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들의 큰 한숨

1999.08.19 00:00:00

 “공직생활 30년이 무색하리만치 뒷끝이 개운치 않을 뿐만 아니라 너무 허망하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최근 명예퇴직을 신청했던 국세공무원들이 갖는 일반적인 반응이다.

 퇴직자들은 나름대로 국세행정의 발전에 일익을 담당해 왔다고 자부했지만 막상 사의를 표명하면서 갖는 느낌은 이루말할 수 없이 허탈하다는 표정들이다.

 명예퇴직은 그야말로 명예로운 퇴직이어야 하는데 떠밀려 나가는 기분이어서 후배들을 위해 떠나는 것인지 아니면 종용에 의해 마지못해 떠나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다는 불만섞인 목소리가 많다.

 최근에 명퇴한 서기관급이상 가운데 일부는 이틀전에 명퇴하라는 통보를 받고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퇴직한 某서기관은 “조직이나 후배들을 위해 나가달라는 것에 대한 설득력이나 당위성은 차치하고라도 어느 정도의 시간적 여유를 줘야만 나름대로 공직생활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터인데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명퇴나 퇴직을 앞둔 고참들의 심정은 불편하기만 하다고 토로한다. 사의를 표명할 경우 먼저 무슨 문제가 있어 그만두는 게 아닌가 하고 색안경을 끼
고 보는 풍토이고보니 퇴직하기가 겁난다는 것이다.

 전관예우나 선배대접을 받는 것은 고사하고 후배들의 원망이나 눈총을 받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앞선다는 것이다. 후배들을 위해 용퇴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리 만치 어색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쉽다고 한다.

 특히 국세청에 애정을 갖고 있는 명퇴자들은 “명퇴하는 동료에 대해 애정이나 존경스런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사라져야 한다”고 충고하면서 “이같은 전철이 후배들에게 적용되지 않도록 악습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퇴직후 세무사사무실을 연 전직 국세공무원의 불만도 여전하다. 퇴직후 대체로 세무대리업에 종사하게 되는데 퇴직후 친정이라 할 수 있는 세무관서를 방문하면 일반 납세자들보다 더 찬밥신세라는 현실에 울화통이 터진다고 하소연한다. 내색할 수는 없고 다시는 방문하기 싫다는 심정이라는게 공통된 정서다.

 옛말에 `들고나는 것도 때가 있다'고 한다. 그 때도 중요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것은 서로를 존중하고 아낄수 있는 정서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김종상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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