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명퇴할까

1999.11.08 00:00:00

베테랑급 세무공무원들이 대거 명퇴를 신청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내년부터 명예퇴직에 따른 명퇴수당이 대폭 줄어든데다 공무원연금이 고갈될 경우 연금 수혜율은 줄어든 반면 부담률이 늘어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D세무서의 경우 과장을 비롯해 계장 등 중간관리자급 10여명이 이미 명퇴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단 이 세무서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더해준다.

이미 세정가에서는 올 연말 명퇴자가 많게는 5백∼6백명이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

지난주 명퇴를 신청했다는 K某사무관은 “당장 내년부터 명퇴수당이 크게 줄어든 데다가 근무여건이 더욱 악화되고 있어 더이상 미련없이 떠날 각오를 하게 됐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명퇴를 신청한 6급주무는 “다소 늦은감이 없지 않으나 과다한 업무와 민원업무에 시달리기보다는 이제라도 세무사자격증을 따서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라 과감하게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세무공무원들이 공직을 떠날 결심을 한 또다른 배경은 명퇴수당이 줄어들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최근 국세공무원법제정의 좌절로 특별수당 지급이 무산된 데다 일선직원들의 경우 조사과를 제외한 여타분야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과다한 업무에 지쳐있는가 하면 민원인에게 무조건 친절해야 한다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점도 조기명퇴를 부추긴다는 게 직원들의 분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민원업무를 관장하는 납세서비스센터 직원들간에는 조직개편전에 민원실 근무자 전원에게 매월 3만원의 수당이 동등하게 지급됐었는데 조직이 개편되면서 민원담당 직원에게만 수당이 지급되고 있어 수당을 차별화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게다가 민원인들이 욕설까지 해도 참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 `근무할 맛이 안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이런 까닭에 납세서비스센터 직원들 상당수도 명퇴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처럼 과다한 업무에만 시달리고 특별한 사기진작책이 없는 한 공직을 떠나려는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국세청이 기능별조직으로 전환된 이후 상당히 달라졌다는 평가를 내·외적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전직원들이 합심해 노력한 결과인 만큼 사기진작 차원에서 이에 대한 보답을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세무공무원도 봉급으로 생활하는 샐러리맨이다. 근무여건 개선의 출발점이 어디에 있는지는 뻔한 이치 아닐까.



김종상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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