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효 숙 성동署
흙길이었어, 그때는
손 많이 다듬어진 보도 블록 위에
쉼터하고 철봉하고
너도,
문명이라는 시간 위에서 초연할 수는 없었을 거야
몇 겹 화장한 얼굴로 마주 서 맞는
현대인의 구둣발굽이
네게
더 안온함을 주었을 것이야
벌거벗은 나신으로 만났었지
우린
십 년하고도 몇 년이 더 흘렀나 !
이제
탄천변 잔디밭엔
정렬되게 앉아
앞 차 꽁무니만 쳐다보는 운전자들이 있고
쉼 없이 흘러가던 중랑천 물줄기는
시멘트 포장도로 밑으로 다 숨어버렸다던가
수줍고도
부끄럽던 우리 만남의 기억들까지
낯선 또 하나의 스키드마크를 그려 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