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이 남는 정년퇴임

2005.01.10 00:00:00


 

오관록 기자
지난해말 전국 세무관서에는 정년퇴임과 명예퇴임이라는 이름을 빌어 정들었던 세정가를 떠나는 직원들이 줄을 이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평생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는 당사자들은 물론 선배들을 보내는 후배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국가 경제가 암울했던 시절 국세공무원으로 출발해 30여년을 국가의 재정조달을 위해 불철주야 일선 현장을 누비며 세금 징수에 평생을 바쳐온 이들이 퇴임식을 갖고, 정들었던 직장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12월말 나주세무서 윤某 계장의 퇴임식장은 울음으로 얼룩져 직원들과 내외빈 등 참석했던 축하객들을 숙연하게 했다.

지난 '66년 9급으로 공채돼 나주서의 말단직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그가 공교롭게도 같은 세무서에서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퇴임식을 갖게 된 것.

尹 계장은 이날 퇴임사를 통해 "38여년간의 공직생활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 상사와 동료직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감회에 젖은 듯 조용하게 말문을 열였다. 

이어 尹 계장은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시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린 나이에 입사후 주세 및 영업세를 징수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누비며 세무공무원으로 근무하는 것을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했다며 지난날을 회상한 듯 울먹이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순간 장내의 분위기는 숙연해지면서 무겁게 변했고, 어느 여직원이 이별의 설움을 못이겨 훌쩍이는 소리도 들렸다.

그는 복받치는 감회를 억누르며 퇴임사를 어렵게 끝낸후 서둘러 기념찰영을 마치고, 직원들과 악수를 끝으로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누며 제2의 인생을 향해 쓸쓸히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오재구 광주청장을 대신해서 축사를 하기 위해 퇴임식에 참석했던 민某 국장은 퇴임식장의 우울했던 장면들이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며 당시의 심경을 털어놨다.   

매년 퇴임식을 갖는 직원들은 한결 같이 긴 공직생활을 하면서 그것도 유혹이 많은 세무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때로는 욕을 먹어가며 천리길을 마다하지 않고 세금 징수를 위해 평생을 몸바쳐온 장본인들이 세월의 무상함 앞에 하나 둘 세정가를 떠나고 있는데 대해 너무도 아쉬움이 많다고들 말한다.

이들은 마지막 직장을 떠나는 날 그동안 직장에서 있었던 말못할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복받치는 감동을 억누르지 못해 마음속으로 한없이 흐르는 눈물과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정들었던 직장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은 30여년이 넘도록 국가 재정조달의 파수꾼으로서 세정과 동고동락을 함께해 온 그야말로 세정사 산증인들의 퇴직에 서운함이 없도록 많은 관심과 함께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현직에 남아 있는 후배들은 떠나는 선배들을 아쉬워하며 그동안 우여곡절끝에 함께 쌓아 온 업적을 인정해 주고 제2의 인생 출발점이 되도록 다함께 축하해 줘야 한다. 

우리 사회는 잘못된 편견과 인식으로 세무공무원 출신들을 아직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오관록 기자 gwangju@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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