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정부 '관피아 척결' 천명에 '세피아' 한배 탈까

2014.05.15 10:00:00

퇴직 전 근무지 발생업무 제한 골자…‘세무사법’ 개정안 향방에 촉각

박근혜정부가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는 가운데 세무공무원이 퇴직 전 1년간 근무지에서 발생하는 세무업무를 제한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의 향방을 두고 세정가의 관심이 많다.

 

300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세월호 사고에 해양수산부·해수부 산하단체 등이 유착한 해피아 논란으로 국민들은 관피아에 대한 관심과 그들이 끼치는 병폐를 간과하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식지 않는 퇴직 국세공무원의 인기
이런 사회 분위기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른 바 '세피아'에 대한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국세청의 권력은 상상 이상이다. 절세가 필요한 기업들에게 전직 국세공무원은 세금전문가로서 또는 국세청과의 연줄로 생각해 ‘희망적인 존재’로 확대 인식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3월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상장사 주주총회 결과만 보더라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에 국세청장·차장, 지방국세청장, 국장급, 세무서장 등 전직 국세공무원이 대거 위촉됐다.

 

게다가 퇴직 후에도 세무공무원들이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이러한 ‘인기’를 유지하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 국세동우회와 관세동우회를 통해 전·현직 공무원이 한자리에 모여 ‘가족애’를 끌어올린다. 모임의 취지야 어찌 됐든, 사외이사·감사위원·세무법인 등에 속한 전·현직 공무원의 만남은 자칫 외부에서 볼 때 친목모임 이상의 의미가 부여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이로 인해 전직 국세공무원과 국세청 간 형성된 ‘협력·조력자’ 역할 사이에서 비리가 나오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 퇴직 국세공무원 견제 수단 필요…퇴직 전 근무지 발생업무 제한
퇴직공직자 취업을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 상 변호사·회계사·세무사 등의 자격증이 있으면 해당 업체로 취업할 때 취업심사를 받지 않는다. 세무사자격증이 주어진 국세공무원이 세무법인으로 취업할 때 취업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현재 취업제한 세무법인 19곳 중 18곳의 대표세무사가 국세청 출신이다.

 

세무법인행을 선택하지 않은 퇴직 국세공무원은 일반적으로 마지막 근무지 내에서 개인 세무사사무소를 차린다.

 

특히 몇 년 전만 해도 일선관서 서장 및 과장이 개업하는 경우 명퇴 전부터 직원들에게 고문이나 수임업체 소개 등을 받는 게 관행처럼 이뤄져 왔다.

 

이에 지난해 11월 서병수 국회의원은 ‘세무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재 상임위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세무공무원이 퇴직 전 1년간 근무한 곳에서 발생하는 세무관련 업무에 대해 퇴직 후 1년간 세무대리 행위를 못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서병수 의원실 관계자는 “작년에 발생한 한 사건을 보더라도 국세청 출신의 세무사들은 여전히 국세공무원과의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사회적 견제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상임위에서도 개정안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최근 퇴직공무원과 연관된 논란이 많이 일고 있는 만큼 (개정안 심사 진행이)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세피아는 일부 고위직…하위직급 제재는 ‘가혹’
반면, 정부가 퇴직공무원의 관련기관 취업 제한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관피아 논란에 섞여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 과잉금지의 원칙 등을 위배할 수 있고, 세무사에 대한 세무대리 행위 제한이 관세사·공인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 자격증 소지 퇴직공무원과의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세피아’가 될 가능성이 짙은 퇴직공무원은 고위직인데 이번 개정안이 하위직급 직원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고위직 출신만 제한토록 추가적인 검토가 이뤄지거나 ‘관피아 논란’과 별개로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세청의 경우 93%가 6급 이하 직원이다.

 

특히 이른 바 국세청 또는 관세청 출신이 퇴직후에 유관업무를 하는 것을 이 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관피아'개념으로 보는 것은 옳지않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세피아는 해피아나 산피아처럼 무슨 허가 또는 감독, 검사, 승인업무 등을 하는 게 아니라 공직에서 쌓은 실무경험을 세무대리 또는 관세업무에 활용하는 것인데 '특권'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한 조세전문가는 “개정안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최근 관피아 논란과 퇴직 전 근무지 발생업무 제한이나 이른 바 세피아는 별개로 논의돼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상철 기자 hsc329@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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