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희 섭 중부廳
밤새 한 몸이 되었는데도
아침부터 나를 눕히고
나는 그를 세웠다
그가 있음으로 비로소 만들어지는 나
그가 하는 대로 내 몸을 맡기기로 했다
마주하고 그의 모습 닮으려해도
자꾸만 작아지는 나
빛은 나의 존재를 일깨워주었고
정수리 지날 때 다시 한 몸이 되었다
이리저리 이끌리던 삶 조명해보면
나른한 눈꺼풀에
희미한 잔상들이 덮여진다
앞만 보고 살아왔던 어두운 기억들을
길바닥에 늘어놓는다
저녁노을로 길게 드러누운 나를
어둠 속으로 데리고 들어가면
고단한 하루가 그의 몸 속으로 스며든다
가끔은 떼어내고 싶은 아픈 흔적들
오관록 기자
gwangju@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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