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음정 낮춰 노래할 바엔 은퇴해야죠"

2010.04.19 09:05:20

요즘 "조용필 씨가 벌써 환갑이야"라고 묻는 이들이 많다. 그의 히트곡들은 40여년 간 생명력이 있었고 무대에 선 그의 모습에선 세월의 흐름을 감지하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6일 서울 서초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그도 "사실 옛날 어렸을 때는 내가 환갑까지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염려됐다"며 "그런데 일을 하다보니 환갑이라는 게 안 느껴지더라. 나이에 대한 생각이 싹 잊혔다. 환갑에 의미를 안 뒀는데 팬들이 환갑 축하 일간지 광고를 해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조용필은 내달 28-29일 오후 7시30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소아암 어린이를 위한 사랑콘서트-러브 인 러브'를 개최한다. 소아과 전문병원 등과 연계해 수익금을 소아암 어린이 치료에 쓰는 자선 공연으로 이틀간 총 1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니 기부 공연으로는 최대 규모다.

   "소아암도 여러 병명이 있다고 여러 이야기를 들었어요. 환갑이 되는 해이고, 좋은 취지여서 적극 참여하게 됐어요. 대중음악계에도 이런 움직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아직은 확실하지 않지만 매년 열고 싶어요. 어린이날 소록도 공연에서도 두곡을 부르는데 앞으로 좋은 일에는 적극 참여하려고요."
    그러나 자선 공연이라고 해서 그가 매년 벌인 전국투어보다 규모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다섯번째 올림픽주경기장 무대인 만큼 못했던 것들을 종합해 서너 배 업그레이드 된 공연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공연 준비에 너무 바빠서 죽을 지경"이라는 그는 "장소가 크다보니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실내 공연장의 감동과는 다른 감동을 주기 위해서다. 올해는 무대도 가로 120m, 세로 33m로 대규모인데, 무대에서 조명, 영상만 보여주는게 아니라 '무대 빌딩 속에 무엇을 보여줄지'에 초점을 맞췄다. 주경기장이 한폭의 그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객들에게 반전의 감동을 주기 위해 극비라며 공연 세부 사항을 감추려 한 그는 여러 차례 요청이 이어지자 끝내 몇가지를 공개했다.

   공연 중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될 비밀 병기는 '무빙 스테이지'. 무빙 스테이지가 공중에서 등장해 70초에 걸려 중앙 무대에 안착한 후, 다시 6m 높이로 떠서 그라운드석 위로 80m까지 뻗어나간다는 것. 무빙 스테이지는 그라운드석 위에서 여러 형태로 모양이 변형돼 장관을 이룰 것이라고 한다.
    "스탠드석 관객들은 무대가 멀어 영상으로만 저를 봐야하니 그들을 배려해야죠. 무빙 스테이지에서 총 24분간 공연하는데, 무빙 스테이지가 견딜 하중을 고려해 조명, 악기 등의 무게를 줄이는데 신경쓰고 있죠. 잘만 되면 정말 보람있을 것 같아요."
    2008년 40주년 기념 투어 '더 히스토리-킬리만자로의 표범' 당시 오프닝의 애니메이션 영상이 화제가 됐다고 하자, 이번에도 3D로 애니메이션을 제작 중이라고 한다. 소아암 어린이를 위한 공연인 만큼 어린아이가 태어나서 고초를 겪지만 빛을 따라 성장한다는 내용이라고.
    그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영상을 만들 것"이라며 "안 좋으면 못하겠다고 스태프에게 엄포를 놨다. 하다보니 어려운 작업인데 안될 때는 속상하지만, 그게 또 되면 너무 기분이 좋다. '우리가 이런 것도 할 수있구나'란 생각에 재미있다"고 말했다.

  

    조용필은 자신의 공연 연출자답게 한편의 무대를 위해 세심하게 신경쓰는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야외 공연장인 만큼 비가 올까 걱정하고, 바람의 이동과 세기를 고려해 소리가 객석까지 온전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음향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이처럼 그는 매년 공연을 올릴 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그걸 실현시키는 어려운 길을 택하고 있다. 밥 딜런 등 내한하는 해외 뮤지션처럼 마이크 하나에 히트곡만 불러도 될 정도로 노래의 생명력이 강한 가수인데도 말이다.

