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 식 남대문署
산은 깊고 조용한 심장을 가졌나보다
올올이 몸 풀어 실안개 피워내고
아우라지 질긴 물소리를 끌고 있다
세월 한켠에 묻혀 혼자 깊어 가는 것들
낮은 집 처마 밑에 매달린 씨 옥수수가
앞니 빠진 웃음 지으며 몸을 흔든다
폐광 입구 덤불 숲 허물어진 굿막 지날 때
뒷자리 누군가 길게 한숨을 토해낸다
금연경고 무시한 채 뿜어대는 담배연기
수취인 잃은 우편물처럼 객석 위를 떠돈다
(어느새 산도라지를 말아 피웠나?)
저것 봐! 굴참나무 숲이 키우는 아이들
장딴지 위로 꿈틀대며 기어오르는 햇살뱀
열차는 녹슨 철로 곁에 나를 부려놓는다
캔 커피 한 잔으로 여유를 부려보는데
눈빛 수상한 구절리 꽃나무들
날 세운 가지마다 장약을 품고
새들은 남폿구멍 속에 곰봇대를 밀어 넣는다
아라리의 봄은,
다이너마이트 심장을 가졌나보다
경고 싸이렌도 없이 폭발하여 튀는 파편들
붉은 피가 몰은대 발치까지 뿌려진다
듣거니 맺거니,
아라리 눈물꽃이 피었다
오관록 기자
gwangju@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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