트와 철근을 섞어서 건설한 것입니다." ㅋ ㅋ 웃긴다.
우리 한강에도 유람선을 띄운다고 하는데, 이렇게 좌우로 설명할만한 건물이나 경치가 있을까 걱정스럽다.
"저기 보이는 건물은 반포아파트이고, 저기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그리고 한양아파트…."
"저기 보이는 별 특징없는 다리는 한남대교로 시멘트와 철근을 섞어서 건설한 것입니다." ㅋ ㅋ 웃긴다.
공원을 가로질러 언덕을 오르니 책에서만 봤던 그리니치 천문대가 나타난다. 1675년 찰스2세 왕에 의해서 건립된 이 천문대는 세계표준시, 표준자오선이 설정되어 있는 곳이다. …(중략)
우리의 주말여행 일정이 확정됐다.
* 첫째 주말(6/22∼6/23) Scotland行
* 둘째 주말(6/29∼6/30) France Paris 行
* 셋째 주말(7/5∼7/8) Netherland, Belgium, 독일 koln 등
* 넷째 주말(7/12∼) Rome, Swiss 등 귀국행
(6) R.I.P.A와 1인당 연수비용
…(전략) 우리는 런던대학에 있는 R. I. P. A에서 한 달간 교육을 받게 된다.
주한영국대사관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우리의 교육과정장 'Dougal Reid'씨와 과정보조 아가씨 'Carolyn Brice'양이 숙소인 호텔까지 마중을 나왔다.
10시에 간단한 입교식을 하고 'Downes'교수로부터 R.I.P.A 소개와 과정안내를 받았다.
R.I.P.A는 'Royal Institute of Public Administration'의 약자로 '영국 왕립행정연구소'이다. 공공기관과 연계해 위탁교육을 시행하며 교육정보 등을 제공하는 교육연수기관이다.
동 연구소는 회원제로서 현재 약 450여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고 런던시의 기구축소 예산사용 등을 자문하고 있다.
운영비는 우리와 같은 수강단체로부터 받는 교육비와 각종 세미나 개최, 출판 등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우리가 교육비조로 한사람당 700$씩 21명이니까 1만4천700$를 R.I.P.A측에 지불했다.
국가에서 이번 연수생을 위해 부담한 돈을 명세해 보면, 학자금조로 1인당 약 700$, 왕복항공료가 1천459$, 숙박비조로 1천850$, 합계 약 4천$로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인당 약 350만원씩을 국가가 부담한 셈이다.
강의대회 부상치고는 거액이다.
곱하기 21명 하면 모두 8만4천$ 약 75,000,000원이 소요된 것이다.
이런 거액을 우리의 해외연수를 위해 부담해준 조국에 한없는 감사를 드린다. 내가 무엇으로 보답을 할 것인가?
우선 이번 교육기간을 헛되지 않게 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