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장려금, '일할 의욕과 새 희망을 선물하다'

2009.12.18 09:05:07

국세청, 근로장려금 수기집 발간…희망을 꿈꾸는 남편 등 수상작 26편

저소득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근로장려금’이 수급자들에게 지급된 뒤 일할 의욕과 희망을 찾았던 훈훈한 미담사례가 국세청 수기공모전으로 전파되고 있다.

 

국세청은 18일 지난 9월 근로장려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근로장려세제 수기공모전을 개최한 결과 전체 응모작 1,416편 가운데 우수작 8편을 선정하고 시상했다고 밝혔다.

 

특히 국세청은 ‘희망을 꿈꾸는 남편의 이야기’를 다룬 수기를 비롯해 콘크리트 구조물 철거작업을 하는 근로자가 근로장려금으로 받은 돈을 작업에 필요한 ‘컷팅기’를 구입하는 등의 ‘작은 씨앗’이 된 근로장려금의 내용을 담은 26편을 한권의 수기집으로 발간했다.

 

수기집에는 할인마트에서 일하는 이OOO씨는 실직한 남편과 중·고등 학교를 다니는 두 자녀를 두고 있는데 일하면서 생긴 손목이상으로 수술비를 걱정하고 있을 때 마침 지급된 근로장려금은 한줄기 구원의 빛과 같이 느껴졌으며 근로장려금을 받은 날이 마침 생일이어서 큰 선물이 되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다른 수급자는 고등학생과 대학생인 자녀를 둔 장OO씨는 남편의 죽음으로 어려운 생활형편 중 임금마저 체불되어 아이들 교육비와 생활비로 염려가 많았는데 추성을 앞둔 지난 9월에 근로장려금이 입금되어 웃으며 명절을 보내게 됐고 희망을 잃지 않고 감사의 마음으로 살아가리라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하고 있다.

 

남편의 허리부상으로 펜션에서 일한 덕분에 근로장려금을 받게 된 김OO씨(여성)는 받은 돈으로 마늘농사를 시작해 돋아나는 마늘싹을 보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됐다고 훈훈한 미담을 한편의 수기로 소개했다.

 

 

 

최우수작 ‘희망을 꿈꾸는 남편’

 

백인희

 

식사 내내 남편의 얼굴이 그늘져있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골똘한 표정이다.“잘 먹었습니다!”먼저 식사를 마친 큰 아이가 방에서 보라색 풍선을 들고 나온다. 누나의 손에 들린 풍선을 보자 둘째 아이가 뜨던 숟가락을 급하게 내려놓으며 식사를 마친다. 두 녀석은 풍선을 머리 위로 던져놓고 손으로 툭툭 올려치며 폴짝폴짝 뛰기 시작한다. 깔깔깔, 까르르르 밥상에 뛰어 오를듯한 기세로 뜀박질이 시작되었다. 나의 잔소리도 함께 시작된다.

 

“숙제는 했니? 밥을 먹었으면 이부터 닦아야지! 그만 좀 해! 아빠가 식사중이시잖니!”

 

아이들을 단속하는 나의 잔소리에도 남편의 시선엔 변화가 없다.
평소엔 늘 아이의 편에서 한마디씩 거들어주는 남편이 오늘은 조용하다. 바닥에 떨어진 풍선을 보며 아이들이 입술을 실룩거린다. 나는 아이들을 화장실로 밀어 넣으며 잔소리를 계속한다.“매일 전쟁이야 전쟁. 언제부터 알아서 할 거야. 벌써 3학년이잖니!”치약을 짜주면서도 잔소리는 멈추지 않는다.“구석구석 닦아야 해. 세수할 땐 비누칠 빡빡하고. 둘 다 씻고 검사 맡아.”큰 아이가 칫솔을 입에 물고 아빠를 쳐다보며‘엄마 좀 말려 달라’는 눈치를 보내지만, 이내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세면대로 돌아선다. 아이들의 잠 잘 채비를 마쳐주고, 저녁상을 물리며 남편을 살펴보지만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요즘 일이 없어서 그런가?’설거지를 하며 혼자서 중얼거려 본다.

 

우리 부부는 아이 둘에 결혼 9년차이다. 남편은 결혼 후 2년 동안 부모님 일을 도왔고, 부모님의 형편이 어려워지자, 스스로의 길을 찾아야만 했다. 그 후 남편은 4년 동안을 방황 속에 책을 보며 집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그 4년의 시간이 두 아이를 키우며 살림을 꾸려나가는 나에겐 가장 힘든 시기였다.
 나는 돈이 떨어지면 아이들을 앞세워 친정에 찾아갔다.
“외할머니 말씀 잘 들으면서 동생이랑 놀고 있어. 엄마가 저녁에 데리러 올게.”큰 아이의 다짐을 받고 돌아서는 길이면 친정엄마는 만 원짜리 몇 장을 주머니에 넣어주신다. 가까이 살며 아이들의 급한 병원비는 주로 친정엄마의 몫이었기에 우리의 사정을 빤히 안다. 난 미리 준비한 큰 가방에 쌀을 넣어서 집에 돌아왔다. 남편이 하던 공부를 포기했던 그 날도 나는 가방에 쌀을 담아 집으로 돌아왔었다.

