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의 날 <<학생세금글짓기대회>> 중등부 금상

2000.02.24 00:00:00

아버지와 세금


우리 집은 다른 농촌의 가정과 다를 바가 없는 평범한 집이었다. 부모님은 농사철이면 늘 들에 나가서 일하시고 겨울이면 비닐하우스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느라 쉴 틈없이 일만 하신다. 그런 부모님을 볼 때마다 못난 나 때문에 고생하시는 것 같아 늘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게다가, 열심히 일을 해도 별 소득을 얻지 못해 농사일을 좋아하지 않던 아버지께서는 다른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는 사업을 하기로 작정하고 농협에서 융자를 얻어 사업을 시작하셨다. 그 사업이란 것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하고 있는 골재 사업에 돈을 투자해, 일을 하시는 것이었다. 그 때부터 아버지의 얼굴에는 늘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처음에는 융자까지 얻어서 시작한 것이라 별로 좋게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업은 점점 더 잘 되어 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농협 융자까지도 모두 갚을 수 있었다. 우리 집은 예전보다 더 잘살 수 있게 되었고, 그만큼 행복도 늘어나는 것만 같았다. 세상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 집은 늘 행복할 것만 같고, 그 행복이 깨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해 보지 않았다.

그것도 잠시 뿐,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께서는 평소 마시지도 않던 술에 만취해서 밤 늦게서야 집에 들어오셨다. 그 순간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날부터 어머니와 아버지께서는 자주 부부싸움을 하셨고, 아버지께서는 집에 오시지 않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방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데, 아버지 일 때문에 걱정하시던 어머니께서 잘 아는 친구분들에게 전화를 걸어 아버지의 행방과 사업을 물으셨다. 아버지 걱정은 되었지만 내가 나설 문제가 아니라서 그냥 모르는 척 공부를 하고 있었다. 잠시 동안 이야기를 나누시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흐려지는 눈치였다. 어머니는, 나와 동생을 앉혀 놓고 앞으로는 생활이 많이 힘들어질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얼마 후, 집에 돌아와 보니 농협에서 빚을 갚으라는 독촉장이 와 있었다. 빨리 융자를 갚으라는 것이었다. 아버지께서 가족들 모르게 또 융자를 얻어쓰신 것이었다. 우리 집은 그 돈을 갚을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논밭을 모두 팔아서 빚을 갚게 되었다. 그리고 난 후에도 아버지께서는 사업을 계속 하셨다. 사업이 잘 되지 않자 아버지께서는 골재 채취량을 속여서 세금을 적게 내려다 어머니와 말다툼까지 하셨다. 하지만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결국 아버지 사업은 망하고, 우리 집은 금방 거리에 나앉을 정도의 신세가 되었다. 소문은 금방 온 마을에 퍼졌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이장 어른의 도움으로 결국 우리 집은 파란색 일반 의료보험카드가 아닌 무궁화가 그려있는 흰색 의료보험카드를 가지게 되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은 그래도 견디기 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학교에서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되는 것만은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이장 어른의 주선으로 국가에서 매달 일정액의 생활 보조금을 받고 진료비 혜택을 받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거기에다 IMF이후 국가에서 실시하는 공공근로사업이 우리집에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 평의 땅도 없어 이웃에 품을 팔아야 먹고 살던 우리 형편에 할 일이 주어진다는 것은 너무나 기쁜 일이었다. 처음에는 어머니가 공공근로사업에 나가야 한다는 것이 창피해서 말하기조차 싫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공근로사업이 우리 집에 얼마나 많은 혜택을 주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평소 공공근로사업에 관심이 없었던 나도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우리가 내는 세금의 고마움과 중요성을 느낄 수가 있었다.

어머니가 공공근로사업에 나가셔서 일을 하신 지 약 1개월쯤 지났을까. 유난히 그날 따라 어머니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먼저 어머니에게 말을 걸었다.
“어머니, 어디 몸이 불편하세요?”
“아니다, 배가 조금 아파서···. 약 먹으면 괜찮아지겠지 뭐.”
“병원에라도 한번 가 보세요.”

그런 상태로 며칠이 더 지났다. 어머니 병세가 많이 악화돼서 결국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으셨다. 의사의 말로는 위암 초기라고 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생활하기도 힘든데 어머니의 병원비까지, 정말 큰 걱정이었다. 생활보호대상자라서 평소에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데 의료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미안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어머니는 열심히 치료를 받았고 덕분에 완쾌되었다. 우리 집에 일어난 여러 가지 일 때문에 나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의 일을 혼자서 모두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크게 깨달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럿이 모여서 공동체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것 같다. 우리 집은 생활보호대상자라는 것 때문에 나라에 세금을 내기보다 혜택을 받는 쪽이지만, 세금의 대부분은 중류층의 사람들이 부담하고 있다고 한다. 그 돈의 일부가 우리 집같이 어려운 가정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사회 시간에 우리 나라 국민이 지켜야 할 의무에 대해 배운 일이 있다. 그 의무는 국방의 의무, 교육의 의무, 근로의 의무와 또 한 가지 납세의 의무를 국민의 4대 의무로 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납세의 의무는 모든 국민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 국가는 국민이 의무를 다하고 스스로 법을 지키며 책임을 다할 때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 말은 곧 세금은 민주 국가를 움직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 세금이 없다면 우리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없다는 것과 같다.
우리는 모두가 세금의 혜택을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거의 모든 국민이 세금을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세금과 연관이 되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우리 나라의 인구는 개미와도 같이 많다. 미국같은 큰 나라들에 비하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국토의 면적에 비하면 인구 밀도가 높다고 한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 중에서 한 사람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간혹 있다. 그 사람들에게 구우일모(九牛一毛)라는 고사성어를 소개하고 싶다. 소 아홉 마리의 털 중에서 뽑은 하나의 털이라는 뜻이다. 많은 사람이 세금을 내는 데 나 한 사람 빠진다고 무슨 영향이 있겠느냐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세금을 내는 것이 의무라서 생활이 어려워 절실하게 필요한 돈을 세금으로 내는 사람도 있지만, 돈이 많으면서도 세금을 속여서 내는 사람들도 있다. 구우일모 같은 생각을 모두가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큰 문제이다. 소의 털 하나하나가 모여서 한 마리의 소가 되듯이 우리가 세금을 내지 않는다면 우리 나라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잘사는 이유 중 하나가 국민들이 세금을 잘 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나라에서 경제를 발전시켜 일터를 만들고 복지 생활을 누리도록 하며, 더욱 잘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것이다. 국민이 누리는 복지 생활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나이가 들었을 때 노후를 보장해 주고 생활하기에 편리하도록 문화시설과 의료시설, 그리고 각종 편의시설같은 것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 나라에서도 실시하는 국민연금제도를 들 수 있다. 우리 국민은 대부분 나라에서 하는 일의 의도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그에 대하여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기 때문에 IMF를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가족은 이번 일로 세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아버지께서는 지난 일을 크게 후회하고 앞으로는 정정당당하게 일을 하고 세금을 내겠다고 하셨다. 나도 커서 어른이 되면 나에게 주어진 몫의 세금을 꼬박꼬박 납부하겠다.
그리고, 나라에 세금을 내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마음으로 성실히 살겠다. 동병상련이라는 말처럼, 우리 집이 이번에 큰 도움을 받았듯이 내가 꼬박꼬박 납부한 세금으로 더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세금의 중요성을 깨닫고 납세의 의무를 다할 때에 이 사회가 똑바로 유지되고, 서로가 믿고 살 수 있는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사회가 되리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오늘도 우리가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을 기다리며…….



박정규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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