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토론]세무사법 개정을 말한다- 한국세무사회

2003.09.29 00:00:00

세무사시험 합격자한해 稅務士 명칭 사용


한국세무사회가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자격 자동부여제 폐지를 위한 세무사법 개정 추진에 발벗고 나섰다. 세무사회의 대물림 과제인 자동자격부여제 폐지문제는 매년 세무사회가 정부 당국에 세무사제도 개선을 줄기차게 건의해 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재정경제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조세연구원이 공인회계사․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부여제 폐지 내용과 관련된 세무사법 개정 공청회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공인회계사회·변호사회측의 반대논리 또한 만만치 않아 정부 입장이 어떻게 정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편집자 주>

현재 우리나라에는 시험을 보지도 않고 전문직종의 자격을 공짜로 부여받는 집단이 있다.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의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세무사시험을 보지도 않고 세무사의 자격을 자동으로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42년간 이러한 모순된 제도에 안주하며 기득권을 향유해 온 공인회계사와 변호사들은 분업화·전문화 등 전문자격사제도의 도입취지는 물론 시대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세무사회의 세무사자동자격 폐지 법개정 건의안에 대해 터무니없는 논리로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들은 자신들이 세무대리 업무를 계속해 왔기 때문에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변호사들도 기존의 기득권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시대착오적 사고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 변호사가 법무사 업무를 하고, 공인회계사가 경영지도사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이들이 '법무사', '경영지도사'의 자격을 갖고 있지 않으며 명칭도 쓸 수 없는데 세무사 자격만 자동으로 부여하는 것은 형평성에 위배된다. 따라서 이제는 세무사시험도 보지 않고 공인회계사와 사법시험에 합격했다고 해서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주는 이러한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 이것이 원칙과 신뢰, 공정과 투명의 기치아래 출범한 참여정부의 국정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세무사회는 금번 공인회계사와 변호사가 세무사시험에 합격하지도 않고 세무사 자격을 자동 취득하는 불합리한 제도를 근본적으로 고치기로 하고, 공인회계사·변호사에게 세무대리업무는 그대로 하게 하되 세무사의 자격과 명칭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를 건의하였다.

그 이유는 공인회계사와 변호사는 자신들의 고유명칭으로도 세무대리업무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무사시험도 보지 않고 세무사의 자격을 공짜로 받는 것은 물론 세무사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전문자격사제도의 취지에 맞지도 않고 자격사간 형평의 원칙, 공정경쟁의 원칙에도 벗어나기 때문이다.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제도는 지난 '61년 세무사제도 도입 당시 세무사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세무사의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보여지는 석사, 교수, 고시 합격자, 국세행정 경력자, 공인회계사·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준 것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후 세무사시험 합격자만으로도 수급이 안정되면서 석사, 교수, 고시 합격자, 국세행정 경력자의 자동자격 부여는 폐지됐으나 유독 기득권을 계속 향유하려는 강력한 이해당사자들인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의 반대로 이들에게만 현재까지 공짜로 세무사의 자격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세무사회 5천800여 회원은 이러한 세무사 자동자격부여제 폐지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기 위해 지난해 7월9일부터 10월31일까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전개해 210만명의 자동자격 폐지 서명을 받은 바 있다.

그리하여 이제 한국세무사회는 세무사법을 개정해 세무사시험에 합격한 자만 세무사의 자격과 명칭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세무사 자격과 명칭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세무사법 개정이후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자부터 세무사 자격의 자동부여를 폐지하되 직무영역은 그대로 인정해 세무대리를 하자고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에게 세무대리행위를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세무사법 개정이후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자만 세무사의 명칭으로 하지 말고 각각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의 명칭으로 세무대리를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인회계사회는 이러한 세무사회의 개정건의에 대해 정면으로 반대해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하지도 않고 계속 무임승차로 세무사 자동자격을 취득하려고 하고 있다. 이들이 세무사자동자격을 고수하려는 것은 기득권을 향유하기 위한 억지에 지나지 않으며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즉 세무사 자동자격제도는 헌법 제11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와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는 평등의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다. 하나의 자격시험 합격자에게 하나의 자격을 주는 것이 시험제도의 원칙이다.

국민의 권리와 인권을 보장해야 할 변호사 집단이 스스로 헌법을 유린하고 있으며 공인회계사들은 이에 편승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들은 이러한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려는 한국세무사회의 세무사법 개정건의를 자기들의 업무영역을 빼앗기 위한 밥그릇 싸움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세무사회는 이전에도 공인회계사 등의 자동자격 폐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94년 행정쇄신위원회, '98년 규제개혁위원회 등에서 자동자격 폐지의 당위성을 인정해 이를 정부기관에 개정하도록 했으나 그때마다 업무영역이 축소되는 양 단체의 반대로 세무사법을 개정하지 못했다.

그때에는 변호사·공인회계사가 세무대리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를 위한 세무사법 개정이었으므로 공인회계사와 변호사가 반대할 수 있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현재의 세무사법 개정건의 내용은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의 직무를 제한하는 것이 아닌 각자의 명칭인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의 이름으로 세무대리를 하되 세무사 명칭은 쓰지 말라는 것이다. 법개정의 취지는 세무사들이 더 많은 밥그릇을 차지하려는 것이 아닌 그야말로 각자의 명칭으로 공정한 경쟁을 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반대는 명분없는 떳떳하지 못한 집단이기주의라고 볼 수밖에 없다.

또한 공인회계사나 변호사의 자격시험과목도 세무사의 자격시험과목과 많이 다르다. 세무사시험은 10개 세법과 회계학을 깊이있게 다루나, 공인회계사시험에는 1차 객관식시험에 세법개론, 2차 주관식시험에 세법과목을 하나씩 두고 변호사시험에는 1차 시험과목에서 조세법을 선택과목으로 둬 도저히 시험과목만 봐도 이들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줄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세계 최초로 세무사제도를 도입한 독일에서는 공인회계사나 변호사가 세무사시험에 합격하지 않아도 세무대리를 할 수 있으나 세무사 자격은 자동으로 부여하지 않으며 따라서 세무사 명칭도 사용할 수 없다. 가장 최근에 도입한 중국의 경우도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주지 않고 세무대리업무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세무사시험에 합격한 자에게만 세무사의 자격과 명칭을 부여하고 공인회계사·변호사는 각자의 고유명칭으로 세무대리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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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세무사회는 지난 5일 '세무사제도 창설 42주년 기념식'자리에서 세무사자격 자동부여제 폐지를 촉구하는 선언식을 가졌다.


박성만 기자 daejeon@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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