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개편의 딜레마, 의존인가? 자주과세인가?

2007.01.01 00:00:00

현상태 유지는 지방자주재정확보 요원, '의존' 길들여져

현재 국세 對 지방세의 재정 비율은 8대2.

 

지방자치단체의 2008년도 예산을 보면 의존재원이 평균적으로 38.3%로 지난해에 비해 0.3%가 늘었다. 지방자치시대를 시작한지도 10여년이 넘었지만 아직 재정의 열악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전국 자치단체 예산규모를 분석해 보면 지자체들은 지방교부세·국고보조금 등 의존재원 비중을 전혀 낮추지 못했다. 지자체 총예산 중지방교부세·국고보조금 등의 의존재원은 47조8천195억원으로 지방세·세외수입 등의 자체재원 77조1천471억원의 38.3%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의존재원 비중에 비해 0.3% 정도 소폭 증가한 것으로 지자체의 살림이 국고에 더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했다.

 

지자체들의 지방세 세수예산은 총 43조5천497억원으로 작년 대비 14.4%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세외수입은 8.1%, 지방채는 0.1%의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전국 자치단체의 예산에 따라 재정자립도를 살펴본 결과 전국 평균 53.9%로 2007년에 비해 0.3%p 증가했다. 그러나 전국 평균 이상의 재정자립도를 보인 지자체는 246개 중 30개에 불과해 지자체간이 재정자립도 격차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자치단체 중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곳은 서울시 본청으로 85.7%인 반면, 가장 낮은 곳은 전남 본청으로 11%에 불과했다. 또 지방세로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는 단체만 해도 140개에 이르고 있다.

 

재정불균형은 정책안정성 해쳐

 

이렇게 지자체간의 재정상태 불균형은 일률적인 정책을 집행하기 어렵게 한다. 예를 들어 교부세를 포기하고 자주재원을 위한 정책을 일방적으로 시행하려고 해도 재정자립도가 낮은 곳은 반대를 할 수밖에 없다. 자주재원의 정책에는 신세원의 개발이나 지방소비세 등과 같은 소비, 소득세 등을 도입하는 정책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이러한 정책의 경우엔 소비형태가 열악한 자치단체에겐 세수 확보가 이뤄질 수없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를 '지역공공사무를 자기부담으로 하는 행정'이라고 정의하면, 지방세는 지방자치의 골간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세의 세원은 산업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지역간 불균형이 심화됐고 특히 복지 정책의 증가로 인해 복지서비스의 형평성을 위한 지방교부세 등 재정조정제도를 전개하다 보니 지방세 본래의 기능이 크게 약화돼 왔다. 즉, 현대 국가의 3대 조세세원인 소비·소득·재산이 주로 대도시에 집중하게 됨에 따라 지방세에 의한 자주재정을 확충하기 보다는 점차 국세에 의해 일괄징수해 자치단체에 일정율에 따라 배분되고 이로 인해, 행정서비스의 전국적 형평성을 얻게 된 것이다. 자주재원은 지방자치단체의 지상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이 문제가 당장 해결될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입법기관이나 행정부, 심지어 지자체에서도 자주재원이 필요하다는 의식이 희박한 것도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자체의 대언론용 보도자료를 보면, 자치단체장이 중앙으로부터 교부금을 많이 받았다는 내용이 치적으로 포장돼 배포된 경우가 많다. 또 입법 담당자인 국회의원들도 지방들이 재정이 부족하면 국가에서 나눠주면 해결될 수 있는 것을 복잡하게 문제를 만든다는 견해를 가진 이들도 많다. 실제로 지방세법을 만드는 것보다 교부금으로 나눠주는 것이 더 손쉬운 방법이다. 부족한 재원만큼 채워주면 되기 때문이다.

 

한 담당관은 "국회에 가면, 교부세로 하면 될 것을 왜 지방세의 비중을 높이려고 하느냐는 핀잔을 듣기 일쑤이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동완 전 행자부 지방세제관은 "지방세는 경제부처와의 투쟁사"라고 해, 중앙 정부(특히 경제부처)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자주재원 확보를 마치 시혜적으로 베푸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들은 100원을 지방이 쓰고 있는데 국고에서 지원해서 100원을 쓰나 지방자치단체가 벌어서 쓰거나 차이가 없다는 견해인 것이다.

 

세원이 너무도 빈약해 자주재원을 확보할 수 없는 지자체는 결국 의존재원에 길들여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자주재원의 필요성마저도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이들의 노력은 세수 확보보다는 자주재원을 어떻게 하면 더 얻을 수 있을까에 더 집중된다.

