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중앙-지방 재원보전 두고 ‘신경전’ 지속

2013.11.04 10:15:11

-본지창간 48주년 기념-

 

 

지방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지방정부의 우려는 비단 어제오늘일이 아니지만, 최근 지방재정보전문제를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이상기류가 심상치 않게 흐르고 있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지방정부는 지방재정의 세입과 세출간 괴리 완화를 위해 제시된 수많은 주장들을 찻잔 속 태풍으로 만든 이전재원에 익숙해져버린 상태였다. 필요하면 받아 쓸 수 있다는 생각이 커짐에 따라 지방사업의 무게추가 사업의 ‘중요성’이 아닌 ‘이전재원’에 옮겨지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렇게 중앙정부에 본의 아니게 ‘길들여진’ 지방정부가 각성한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지방은 이제껏 흐릿해진 지방재정에 대한 우려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손을 모아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손을 모은 그 시점이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적 여건이 여의치 않은 시기라 애매하다는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시대를 잘못만난 비운의 천재처럼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당연한 요구를 ‘시기’ 때문에 무리한 욕심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당연한 요구다’라는 주장과 ‘우리도 힘들다’는 충돌이 상호간 신뢰의 문제로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지방의 상황
1995년 지방자치 실시 이후 지방세 비중은 21%에서 22%로 약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대 2 구조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유지하고 있다.

 

지방세 비중은 부동산 경기에 민감한 취득세와 재산세 등 재산과세 비중이 44%정도라 안정성이 취약하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고, 재정자립도의 경우는 전국 244개 지자체 가운데 200여곳이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최근 지방비 부담을 수반하는 사회복지 관련 국고보조사업이 급증하면서 지자체의 사회복지예산이 증가해 열악한 지방재정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고보조사업은 2006년 26조원에서 지난해 52조원으로 연평균 12.4%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국고보조금 증가율은 9.8%인 반면, 지방비 부담 증가율은 17.5%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7년간 중앙정부와 지자체 총 지출 증가율은 6.2%이지만, 사회복지지출은 7.9%와 12.3%로 차이가 나 지자체의 사회복지예산 급증으로 인한 지방재정 압박이 커지고 있다.

 

■ 지방의 요구
이에 따라 지방정부는 국세의 지방이양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지방세제 개편의 두 개의 축인 지방소득세 독립세 전환과 2010년 도입된 지방소비세 확대는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많이 형성된 만큼 지방정부의 기대 또한 높은 부분이다.

 

이 외에도 지방재정확충을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결국 지방정부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의 괴리를 점진적으로 좁혀 안정성과 신장성이 담보된 지방자주재원을 확충해 ‘스스로 벌어 쓰는 지방자치’를 이루길 원하고 있는 것이다.

 

■ 갈등의 섬광
8대2의 세입구조, 6대4의 세출구조, 40%에 달하는 이전재원에도 불구하고 잠잠해보이던 지방정부의 강한 목소리는 ‘취득세’로부터 시작됐다.

 

취득세는 지방세수입의 25%를 차지해 지방재정에 매우 중요한 위치에 놓여 있다. 특히 취득세 감면은 부동산 시장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는 만큼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취득세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취득세로 인한 지방정부의 우려는 또 있다. 2011년 3월에 있었던 취득세 감면에 따른 재원보전은 지난해 4월, 2012년 9월 취득세 감면은 올해 5월에 보전이 완료됐다. 결국 취득세 감면으로 지방정부의 세입구조 예측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이다.

 

지자체 관계자는 “취득세는 한해에 걸쳐 꾸준히 들어오는 지방세의 핵심”이라며 “그러나 취득세 한시감면으로 인해 재원보전이 이뤄질 경우 지자체는 재원보전을 몇 년 후 보전받기 때문에 세입구조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져 지방사업에 대한 계획과 재원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중앙정부는 올해 6월까지 취득세 한시감면을 한데 이어 주택거래 활성화 명목으로 8.28부동산대책을 발표해 취득세를 영구인하했다.

 

지방정부는 일제히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반대에도 취득세 영구인하를 강행한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특히 “취득세 인하는 국민들에게 생색은 정부가 내고 재정부담은 지방에 전가하는 무책임한 정책결정”이라며 비판하고, “중앙정부가 결정한 사안은 국비로, 지방정부가 결정한 사안은 지방비로 추진하자”고 주장했다. 각 지자체도 취득세 영구인하를 반대하는 자료를 배포하고 중앙정부에 유감을 표했다.

 

동시에 중앙정부의 취득세 영구인하로 인해 지방재정에 직접적인 위기를 느낀 지방정부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다르지만 뭉쳐야 한다’며 입을 모아 한 목소리를 내며 여러 의견들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이번을 계기로 중앙-지방간 소통창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기존에 약속한 지방소비세 확대건, 중앙-지방간 재정관계의 재구축 등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나아가 취득세 영구인하에 따른 지방재정 보전을 확실히 받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었다.

 

한 목소리의 메아리 속에는 중앙정부에 대한 ‘불만’도 섞였다.

 

지방 시청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언제나 중앙정부는 ‘갑’, 지방정부를 ‘을’이었다”며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목소리를 듣지도 않고, 지방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정책을 실시하는데 항상 지방은 거기에 순응해야 했다”고 말했다.

 

■ 정부의 대책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가자 중앙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정부가 9월 24일 지방정부에 대한 재원보전대책을 마련해 발표한 것이다.

 

골자는 지방소비세 6%p 확대를 통해 2조4천억원, 지방소득세 과세체계 개편으로 1조1천억원, 보육보조율 10%p 인상 등이 주요 골자다. 중앙은 이같은 재원대책으로 연간 5조원의 지방재정이 확충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방의 반응은 여전히 차가웠다. 지방재정 보전대책에 지방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방정부는 취득세 감소분 보전을 위한 지방소비세 6%와 2009년 약속한 5%를 합해 총 11%의 인상, 영유아 무상보육 국비부담율 20%와 3개 생활시설사업 전부환원을 요구했다.

 

■ 향후의 상황
앞으로 중앙과 지방간 재정적 갈등해결의 실마리는 쉽게 찾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부가 제시한 지방재정보전방안을 지방정부가 받아들일 것인지,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인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상황을 볼 때 지방정부는 쉽게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현재, 그리고 향후 지방재정상황을 볼 때 지방정부는 이번 시점에서 중앙정부에 확실한 답변을 들을 필요가 있다.

 

또한 8대 2라는 비대칭적인 국세-지방세 비율에 지친 지방정부는 이번을 계기로 지방의 목소리를 높여 지방재정을 확충함으로써 온전한 지방자치의 초석을 닦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지방정부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국회 입법과정에서 지방의 모든 역량과 수단을 동원해 지방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겠다며 중앙정부를 강하게 압박해 나가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지방정부의 의견을 수렴하긴 어려워 보인다. 박근혜정부의 복지확대 공약도 축소된 상황에서 지방에 재원을 더 준다는 것이 재정적 압박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무조건 지자체의 입장만 고수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며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적 상황을 볼 때 지방정부의 주장이 무리한 요구로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상철 기자 hsc329@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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