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風塵 세상

1999.12.27 00:00:00

장재철(張在鐵) 시인

참새 한마리가 날아가면서 총 안 든 포수의 머리에다 하얀 `배설물'을 찍 갈겼습니다.
화가 난 포수가 참새에게
“야- 너 팬티 좀 입고 다녀라”하고 나무랐지요. 그러자 참새가 대꾸하기를
“뭐? 너는 팬티입고 똥 누냐. 별 희한한 놈 다 보겠네. 총도 없는 주제에…….”하고 낄낄거렸습니다.

이럴 때 포수는 기가막힐 겁니다. 독제정치가 싫으면 네 손으로 죽든지 그게 싫으면 입다물고 죽은 듯 살라는 소리 듣고 사는 신세와 한벌에 몇백몇천만원짜리 `고급옷' 잘못 받았다고 나무라다가 아내에게 얻어들은 남편의 꼴이 필경 그럴 겁니다.

만에 일, 그런 일 있는 걸 알고도 속 못 차린 마누라의 닦달로 그런 일 없었다고 말해야 하는 그 남편의 심정은…….

아마 空腹에 벌레 한입 씹은 맛 그런 거 아닐까요? 가장 公正해야 할 法이 惡의 편을 들어 善을 꺾는 뒤틀린 세상이라면 큰 도둑이 좀도둑을 보고 `야- 이 도둑놈아-' 하기가 부끄럽다고 말하면서 한숨짓던 ○○地檢長을 지낸 순진한 나의 친구. 지금은 세상떠나고 없는 그 친구의 얼굴이 불현듯 보고싶군요.

지금은 그런 사람도 좀처럼 없을 것만 같아 온몸에 썰렁한 悲凉을 느낍니다.


김종상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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