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구성비 선진화

2000.01.03 00:00:00

■새 천년 테마기획【1】한국조세 과제와 전망


`돈 많은 재벌이 음료수 한 병을 사 먹으나 고사리손의 어린 아이가 사 먹어도 똑같은 세금을 부담해야 하느냐' 지난 20세기 조세정책은 계층간 업종간 세부담의 형평성과 직·간접세의 불균형을 어떻게 해소하는지가 끊임없는 화두로 자리잡아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새 밀레니엄시대에서의 조세정책 화두 역시 세부담의 형평성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성싶다.

새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대

그러나 새 밀레니엄시대에서의 조세정책은 글로벌화, 정보화 및 지식경제화, 지방화 등 조세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상응한 변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지난 세기에서의 패러다임을 과감히 전환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대전제가 목전에 다가왔다.

이는 앞으로의 조세정책이 세부담의 불공평 해소를 위해서 소득세·법인세·상속세율 등을 무한정 인상할 수 없거니와 서민들의 간접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부가세 특소세 등 소비세를 한없이 내릴 수도 없는 급격한 조세환경의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0세기가 폐쇄경제시대였다면 21세기는 국경없는 경제전쟁시대인 완전개방 경제체제로 전환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세정책에서 세부담 형평성 문제는 매우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사항이지만 개방화가 진전되면서 형평성을 고려한 정책을 입안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도래되고 있다.

세부담형평성을 위해 법인세율을 인상한다고 할 경우 많은 기업들은 세부담이 가장 낮은 국가로 이동하게 될 것이며, 또 각 국도 이러한 세원을 유치하기 위해 가장 낮은 세율을 적용할 것이라는 것이다.

한 예로 세부담이 기업의 위치선정에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지만 법인소득에 대해 가장 낮은 세율이 적용되고, 조세지원이 가장 많은 나라로 많은 기업들이 이전하고 있는 것이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외국법인을 많이 유치함으로써 세율인하 및 조세지원으로 인한 세수감소분을 보충할 수 있고 오히려 세수증가를 꾀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기업들도 이러한 나라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등 낮은 세율, 조세지원으로 인한 기업의 위치선정이 많이 이뤄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실제로 현재 국제기업들도 많이 찾는 잉글랜드의 경우 일반적인 법인세율은 40%이지만 제조업에 대해서는 10%를 적용함으로써 각 국의 기업들로부터 세부담측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이러한 직접세의 세율은 법인세 뿐만 아니라 개인소득세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견해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세부담 역진성의 필연

또한 새 시대에는 세부담의 불공평을 위해 직접세를 올리지 않는 대신 세부담의 역진성을 해소하기 위해 특소세를 올리고 부가세 등 소비세제의 세율을 어떻게 낮출 수 있으며 개방경제시대에는 이런 방법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새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상품구매가 세제에 민감하게 작용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개방화정도가 미약해 당장 피부로 느낄 수 없으나 각 국의 경계가 무너진 유럽의 경우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 현진건 박사는 “94년 캐나다의 경우 국민들의 담배소비를 줄이고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담배관련 세율을 높였지만 캐나다의 담배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담배가격이 낮은 미국의 국경에서 담배를 사게 됨에 따라 이러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할 수 없었다”고 소개했다.

폐쇄경제하에서는 소비관련 세율이 낮아지면 세수가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개방경제하에서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세율이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품목을 구입하기 위해 타국의 소비자가 이동해 오므로 세수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 박사는 “새 밀레니엄시대에서의 소비세율정책은 두 가지 형태, 즉 무게가 덜 나가고 부피가 작은 고가의 사치품은 세율에 따라 세수가 민감하게 작용하는 반면 무겁고 부피가 큰 저가의 물품에 대해서는 국가간 세율차이로 인한 소비자들의 국가간 이동이 적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고가의 사치품에 대해서는 세율을 낮추고 저가의 품목에 대해서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기존의 조세정책 방향과는 상충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며, 소비세제의 역진성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따라 새 밀레니엄에는 “이동성과 은닉성이 없는 토지에 대한 세부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명제도 던져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세체계 간소화 필요

이와함께 새 밀레니엄시대의 새로운 조세정책이 이루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조세체계를 간소화시키는 일이다.

조세연구원 노영훈 박사는 “그동안 우리 세제는 경제개발과 과세의 공평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복잡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으나 앞으로는 성숙된 시장경제체제에 부응하기 위해서 선진국처럼 간소화·명료화된 조세체계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조세정책의 장기비전으로서 “납세협력 비용을 최소화하고 납세자의 편익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세정을 끊임없이 개혁해 나가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결국 지금까지는 납세자들로부터 세금을 잘 거둬들이는 기술을 거위의 털을 뽑는 것에 비유해 거위의 비명을 가장 작게 하면서 거위털을 가장 많이 뽑는 것을 제일로 평가했으나 새 밀레니엄시대에는 이러한 기존의 정책사고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많은 조세전문가들이 새해 벽두에 던지는 화두다.

현진건 박사는 “폐쇄경제하에서는 거위의 털을 뽑아도 거위가 피할 곳이 따로 없었으나 지금 개방경제하에서의 거위는 털이 많이 뽑히게 되면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릴 것”이라며 새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서주영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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