寸鐵活人 - 光州川 夜話

1999.11.08 00:00:00

- 光州에는 이장덕의 先知가 있었다

속검은 공무원과 한사람 악덕업자의 잘못으로 귀여운 어린이 80명이 불에 타죽는 얄궂은 세상-. 나는 맑아진 광주천변을 지날때마다 한사람 양심적인 공무원의 행동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위해 공헌하는가를 생각하고 깊은 감회에 잠긴다.
5·16 즉후의 일이었다. 전라남도 건설과 처분계 주무자로 있던 나는 군정으로 졸지에 힘을 얻은 세도정객 某씨로부터 엄청난 청탁을 받았다.
광주천변 양편(양림교에서 양동시장까지 약 4㎞)에 상가를 조성할테니 그 부지의 점용허가를 내달라는 것이었다.

`일이 잘되면 당신을 그대로 두겠소? 지사님께 말해서 당신이 원하는 좋은 자리로 옮겨드리고 끝까지 당신의 뒤를 봐주겠소'하면서 5만원짜리 수표 한 장을 내 호주머니 속에 쑤셔넣는 것이었다.
나는 처음에는 법규상의 난점을 들어 그 불가함을 말했더니 상부에 다 연락이 돼 있으니 염려말고 서류만 만들어 올리면 된다는 바람에 나는 `귀걸이를 코에 거는 식'의 적당한 법규에 끼워맞춰서 `도시미화에 무해하다'는 (차마 유익하다고는 할 수 없어서) 의견을 붙여 결재를 올렸다.

그러자 건설과장 김윤진(金潤鎭)씨는 서류를 몇장 넘기다 말고 나에게 옆자리에 앉기를 권하더니 “장 계장도 이 일로 무던히 시달리고 있소 그려. 그러나 우리 한번 깊이 생각해 봅시다. 이것은 우리 두 사람 손만 거치면 이대로 시행이 되고 마오. 그리되면 광주천과 광주시민의 그 면면한 긴 연분도 끝장이 나는거요. 무더운 여름 밤 천변길을 거닐면서 땀을 식히고 무등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에 빨래하는 여인들의 그 정겨운 모습을 어디서 찾는단 말이요? 나는 객지 타도 사람이오. 종이쪽 한 장에 훌쩍 여기를 떠나면 그만이지만 장형 당신은 여기서 일생을 사셔야 할 분 아니오. 자손 만대 두고 욕먹을 짓을 하셔야 되겠소? 설사 이 일로 해서 이 자리를 쫓겨나는 한이 있더라도 30만(당시) 광주시민의 정서생활을 지켜준 보람만으로 충분하지 않소? 우리 서로가 이 자리에 있기를 잘했다고 생각합시다”하면서 부끄러움에 고개를 못드는 내 손에 서류를 되돌려주는 것이었다.

나에게 거금 5만원(지금 돈으로는 천만원이상)을 쥐어주고, 원하는 좋은 자리까지 약속(?)했는데 과장에게는 그 몇배 몇십배의 돈과 숱한 회유와 공갈이 있었을 것인데 `경기도 화성군 씨랜드'는 이장덕(李長德) 계장이 그렇게 버텼어도 결국 허가가 나서 그 참화를 불렀지만 광주천은 그분의 은덕으로 지금도 그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니…

김윤진 과장님의 뛰어난 공적은 백만 광주시민에게 크나큰 기여를 하고있는 것이다.
그 후 얼마 안되어 그분은 군인도지사와의 의견충돌로 공직을 그만두고 고향 경북으로 돌아가고 나 역시 군인정치가 싫어 20년간의 공직생활을 내던졌지만….
지난 화성군 씨랜드사건에서 알게 된 이장덕 계장의 그 곧고 깨끗한 처신에서 그 때의 김윤진 과장에게서 받은 감동을 반추하는 기쁨을 맛보았다.

김윤진씨는 지금 90세가 넘은 고령으로 생존해 계시다면 한번 만나뵙고픈 마음 간절하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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