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몇몇 국세공무원이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자 일선 세정가에선 나도는 말이 있다.

'처신을 잘해야지!', "유혹의 그물에 걸려들지 마라!"

세무비리 사건이 발생할 때면 의례적으로 세정가 사람들은 "도저히 그럴 사람이 아닌데…"라며 비리 사건에 연루된 혐의점에 대해 믿기지 않는듯 안타깝게 말하곤 한다.

특히 모범적인 직원이 세무비리 사건에 연루됐다는 입소문들이 돌 때면 "가정이나 직장에서 타의 모범이 될 정도로 성실히 살아온 직원인데 어찌 그렇게 됐지? 훌륭한 직원이었는데…"라며 음해성 투서탓이라거나 사실이 아닐 것이기를 기대하는 눈치가 역력하게 비쳐진다. 일부는 조직변호 차원에서 그같은 말을 하기도 하지만 달리 보면 어떤 직원이라도 그만큼 세무비리에 연루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된다.

이용섭 국세청장은 취임하면서부터 줄곧 지금까지도 '국세청은 그 어느때 보다 더 맑고 깨끗해야 한다'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거듭 거듭 당부하고 강조해 왔다.

특히 간부급의 세무비리 사건이 잇달아 터지자 李 국세청장은 '충격'을 금치 못했었고 급기야 스스로의 보호막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즉 국세청 세무조사파트 사람들에 대한 정보 차단이었다. 조사국 근무 직원에 대한 인사정보도 공표하지 않았고, 세무조사 관련 업무 진행이나 민원도 세무조사상담관제를 이용토록 해 원천적 유혹의 손길이 닿지 않도록 했다. 말 그대로 '침묵의 함대'로 만들어 버린 셈이 됐다.

그러나 외부로부터의 유혹을 뿌리치기 위한 고육책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미스런 사고가 없지 않았다. 근래 D지방청 산하세무서 직원의 금품수수사건이 단적인 예이다.

이렇게까지 유혹의 그물에 걸리지 않도록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쓰는 것에 대해 세정가 일각에선 "직원 모두를 회색눈으로 보는 것은 해도 너무하는 거 아니냐?"며 지나친 단속령에 내심 불쾌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또다른 일각에선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식의 세무부조리 방지책을 각종 강연장이나 매스컴을 통해 공표하는 것은 깨끗한 국세청을 만들기 위한 강한 의지표현이라지만 되레 세정에 대한 불신을 각인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물론 세무 비리는 납세자와  세무공무원 양자간에 발생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이들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지금 사회는 정치행태로부터 胚胎(배태)된 불신 증후군이 만연화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많은 국세공무원들은 자신의 맡은 바 직분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는 식의  요란한 캠페인보다 '줬더니 받지 않더라'는 청렴 사례를 전파하고 구성원 모두의 몸과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는 스스로의 다짐이 백마디의 선전보다 더더욱 중요시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