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寸鐵活仁]秘境에 사는 亡命의 王孫들

2001.02.19 00:00:00

                               -日本高麗村回想記-

장재철(張在鐵) 시인
本紙 論設委員

일본 동경에서 북쪽으로 백리남짓……. 우리와 핏줄을 같이 하는 사람들만이 사는 고마무라(高麗村)라는 마을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천삼백년전 신라에게 나라를 빼앗긴 高句麗 왕족이 亡國의 恨을 안고 일본으로 건너가 土着한 곳이다.

나는 대동아 전쟁이 한창인 어느 가을날 휴일을 틈타 혼자서 그곳을 찾은 일이 있었다.

關東第一의 景勝地 무사시노(武藏野=東京近郊의 유명한 原野)의 안방이라고 일컫는 太古의 秘境.

깊은 계곡을 뒤덮은 雜木林 단풍으로 마을앞을 흐르는 냇물마저 極彩色으로 붉게 물들고 있었다.

나는 하룻밤을 그곳 民家에 묵으면서 마을 사람들과의 交歡을 통해 우리 故國을 알려주고 그들 조상들의 자랑을 들었다.

내가 본 그들은 외모 언어 국적까지도 어느 것 하나 日本人들과 다른 것이 없었으나 어딘지 모르게 그들과 密着되지 않은 `永遠한 異邦人'으로서의 感情上의 갭(틈새)이 있었으며 비록 가난한 생활속에서도 王家의 후예로서의 우함과 긍지가 엿보여 나에게 일종의 비장감마저 느끼게 했다.

그들만의 聖域으로 고이 섬기는 고마신사(高麗神社)라는 오래된 社宇에는 그들의 亡命始祖가 모셔져 있었고 그 앞에 엎디는 나의 마음은 멀리 2년째  못가본 고향산천으로 줄달음질치고 있었다. 그것은 한낱 鄕愁나 센티만도 아닌 고국땅에의 귀착이었고 내 선영앞에 엎디는 훈훈한 안도감이었다.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고향을 생각하고 먼 외지에 가서 더욱 제 나라를 사랑하게 된다는 말도 있지만…….

고국에 돌아와 살고있는 나는 가끔 그들을 생각하며 깊은 감회에 잠기는 때가 있다.

그 후 일본이 전쟁에 지고 窮乏과 비색과 不安의 고달픈 긴 세월을 그들은 어떻게 지냈을까?

지금도 그 땅의 復興과 태평과 團欒에서 소외되어 저 `뱅갈의 棄民'처럼 한쪽에 내버려지지나 않았을까? 그 땅 사람들 `일본인'의 좀 옹졸하고 편협한 國民性에 마음이 미칠 때는 더러 이런 부질없는 노파심도 생긴다.

나는 이 서투른 짧은 글로써 그때의 감회를 되살리고 어쩌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 동경을 여행가는 사람에게 간절한 부탁은 꼭 그곳 고려촌을 들려서 같은 핏줄의 뜨거운 情理를 나누고 그들의 근황도 우리에게 알려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깊은 계곡, 맑은 냇물 어쩌면 슬프고 哀切한 사랑의 사연도 수없이 있음직한 悲境에 사는 옛 王孫들께 神의 은총과 加護가 있기를 빈다.


오관록 기자 gwangju@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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