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硏, “부가세, 소비자가 납부해야”…재정부, ‘부정적’

2013.03.06 10:25:19

복지재원, 비과세 감면 축소해 5년간 15조원 마련해야


조세연구원은 5일 제47회 납세자의 날을 맞아 명동 은행회관에서 ‘증세 없는 세수확보 방안’에 대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홍범교 조세연구원장 직무대리는 개회사를 통해 “오늘 토론회는 가능한 국민들의 부담을 증가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복지재원 확보방안을 모색하는 게 목적이다”며 “새 정부가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결실을 맺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토론회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김재진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가가치세 매입자납부제도 도입 방안’ 발제를 통해 부가가치세의 납부를 사업자에서 소비자로 전환하면 세수탈루방지 및 세수증대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학수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를 통한 세수확보 방안’ 발제를 통해 비과세 감면제도를 정비해 향후 5년간 15조원 규모의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는 김갑순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김형돈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관,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조사1본부장, 조유현 중소기업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 등이 참석해 증세 없는 세수확보 해법을 두고 토론을 이어갔다.

 

-재정부, 부가세 매입자납세제도…‘무리’
김형돈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관은 부가가치세 매입자납부제도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국장은 “거래 단계는 제조·도매·소매를 거치는데 실제 거래관계에서는 여러 형태가 존재해 부가세 매입자납부제도를 적용하면 더 복잡해지고, 현행 제도를 뜯어고친다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부가세 체납의 경우 자금사정이 나빠져 체납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가세 매입자납부제도를 도입해 매출·매입자를 바꾼다고 이 같은 상황이 바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외국사례의 경우도 부가세 매입자납부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한 나라는 없고 일부 제품에 대해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작년 구리에 대해 부가세 매입자납부제도 적용을 논의한 바 있지만, 현재 금 제품에 대해서만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신용카드로 거래하면 상당히 투명성이 확보된 상태인데 이 제도로 인해 오히려 현금을 선호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해 카드사는 유리해지고 사업자는 더 힘들어진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해 비과세 감면 정비계획과 관련해 “비과세 감면제도는 대상이 대부분 중소기업·농어민·취약계층이라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며 “또한 조세감면은 조세특례제한법상 대부분의 항목이 법률개정 사안이라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부가세 매입자납부제도, 세수증대효과 기대
김갑순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부가세 매입자납부제도는 현재 유럽에서 도입돼 시행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실효성이 어느 정도 검증된 것 같다”며 “우리나라에서 시행할 경우 전면적인 도입은 무리가 있지만, 카드회사에 적용해 실시간 정산이 가능해지면 원천징수를 통한 세수증대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EU 회원국 가운데 영국·스페인·독일·프랑스·이탈리아는 부가가치세 매입자납부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룩셈부르크·아일랜드 등의 국가는 일부 적용하는 등 총 21개국이 매입자납부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다만 김 교수는 현재 부가세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할 것으로 판단했다.

 

부가세 매입자납부제도를 도입한다 해도 허위나 위장거래를 막는데 한계가 있고,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만들어 세금을 적게 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한 “폭탄업체를 이용한 부가세 탈세를 잡기 위한 방안으로 적절하지만, 제도가 폭탄업체의 탈세 과정만을 전제로 마련된 것으로 생각된다”며 “금 제품과 관련해 정부도 폭탄업체를 이용한 탈세를 막기 위해 이 같이 제도를 개선한 바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부가세 매입자납부제도를 도입할 경우 부가세의 근본적인 목적과 취지에 어긋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부과세 환급, 수출업체에게 확인의무 부여해야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떠한 형태든 세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증세로 봐야 하므로 세율인상 없이 세수를 높인다는 것은 누가 부담하는지, 어떤 계층이 부담하는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부가세 매입자납부제도는 체납만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전면도입보다는 일부 대상에 적용하는 게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한 “폭탄업체는 여러 업체가 공모해야 가능한 것인 만큼 수출업체에게 확인의무를 부여해 이를 확인하고 부가세를 환급하면 해결될 것”이라며 “굳이 (부가세)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에 대해서는 “법인의 경우 최저한세를 적용하고 개인은 한도제를 적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고 말했다.

 

-주식양도차익·부가세 면세거래 과세 후 복지재원 마련해야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비과세 감면제도의 정비에 대해 “여러 부분에 대해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어느 정권이든 비과세 감면제도의 축소가 증세보다 오히려 더 힘들 수 있다”며 “다만 외·내국인과 외국·국내자본을 차별하는 등 조세중립성에 위배되는 것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비과세 감면제도를 검토할 때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조항은 일정금액 이상을 과세로 전환해야 하고, 부가세 면세거래도 과세로 전환해야 한다”며 “지하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는 거래에 대해서 과감하게 과세하고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게 순서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부가세 매입자납부제도 도입과 관련해 “사업자와 최종소비자 간 거래(B2C 거래)의 경우 신용카드를 적용하면 부도나 체납사업자에게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다만 사업자와 사업자 간 거래(B2B 거래)의 경우는 유럽과 마찬가지로 탈세가능성이 큰 금이나 비금속 같은 품목에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수확보에 초점 맞춰진 비과세 감면 축소 옳지 않아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비과세 감면제도는 모두 정책적 목적과 목표가 있는데 이를 무리하게 세수확보에 맞추면 오히려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올 수 있다”며 “비과세 감면을 통해 기대하는 이익이 많아 의도적으로 도입한 것이 많은데 무리하게 세수확보에 초점을 맞춰 제도정비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안 논설위원은 “비과세 감면제도가 정책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되면 유지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폐지하면 될 것이다”며 “일부 비과세 감면제도에 대해 일몰제가 아닌 항구적인 세제로 돌리는 등의 접근이 필요하다. 일몰제가 도래해도 정비가 되지 않는 실효성 있는 제도를 항구화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만약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나 부가세 매입자납부제도를 도입할 경우 의도하지 않게 발생하는 부작용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며 “증세 없는 재원확보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 경쟁력·성장 고려된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 필요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합리적인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를 위해 제도목적을 바탕으로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이러한 정비가 기업경쟁력과 성장을 방해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일자리 창출기업이나 R&D투자와 같은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한 제도는 중소기업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며 “경제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부분을 세수손실로 보면 안된다”고 밝혔다.

 

전 본부장은 “부가세 매입자납부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부정적인 측면을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며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는 시점에 이 제도가 시행된다면 카드사나 은행, 금융기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세사업자에 신용카드 단말기 무상공급해야
조유현 중소기업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은 “부가세 매입자납부제도가 정착이 되려면 우선 소상공인에게 신용카드 단말기가 준비돼야 하는데 수천억원의 단말기 구입재원을 누가 부담할지 등에 대한 실질적인 문제가 고려돼야 한다”며 “영세사업자에 한해 신용카드 단말기를 무상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대기업의 결제관행은 많이 개선됐지만, 대기업이 납품업체에 어음으로 결제할 때 부가세는 현금결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상철 기자 hsc329@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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