   "해외 뮤지션의 내한 공연의 경우, 관객은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히트곡을 듣는 것만으로도 좋겠지만 저는 매년 공연하는 사람이니 바꿔줘야죠. 같은 무대, 같은 레퍼토리만 해선 안 돼요. 우리 국민들도 이런 공연을 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해야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거든요."
    이처럼 관객을 대하는 그의 정직함은 나이가 들었지만 노래의 음정을 낮춰부르지 않는데서도 느낄 수 있다.

   그는 "과거 예술의전당에서 14일 연속해서 공연했다"며 "목이 쉬면 큰일 나니 어떤 곡을 반 음정 낮춰 노래했는데 도저히 못하겠더라. 노래하는 것 같지 않아 그 다음부터 원곡대로 노래한다. 유명 그룹의 DVD를 보면 오리지널 음정에서 내려 부르는 팀들이 있는데 그들과 나는 스타일이 달라 혼란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내 목소리가 변했다는 걸 못 느낀다"며 "공연한 걸 녹음해 10년 전 것과 비교해도 차이를 잘 모르겠더라. 좀 더 있으면 변하겠지만, 음정을 낮춰 부르는 것보다 은퇴가 낫지 않겠나. 스스로 꺼림칙하고 나 자신에게 실망하면서까지 노래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덧붙였다.
    음색은 여전히 짱짱해도 초창기 때와 지금 무대에 오를 때의 심경에서는 변화가 있다. 지금은 무대 연출과 노래를 겸하니 공연할 때마다 연습한 것과 조명이 맞는지 등 기술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대에 오르면 두시간이라는 시간이 금세 지나갈 정도로 몰입하게 된다고.

   그는 "많은 관객을 놓고 공연하는 것은 가수로서 기분 좋은 일"이라며 "공연을 하다보면 객석이 하나로 몰입하는 과정을 보게 된다. 그때는 가수로서 보람을 느낀다. 1990년대 중반 그룹 비치 보이스의 공연을 봤는데 관객이 가족 단위였다. '나도 저렇게 돼야할텐데'라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그렇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그는 요즘 후배들에 대해서도 너그러운 시선을 보냈다. 음악계의 분위기는 어디나 비슷하게 흘러가므로, 장르가 바뀜에 따라 어른들이 젊은층의 음악을 따라가기 힘든 현실에서 젊은층과 중장년층의 음악이 구분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요즘 후배들은 음악을 잘 만들고 노래와 연기도 잘해요. 아이돌 그룹이 해산하면 영화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도 우리만의 특수성은 아닌 것 같고요. 후배들은 우리 때보다 음악적인 역량을 더 빨리 흡수해요. 어떻게 만드는지 요즘 노래도 들어봅니다."
    그는 올해도 어김없이 공연 무대에 오른다. 올가을부터 새 브랜드를 걸고, 지난해 신종 플루 여파로 공연을 연기한 3개 도시를 포함해 총 8개 도시 투어를 펼친다.

   그는 신보 발매, 뮤지컬 연출, 후배 양성 등 지금껏 밝힌 계획들의 진행 상황도 짚어줬다. 2008년 40주년 때 내려던 음반은 바쁜 일정때문에 잠시 중단된 상황이며, 뮤지컬 배우로 성장시킬 여자 후배는 현재 대학에 들어가 성악과 악기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뮤지컬 제작에 대한 꿈을 평소 털어놓았던 그는 "뮤지컬 제작은 은퇴하면 바로 할 것"이라면서 "은퇴는 노래를 그만두는 것이지 음악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다. 언제 은퇴할지 모르겠지만 은퇴하면 뮤지컬을 꼭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관람료 9만-15만원, ☎ 1544-1555, 1566-1369.

  



손범주 기자 sbj3011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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