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의 날 <<학생세금글짓기대회>> 초등부 금상

2000.02.24 00:00:00

맑은 물처럼 투명한 사회를 위해



“엄마! 탈세가 도대체 무슨 뜻이에요?”
막 밥을 한 수저 떠서 입에 넣으려고 하는 순간, 뉴스에서 나오는 말에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동생과 나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입을 모아 엄마께 여쭤 보았다.
“에그머니나!”
“쨍그랑!”
“으응, 탈세란 세금을 내야 할 사람이 부정한 방법을 써서 세금을 정직하게 납부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거란다.” 시골길 트럭 경적 소리처럼 갑작스럽고 큰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엄만 깨진 컵을 주섬주섬 쓸어 담으시면서 당황스레 대답해 주셨다.

“세금이라고요? 그럼, 세금은 또 뭐예요?”
“응, 세금이란^^^^^^. 아니다. 세금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으면 세금과 관련된 일을 하는 곳을 구경도 할 겸 밥 먹고 나서 세무서에 한번 가보렴. 거기 가면 안내 책자가 있을 거야.”
엄마는 식탁 주위에 여기저기 널려 있는 유리 조각들이 신경 쓰이시는지 그렇게 말씀하셨다. 난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엄마가 가르쳐 주신 장소로 헐레벌떡거리며 뛰어가 보았다. 그러나 아뿔사,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훔칠 겨를도 없이 난 두 다리에 힘이 쭈욱 빠지는 것을 느꼈다. `본 세무서는 대방동으로 이전하였습니다' 동작세무서라고 쓰여져 있어야 할 곳엔 대신 안내문만이 쌀쌀한 가을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윤영아,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축 늘어진 어깨로 문 앞에 서 있는 나를 보시고 아빠는 걱정스레 말씀하셨다.
그 동안 일을 말씀드리자 아빠께선 빙그레 웃으시면서 컴퓨터를 켜시고, 몇 번 마우스를 누르시더니 직접 `국세청'이란 단어를 쳐 보라고 하셨다.

더듬거리며 집게손가락으로 글자를 치자마자, “우와!” 화면 속에선 `국세청'이란 파란 글자 아래에 태극기가 펄럭거리고, 그 주위엔 세금과 관련된 내용들이 김밥처럼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다.
집에서 살림살이를 하려면 돈이 필요하듯이, 나라에서 필요한 일을 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거두어 들이는 돈이 세금이라고 나와 있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무기를 사고 국군 아저씨들을 훈련시키는 일, 초등학교도 무상으로 다닐 수 있게 하고 학교에 컴퓨터같은 기계도 사 주는 일, 그리고 도로나 수도 경기장 등의 시설도 모두 세금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심지어는 수해나 지진같은 재난을 당한 사람은 물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친구들도 도와준다고 한다. 지난번 IMF로 어려움을 겪을 때 직장을 잃고 생활하기 곤란한 분들에게 직업훈련도 시켜 주고 생활비를 지급한 것도 세금으로 한 일이었고, 얼마 전 용감한 국군 아저씨들을 동티모르란 나라의 평화를 위해 파견할 때 들어간 돈도 모두 세금이란 아빠의 설명에 나의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다.

그리고 그 놀라움만큼이나 나를 당혹스럽게 한 것은 뉴스에 나온 바로 그 아저씨들이었다.
`세금 때문에 그렇게 중요하고도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데, 왜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뭉게구름처럼 머릿속에 피어올랐다. 우리가 연필이나 콜라를 살 때도 세금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데 더구나 그 아저씨들은 몇 백원 몇 천원도 아닌 상상하기조차도 어려운 많은 돈을 탈세했다는 사실에 아예 온 몸의 기운이 싹 빠져 버리는 것 같았다.

“이런 돈이 부족해서 월드컵 경기장 짓는데 차질을 빚고 있다니…….” 얼마 전 아빠께서 신문을 읽으시다가 안타까운 듯이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난 그 아저씨들이 탈세했던 금액이라면 멋있고 웅장한 축구 경기장 하나는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 아저씨들의 험상궂은 얼굴 옆으로 수백억원의 돈을 대학에 기부하고 또 자기가 죽은 다음에는 재산을 자녀들에게 상속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컴퓨터 황제 빌 게이츠의 안경 낀 얼굴이 아련히 떠올랐다.
같은 시대에 살면서 그리고 같은 부자이면서 왜 빌 게이츠와 그 아저씨들은 이렇게도 다른 모습일까? 아니면 돈에 대한 욕심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했던 것일까?

문득, 얼마 전 읽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하루에 달린 거리만큼의 땅을 가질 수 있다는 말에 하루종일 쉬지도 않고 뛰어 다니다가 결국은 죽고 말았다는 어리석은 사람, 그리고 죽은 다음 그 사람이 차지한 땅은 고작 무덤하나 들어갈 공간에 불과했다는 얘기…….
욕심이 지나치면 화를 부른다는 평범한 교훈을 경시했던 그 아저씨들이 동화책 속의 주인공처럼 여겨졌다. 욕심을 버리고 나눔의 마음으로 정당하게 세금을 납부했다면 과연 먼 나라 사람 빌 게이츠의 얼굴이 굳이 더 멋있게 느껴졌을까?

오늘은 힘들었던 만큼 보람도 많았던 것 같다. 세금이 뭔가도 알았고, 어디에 쓰이는지 그리고 왜 세금을 내야만 하는지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책가방만큼이나 내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움을 느끼고 있다. 어떻게 하면 탈세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 내가 할 일은 과연 무엇일까?
우선 친구들에게 세금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을 말해 줘야겠다. 그러면 그 친구는 또 다른 친구들에게 말 할거고^^^^.
이렇게 계속되다 보면 언젠가는 모두가 세금의 중요성을 깨우치게 되겠지. 또한, 세금으로 만든 시설들, 예를 들면 공원이나 도서관 등을이용할 때도 깨끗이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작은 시내가 모여 바다를 이루듯, 이런 작은 노력들이 쌓인다면 내가 어른이 될 즈음에는 지난 여름 놀러 갔던 계곡의 맑은 물처럼 그렇게 투명하고도 깨끗한 사회, 하얀 눈송이처럼 아름다운 세상이 되겠지. 그리고“엄마! 탈세란 도대체 무슨 뜻이에요?”란 곤란한 질문도 받지 않겠지.
그런 세상에 사는 내 모습. 상상만 해도 마음이 뿌듯하다.


박정규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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