 

쌀독 옆에 가방을 내려두는 나를 보며 남편은 말했다.“아이들도 없는데, 우리 나가자.”두 손을 꼭 잡고 시내를 걷지만 분위기는 무겁다. 눈만 마주치면 늘 웃어주는 밝은 사람인데 오늘은 얼굴이 어둡다.‘내가 너무 표시나게 쌀을 가져와서 마음이 상했나?’ 함께 걸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올리는데 남편이 입을 열었다.
“나 공부 그만하고, 내일부터는 일을 좀 해야겠어.”

 

그 날 이후, 우리 남편은 일용근로자다.
남편이 선택한 곳은‘인력사무소’였고, 하루 일을 하면 그 날 돈을 받아서 집으로 돌아온다. 컴퓨터 능력이 뛰어나고, 여러 개의 자격증도 갖고 있는 남편이 굳이 인력사무소를 선택한 이유는 묻지 않았다. 새벽 다섯 시 반에 알람이 울리면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운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일당으로 받은 오만 오천 원을 책상 위에 정성스레 올려두고서 씻지도 못하고 잠들 때가 많았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엉엉 운적도 있었다. 그러나 일은 계속 되었다.

 

겨울이 세 번 지났고, 공사장 일로 몇 년을 보낸 남편의 얼굴은 총각 껍질을 완전히 벗겨졌고, 거친 손을 가진 아저씨가 되었다. 아이들은 빛의 속도로 자라나 초등학생이 되었고, 시간의 여유가 생긴 내가 돈 벌이에 뛰어들면서 우리는 맞벌이 가정을 이루었다. 그러나 나의 도움에도 수입은 늘 부족했고, 고정 지출을 엇박자로 해결하며 달을 넘기기 일쑤였다. 지난달에도 집세를 못 넣었다.

 

설거지를 마치고 싱크대의 마지막 물기를 추스르며 남편에게 물었다.“여보, 요즘 사무실에 일이 별로 없나봐?"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보라색 풍선을 바닥에 툭툭 내려치는 남편은 대답이 없다. 나는 계속 말을 잇는다.“당신 무슨 일 있는 거야? 근로장려금이 곧 나오는 거 당신 알지? 승민이네는 이번에 나오는 돈으로 벽걸이 TV산다더라? 어차피 없는 돈이 생기는 거니까 이번 기회에 TV를 바꾼다던데? 석연이네도 살림살이 장만할거래. 서랍장 두 개에 또 뭘 산다더라? 우리는 얼마 나온다고 했지? 작년엔 당신이 다치는 바람에 일을 조금밖에 못했잖아. 우린 얼마 안 나오니까 TV는 못 사도, 고장 난 세탁기 좀 바꾸자. 빨래 한번 하려면 여섯 번씩 왔다 갔다 해야 하는 거 알아?”

 

지급일이 가까워질수록 사람들 사이의 최고 관심사는 근로장려금이다. 밀린 세금을 제하고 준다는 소문도 있고, 추석이 겹쳐서 지급 날짜가 앞당겨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관심이 많은 만큼 소문도 무성하고, 기대도 크다.

 

“여보. 내 말을 듣고 있긴 한 거야? 우린 뭐 할 거냐고? 밀린 집세 내?” 바짝 다가가 앉으며 내가 물었다. 손에 들린 풍선을 통통 튀기며 남편이 대답한다.“요즘 일하는 게 재미가 없어.”

 

남편은 몇 년째 신고 있는 안전화에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는 이야길 한다. 현장에서 하는 일은 해도 해도 몸이 적응을 못해 매번 힘들다는 것이다. 그 중 새벽 다섯 시 반 기상이 최악이라는 말도 한다.

 

생각해보니 남편이 괜히 저러는 것도 아니다. 얼마나 지겨울까. 우리는 매월 보름정도에 지출대비 수입을 계산해 보곤 하는데 늘 수입은 부족하다. 앞으로 6일 일해서 집세를 내고, 또 6일 일해서 은행 이자 만들고, 또 며칠 일해서 아이들 학원비 내고…. 매달 15일 정도에 이런 계산을 해보면, 남편이 휴일 없이 일을 해도 늘 며칠이 모자란다. 더군다나 일을 못 맡아서 집에 돌아올 때가 있고, 비가 와서 일이 없을 때도 있다. 그래도 맞벌이를 하면서부터 더 이상 빚이 늘진 않는다.

