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와 사기꾼

1999.12.02 00:00:00



지난달 하순 서울 강동지역에 위치한 몇몇 세무사사무실.

50대 초반의 건장한 신사 한명이 시차를 달리해 각각의 세무사사무실을 방문했다.
깔끔한 복장과 점잖은 표정의 이 신사가 세무사사무실을 방문한 표면적인 목적은 거액의 상속세 신고.

그는 최근 부친의 사망에 따라 1백억∼3백억원정도의 재산을 물려받았으며 상속에 따른 상속세신고를 의뢰키 위해 왔다는 것이 그의 방문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자기 부인의 친구나 주변의 법무사사무실 사무장으로부터 상대세무사를 소개받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특히 자신은 재정경제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뒤 정년퇴직했다는 점, 공인회계사 자격을 오래전에 취득했으나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관련지식을 모두 잊어버렸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국세청의 조직개편을 운운하며 국세행정과 상속세 등에 대해 상당한 지식이 있다는 점을 은근히 암시했다는 점도 특징이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세무사사무실을 신규개업해 인사차 들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신사의 행동거지는 각 세무사들의 호감을 사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며 더욱이 거액의 상속세 신고를 의뢰하겠다니 대접에 소홀함이 있을 리 없었다.

그 신사는 그러나 궁극적으로 상속세신고서류가 제대로 구비되지 않아 준비중이며 며칠 뒤 가져오겠다고 강조한 뒤 지갑을 집에 두고왔다는 수법 등으로 돈을 요구해 왔다.

각각의 세무사들은 결국 적게는 5만원 많게는 20∼30만원 정도의 돈을 빌려 주었다.
돈을 빌려간 신사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IMF이후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는 세무사사무실의 입장에서는 거액의 상속세신고 의뢰자가 반갑지 않을 리 없다.

거액의 돈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투자(?)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 사기꾼의 앞뒤 논리전개가 분명하다는 점 등에서 알게 모르게 당해야만 했던 소액 사기사건들이었다. 신종 사기꾼(?)으로 분류되는 이 신사에게 피해를 입었던 세무사들은 곧바로 송파지역세무사협의회로 이 사실을 알려 또다른 세무사들의 피해를 막았다.

대수롭지 않은 사기사건으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으나 세무사를 상대로 한 사기꾼이 생겼다는 정보를 듣는 순간 얼마나 `한 건(?)'이 아쉬운 가를 체감하는 세무사업계의 부정적인 한 단면으로 비춰지기에 씁쓸함을 어쩔 수 없다.




박정규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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