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稅政詩壇]아버지의 바다

2004.11.29 00:00:00

이영식(詩人, 의정부署)


물때를 만난 성산포   
오병이어座 아래 목선 한 척 정박해 있다
갯내도 비린내도 거두고, 빈 배는
바람이 지날 때마다 뼈 부딪는 소리를 낸다
더 이상 출항을 꿈꾸지 않는 배
제 몸에서 빠져나간 시간을 추억하는
그래, 지금부터 나는
백사장의 저 늙은 배를 아버지라 부르겠다
아버지 사진 한 장 찍어드릴까요?
입고 계신 달빛이 너무 헐렁하세요?
왜 이리 몸이 가벼워지셨어요?
하품만 물고 있는 배를 끌고 집으로 향한다
바다가 멀어질수록 작아지는 배
서울이 가까워올수록 멀미를 하는 배
아버지 어깨 좀 펴세요
이제 태풍이나 큰 너울은 없어요
이밥에 고깃국 마음껏 드세요
고층아파트라 하늘도 가까워요
오병이어가 뛰노는 성경책도 여기 있어요
왜 잠 못 이루고 뒤척이세요?
늑골 밑으로 파도소리가 밀려드나요?
바다 속 동굴의 난생설화가 생각나세요?
아버지의 이부자리에 손을 넣어본다
침대가 울컥, 귀신고래 한 마리를 토해낸다.


강위진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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