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식 남대문署 납세지원과 관리팀장
거울 속보다 고요한 날
양지바른 블록 담 아래
노인들이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빈 부대자루처럼 접힌 몸
번갈아 의자를 부렸다 세우며
명함판 사진을 찍습니다
햇발도 참말 좋아
잎새들 초록초록 혀를 내미는데
이승의 끝자락, 마지막
그 밤을 지킬 모습이라니!
얼굴은 오래된 놋쇄빛이 되고
끊었던 담배에 손이 자꾸 가는데
주름 활짝 펴 웃으라는
빵모자 사진사의 주문에
덩굴장미만 벙긋벙긋 피어나는
날도 억수 좋은 날
영정(影幀)처럼 떠 있는 돛배 하나
늙은 복사나무 가지에 걸립니다
오관록 기자
gwangju@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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