 

남편의 이야길 들으니 갑자기 이 사람에게 애틋한 생각이 든다.
남편의 손에 들린 풍선을 빼앗으며 이야길 한다.“여보. 세탁기는 다음에 사도 돼. 우선 집세부터 내고, 남는 돈으로는 급한 것들부터 해결하자. 그리고 내일은 하루 쉬는 건 어때? 곧 근로장려금이 나오니까 급할 거 하나도 없어.”
며칠 뒤 기다리던 근로장려금 66만원이 드디어 나왔다. 퇴근 후 호들갑스럽게 집에 들어서며 남편에게 물었다.“여보. 근로장려금 찾아 왔어? 오늘 밥 차리기 귀찮은데 오랜만에 보쌈 시켜 먹을까?”퇴근시간이 나보다 빠르고, 평일에도 종종 쉬는 날이 있는 남편이 은행업무를 주로 보는 편이다. 남편이 대답한다.“아니. 안 찾았는데? 그 돈은 그냥 통장에 넣어 둘꺼야, 내가 밥 차려줄까?”

 

그 날 이후, 남편이 변했다. 일주일 넘게 쉬던 남편이 다시 인력사무실에 출근한다. 아무리 말려도 하루를 거르지 않고 두 세병씩 마시던 맥주를 며칠째 거르는 중이다. 담배도 눈에 띠게 덜 피우는 것 같다. 밀린 집세 어떡할 거냐고 다그쳐도‘계속 밀려두지 뭐.’라고 대답하고 만다.

 

며칠 뒤, 남편이 통장하나를 내게 건네며 말했다.
“펼쳐서 직접 봐봐.”첫 장에 근로장려금으로 받은 66만원이 찍혀있고, 그 아래로 1만원, 2만원씩 몇 칸이 찍혀있더니, 잔고가 75만원이다. 눈을 들어 남편의 얼굴을 올려보자 당당한 표정으로 남편이 말한다.“금방 백만원 될 것 같아. 당신도 알듯이 난 학생 때부터 돈을 모아본 적이 한 번도 없잖아. 근데 66만원이 찍혀진 통장을 보니 갑자기‘돈을 모아볼까?’라는 욕심이 생기더라고. 그래서 하루 일을 하면 만원씩, 2만원씩 은행에 입금을 하기로 다짐을 했어. 근데 그게 담배를 한 값 덜 사고 이천오백 원을 더 저금하고 싶은 욕심까지 생기는 거야. 그래서 맥주 덜 마시고, 담배 덜 피우며 돈을 모아보자는 다짐까지 하게 되었어. 이 돈은 절대 안 뺄 꺼야. 빨리 백만 원을 채우고 싶은 생각에 정말 일할 맛이 난다니까. 그리고 금년 남은 기간에 열심히 일을 하면 올해엔 66만원을 받았지만, 내년엔 근로장려금으로 120만원을 받을 수가 있을 것 같아. 일한 만큼 돈을 받는 거잖아. 내년엔 통장에 천만원도 모을 수 있겠어.”

 

남편이 변했다. 결혼 9년 만에 처음으로 든든해 보인다.
여전히 우리의 형편은 엇박자를 내며 위태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제는 희망이 생긴다. 66만원의 근로장려금이 남편에게 꿈을 선물해 준 것이다. 어둑한 새벽, 힘든 몸 일으키며 하루를 시작하는 남편의 얼굴에 희망이 가득하다. 요즘 우리 가정은‘미래’라는 꿈이 생겨 너무 행복하다.
문득‘근로장려금’이라는 생소한 이름을 두고서 동네 아주머니들과 나눴던 수다가 생각난다.
“근로를 장려한다고 돈을 준다며?”
“그래서 이름이 근로장려금이래.”
“돈 나눠주면 누가 일을 더 열심히 한 대?”
“그래도 공짜로 돈을 준다잖아.”
“맞아! 이름이 무슨 상관이야. 돈을 준다는데 고마운 일이지.”

 

출산 장려금을 받기위해 가족계획을 새롭게 세우는 가정이 있을까? 남편의 변화를 지켜보기 전까지는 나 역시 동네 아주머니들과의 수다처럼‘근로장려금’또한 명분이 앞선 책상 위의 정책이 아닐까란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우리 남편은‘근로장려금’으로 인해 근로를 장려 받았고, 보너스로 희망까지 선물 받았다. 그리고 그 꿈의 씨앗이 가족 모두에게 전달되었다. 이제는 일이 재미있다고 말한다. 피곤하지만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거뜬하다고 말한다. 내년이면 월세를 벗어날 수도 있다는 희망도 생겼다. 적어도 꾸준히 10년을 모은다면 내 집도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해 본다. 이런 상상에 요즘은 가슴이 뿌듯하다.

 

근로장려금은 책상 위의 정책이 아니었다.
근로가정에 꿈을 심어주는 획기적인 정책이었다. 우리 가정이 얻은 것은 66만원이 아닌 꿈의 씨앗이다. 금년에 처음 실시된 근로장려금이 시간을 두고서 점진적 확대를 실시한다고 한다. 앞으로는 더욱 많은 가정에 혜택이 돌아갈 것이니 기대가 더욱 크다. 근로장려금으로 인해 많은 가정이 꿈을 나눠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하는 많은 가정에‘근로장려금’이 꿈의 등불이 되길 희망하며 글을 마친다.

 



김영기 기자 ykk95@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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