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快刀斬亂麻'식 정책추진의 최후

2009.11.16 09:53:48

정부관료가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데 두가지 스타일이 있다.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탱크'형이 있는가 하면 손가락 하나하나를 꼽아보며 신중을 거듭하는 '左顧右眄'형이 있다.

 

지난 12일 정부의 세무사, 회계사, 관세사 등 전문자격사 선진화방안에 대한 공청회가 각 자격사단체 회원들이 방청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열렸다.

 

전문자격사 선진화에 대한 정부의 정책방향은 한마디로 말하면 '모든 칸막이를 없애자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소떼나 양떼를 한 들판에 방목해 모두 살찌우게 키워 보겠다는 목장주의 발상과 같은 것이었다.

 

이를 입증이나 하듯 일부 자격사단체 회원들은 공청회장 앞에서 삭발까지 감행하며 시위를 벌였고 결국 공청회는 열리지 못했다.

 

마치 신문고처럼 격쟁(擊錚)의 장이 돼야 할 공청회가 지정토론자의 짧은 몇마디와 몇몇 청중의 성토로 모양세만 갖춘 채 끝났다. 연구보고서도 숲만 보고 나무를 보지 못하는 부실보고서라는 따가운 지적을 받았다.

 

많은 자격사단체들은 이렇게 말한다.

 

"과거에 갖은 난관을 겪으면서 종지부를 찍은 정책을 현 정부가 갑작스레 또 들추어내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국력 낭비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관합동회의에서 정책추진 결정이 나자 T/F을 부랴부랴 구성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얼마되지도 않은 기간이었음에도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은 최근 기본방침과 일정을 밝히고 이어 국가정책의 싱크탱크인 KDI의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이를 본 많은 자격사단체들은 아연실색한 표정들이었다.

 

"도대체 뭘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국민 편익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우는데 정치적 계산인지 개방압력을 받아서인지 정부 속내를 잘 모르겠다"고 했다.

 

개방일정에 임박해 쫓기듯 '快刀斬亂麻'으로 정책을 추진하는데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더군다나 개방책에 따른 대내외적인 득과 실에 대한 정밀분석도 내놓지 않고 있어 졸속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쾌도참난마'라는 말은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한가닥씩 추리는 것보다 어지럽게 꼬인 것은 단칼에 베어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복잡미묘한 것은 과단성 있게 결단을 내고 추진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자칫 우를 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후일에 나타날 반작용과 부작용을 헤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나의 정책을 결정할 때 순작용과 반작용을 사전에 반드시 시뮬레이션해야 한다. 마치 '엘리뇨' 현상이 나타나면 다른 한쪽에서는 '라니냐'가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쾌도난마'장본인인 문선제는 북제나라를 세워 즉위했으나 폭정으로 멸망의 길을 걸었다. 이번 전문자격사 선진화정책 추진과정에서 이해단체들이 가진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를 일이다. 정부는 혼란이 아닌 진정한 선진화를 위해 각계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오점을 남긴 최후를 맞지 않기 위해….

 



부산=김원수 기자 ulsan@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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