 

자주재원에 대한 의식이 부족함에 따라 일어나는 문제점은 자명하다. 우선 재원조달을 중앙 정부에 의존하게 되면 책임의식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는 세입증대 등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주민들의 통제 기능이 미흡해 자치단체의 재정책임성이 결여된다.

 

반면 재정력 지수가 높은 지자체는 지자체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해 세율인하 등 탄력세율을 적극 활용하거나 비과세나 감면대상을 남발해 과세대상으로 정해놓은 재원을 낭비할 수도 있다. 주민들은 이와같은 재정 책임성에 무관심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지자체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부세 등 의존재정으로는 지자체의 발전을 당연히 기할 수 없다. 이삼걸 지방세제관은 "교부세로 지방재정을 매꾸게 되면 지방재정은 질식사하게 된다"며 그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자주재원 확충을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3년 이후 자주재원 확충을 위해 국세의 지방세 이양과 신세원의 과세, 탄력세율의 운영, 세율 및 과표를 인상하는 정책이 꾸준히 이뤄졌다. 그러나 그에 따른 문제점이 적지 않았다. 국세의 지방세 이양은 자치단체간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의견으로 좌초돼 왔고, 신세원 과세는 세원자체가 부족한 지자체에는 맞지 않았다. 아울러 탄력세율은 의존재원으로 재정이 충족된 관계로 관심이 저조했고, 세율과 과표의 인상은 국민부담이 증가하는 문제를 낳았다.

 

지방 자주재정권 부여가 관건

 

자치단체들과 지방세 정책 담당관들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자주재원 확보 방안을 찾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이명박대통령에게 지난달 당선인 신분으로 만나는 자리에서 지방분권형 국가정립을 위한 현행 세목의 통·폐합 및 간명화, 부가가치세의 일정 비율을 지방소비세로의 전환, 국세·지방세 비율을 단기적으로 7:3에서 6:4까지로의 개선 등을 요구했다.

 

이외에도 국세 법률주의, 지방세 조례주의를 채택하고, 지방정부가 세목을 조례로 정할 수 있는  법정외세 제도의 도입과 과세 감면 및 경감제도의 경우 지방 동의를 전제로 하는 등의 자주과세권 확대 방안을 건의했다. 이는 한마디로 지방자치를 위한 자주과세권의 확대 방안이라고 집약할 수 있을 것이다.

 

행정안전부도 지방세 중장기 발전방안을 세워놓고 자주재원 확충을 위한 노력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국세와 지방세간의 세원조정을 위해 국가재정여건을 감안한 국가세원의 일부를 지방에 이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일환으로 교부세, 국고보조금 등 의존재원의 일부를 축소해 지방세원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민들의 부담도 없이 지방세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신세원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 유치시설이나 주민기피시설에 대한 과세 방안이 그 한 예가 된다. 지금 추진 중인 화력발전소을 비롯해서 향후 방사능폐기물처분장 등에 대해 과세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신세원으로 과세할 수 있는 유치시설의 사례로는 관광시설이나 카지노 등이 될 수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자체의 행정서비스에 대한 응익적 차원의 신세원 개발 추진"이라고 밝혔다.

 

또 무분별하게 운영되고 있는 비과세·감면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것도 추진한다. 그동안 비과세·감면대상이면서도 수익이 있는 법인이나 단체 등에 축소하고, 신규감면은 되도록 억제하겠다는 방안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지방세지출예산제도도 이 계획의 일환이다. 또 국·공유재산에 대한 과세나 사업소세 확대 개편 등도 검토, 자주재원 확충을 위한 방안으로 마련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자주재정을 목표로 세정 정책이 추진될 전망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리한 국정과제에서 '섬기는 정부'의 한 과제로 지방재원 확충 및 세원불균형 완화를 중점과제로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방세의 지금 현실은 의존재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으나 앞으로는 이런 정책의 노력으로 자주재원의 비중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금년 예산을 보면, 지방세의 경우 14.4%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거래세의 인하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의 자주재원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특히 자주재원의 확보를 위한 지자체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지방세원의 전국 정보망이 확보됨에 따라 세원 확보가 점차 강화되고, 또한 지방세의 감사 등 선진기법의 도입으로 세원 확보 기술도 확산돼 가는 등 선진적인 과세 인프라 환경이 전국적으로 구축돼 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자주재원의 확보를 위한 노력으로 지방세도 점차 그 힘을 얻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형준 기자 kim64@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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