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되찾은 양심

2001.01.11 00:00:00


대전지방국세청에 근무하는 李 某계장은 세모 저녁무렵, 낯선 40대 남자인 불청객을 맞았다. 당황한 李 계장에게 그 남자는 불쑥 “지갑을 되돌려 주려고 왔습니다”라고 했다. 그건 다름아닌 어렵게 장만한 아파트 이사비용이 들어 있었던 6년 전에 잃어버렸던 그 지갑이었다.

40대 남자는 그 당시 되돌려 주고 싶은 마음이 앞섰지만 어렵게 사는 자신의 처지탓에 그 돈은 `구세주'같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매년 12월이 되면 죄를 지은 생각에 꼭 되돌려 주려고 했지만 그리 쉽지 않았다고 했다. 더 이상 짐을 지고 새해를 맞고 싶지 않아 李씨에게 용서를 구하려고 왔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도덕성 상실과 부패, 한탕주의가 만연하고 있는 이런 세태 속에서 뒤늦게나마 지갑을 돌려준 40대 남자의 용기는 코끝 찡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 사건이다.

지난해 미국 경제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는 홍콩과 싱가포르의 세금을 도둑질하고 있는 지하경제가 각각 14%인데 비해 한국은 38%나 된다고 지적했다. 또 지하경제 규모가 국민소득의 26.1%로 세계에서 8번째로 높다고 했다.

또 최근에는 한빛은행 부정대출사건, 동방금고 불법대출 및 로비사건의 배후에 탐욕스러운 기업인뿐 아니라 일부 사회지도층이 단골처럼 돈 냄새나는 곳에 연루되고 있는데 이는 우리 나라의 혼탁한 사회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들이다.

우리 사회의 소위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저지른 불법, 부정, 비리 행태가 많은 사람들에게로 옮아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법과 양심대로 살면 오히려 피해본다는 피해의식이 사로잡혀 있다.

해가 바뀔 때마다 조세행정에 대해 무언가 바람을 얘기하곤 한다. 올해 세정만큼은 탈세·탈법의 고리를 단호하게 끊을 수 있는 정책이 펼쳐져 조세정의가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또 국민들이 40대 남자의 되찾은 양심처럼 일대 각성하고 회개하기를 기대해 본다.


박성만 기자 daejeon@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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