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기 국세청 조사국장이 세무조사 법제화를 통해 조사절차를 통제할 경우 악질적 탈세자에 대해 규제가 느슨해지고 탈세를 조장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현재 국세청은 세무조사 대상 선정에 대해 현재 국세기본법 등을 철저히 준수해 선발하고 있으며, 세무조사는 세무신고의 성실성 검증을 위해 실시되는 것이지 세수증대를 목표로 실시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만우 의원(새누리당)은 한국경제학회와 공동으로 25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세무조사 투명성 강화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세무조사 법제화의 국제비교’를 통해 세무조사는 복지재원 마련 등 특수목적용이 아니라 납세자에 대한 지도적·계도적 목적을 위해 실시돼야 하며, 국세기본법에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기준이 구체적으로 규정돼야 하고, 세무조사는 적정한 절차를 지키면서 납세자의 권리가 국가의 과세권행사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장은 ‘세무조사 투명성 강화방안’이라는 주제를 통해 국민권익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고 가장 행정수요가 많은 세무조사 등 세무조사관련 법률들이 과연 납세자입장의 납세자권익존중과 과세권자 입장의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응할 수 있는지를 통해 소위 ‘세무조사기본법’ 등 절차법의 제정 필요성 혹은 기존법률의 개선책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김영기 국세청 조사국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세무조사 비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편인데 신종파생금융·조세피난처 등을 통한 탈세수법이 선진국보다 지능화돼 있지만, 국세청 조사인력은 한정돼 있는 상태”라며 “조사절차를 과도하게 통제할 경우 악질적 탈세자에 대해 규제가 느슨해지고 탈세를 조장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김 국장은 “감사원에서 국세청 감사를 나오면 거의 대부분 조사대상자 선정의 정확성·공정성에 집중해서 감사를 하는데 국세기본법, 조사사무처리, 절차, 규정 등을 지키지 않고 국세공무원이나 국세청이 임의·자의적으로 선정했을 때 파급효과가 너무 크기 때문에 절대 그렇게 선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CAF 시스템 세무조사 대상자의 성실도 검증 시 평가요소를 공개해야 한다는 제안에 대해 김 국장은 “표준화된 전산분석을 통해 성실도 분석표를 만들어서 세무조사대상을 선정하는데 분석과목이 공개된다면 납세자들이 거기에 맞춰 재무제표를 작성해 제출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그래서 평가요소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무조사는 세무신고의 성실성 검증을 위해 실시하는 것이지 세수증대를 목표로 실시하는 것이 아니다”며 “일부에 복지재정 충당을 위해 세무조사가 강조된다는 언론지적에 대해서는 7월에 기자간담회를 통해 해명을 했다”고 설명했다.
세무조사 기한제한과 관련해 “세무조사 기간을 제한할 경우 납세자나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세무조사 기간을 규정한다면 세무조사의 탄력성이 떨어져 시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안종범 의원(새누리당)은 “우선 ‘지금까지의 세무조사로는 앞으로 힘들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며 “왜냐하면 현재 납세자들인 국민들에게 지금까지의 세무조사 방식은 상당히 신뢰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따라서 세무조사는 사람이 아닌 정보를 갖고 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국세청이 FIU처럼 중요한 정보를 확보해 이를 활용한 과학적·체계적 세무조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세청과 관세청이 서로 업무 수행 시 얻는 정보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다면 이 정보를 통해 더욱 엄정하게 세무조사를 할 수 있고, 납세자들도 확실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세무조사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석 의원(정의당)은 “한해 개인·법인에 대한 세무조사는 4천여건 정도인데 개인은 0.1%, 법인은 1%정도”라며 “세무조사 대상의 90%정도는 추가 세수가 징수되기 때문에 조세정의 차원에서 세무조사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를 위해서는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에 있어 공정성·객관성이 필요하고 정치적 목적의 논란이 종식되는 게 전제돼야 한다”며 “정기조사의 비중을 강화하고, 비정기 조사의 경우 착수이유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세무조사에 대한 사후검증 기관이 독립적으로 설립돼야 하고, 불성실신고자와 탈세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역외탈세에 대한 종합적 대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승필 한국외대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세무조사 기준의 법제화는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그 정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법제화는 공개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세부적이고 민감한 기준까지 공개할 경우 면탈의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세무조사제도가 침익적 행정행위의 특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 방어권 행사를 위해 예측가능성이 있을 정도의 수준에서 이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세무조사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이를 통해 조세정의를 실현함은 어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가치이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의 권익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한 가치”라며 “따라서 기존의 세무조사의 관행과 달리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겸 바른사회 시민회의 운영위원은 “과세당국의 입장에서 세무조사란 정당하고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왜 받는지 선뜻 수긍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세무조사체계의 개선 필요성은 납세자는 물론 과세당국의 측면에서 일정 수준 개편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 내용은 정보공유를 통한 객관성, 법제화를 통한 지속가능성, 납세협력비용 및 세무조사비용의 저감을 위한 효율성, 납세자 보호로 설정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김 운영위원은 “CAF의 평가항목은 351개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지만 그 항목이 공개되지 않아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하는지 알 수 없다”며 “객관성 및 납세순응도 제고라는 장점과 잠재적 부정행위의 증가라는 단점을 비교해 부분적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