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우리나라 세제의 개편과정 평가 및 중장기 개혁방향(3)

2006.04.24 00:00:00

선심성 의원입법 자제돼야


 

한편 실지거래가액이 아닌 기준시가에 의한 과세제도도 세수포착률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실지거래가액과 기준시가 중에서 선택해 양도소득을 계산하고 이에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게 하는 계산구조는 거래단계에 따라 실지거래가액과 기준시가를 교차해서 적용함으로써 과세소득을 줄일 수 있는 불합리한 제도이다. 또한 1세대1주택 비과세제도는 거래 당시 영수증을 제대로 교부하고 교부받을 동기를 유발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등기를 실제 거래가액으로 하도록 규정한 관련법령이 엄격히 집행될 수 있도록 하고 거래가액을 속일 경우 손해보는 거래상대방이 있도록 양도소득세 과세체계를 재정리해야 한다.

최근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 사이의 세금부담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근로소득자의 경우 급여를 지급하는 기업에서 비용으로 인정받기 위해 지급총액을 낱낱이 국세청에 보고하기 때문에 근로소득자들은 숨김없이 세금을 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영업자의 경우 현금거래 고객이 현금영수증을 요구하지 않으면 수입금액을 누락하더라도 국세청이 적발하기가 매우 어렵다.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 사이의 세금부담 불균형은 공적연금부담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유리지갑인 근로소득자의 상대적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을 강화하는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인 음식이나 개인서비스에 대해 현금으로 대금을 결제하고 적절한 영수증을 수취하지 않게 되면 여러가지 세금이 동시에 포탈된다.

자영업자 수입금액 누락을 방지하는 최선의 방안은 신용카드 사용이다. 후불카드뿐만 아니라 선불카드나 직불카드로 결제할 경우 자영업자는 수입금액과 소득금액을 속일 수 없게 된다. 신용카드를 사용한 근로소득자의 경우 2005년 지출분까지는 총 급여액의 15%를 초과하는 사용금액에 대해서는 20%의 소득공제를 적용한다. 예를 들어 소득세율 30%에 해당하는 근로소득자는 일정금액 초과 사용시 카드사용금액의 6%에 해당하는 세금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신용카드 사용 세제혜택은 카드 사용을 증가시켜 자영업자 수입금액 포착률 제고에 획기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2006년부터 소득공제율을 20%에서 15%로 인하하도록 소득세법을 개정했다. 신용카드 사용 확대를 유도한다고 선전하면서도 실제로는 이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세법을 개정한 것이다. 이는 세수부족을 보충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이나 세수증대 보다는 근로소득자의 불만을 증대시키고 자영업자 과세포착률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신용카드 공제와 의료비 공제의 이중공제 금지조항도 각각 성격이 다른 공제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무리수이다. 2005년분은 그 적용이 유예됐지만 2006년도분부터 적용되는 선택방법은 전문가도 이해하기 힘들만큼 어렵다. 의료비 공제는 사회복지정책 차원에서의 지원으로 이를 신용카드 공제와 중복적용을 따질 일이 아니다. 신용카드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이중공제를 계속 허용해야 할 것이다.

신용카드를 소지하지 않은 청소년층 등을 대상으로는 휴대전화를 활용한 현금영수증 발행제도를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공제대상 근로소득이 없는 계층에 대해서는 부담한 부가가치세 중 일부를 돌려준다는 차원에서 현금 환급방식도 검토해볼 필요성이 있다.

국세청이 개발비용을 투입해 간편하고 신속하게 영수기록을 확보해 과세자료로 쓸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개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4. 세법개정과정의 정치화
지금까지 정부는 매년 정기적으로 또는 경제환경에 따라 필요시마다 세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정기국회에 제출하는 세법 개정안 마련시 과거에는 4인 가족 기준 근로자 면세점이 정치적 쟁점이었다. 일반적으로 야당에서는 이를 더 높이자고 주장하고 정부 여당은 방어하는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세율구조와 소득공제 금액이 매년 너무 자주 바뀌어 국민들에게 혼란거리가 됐었다. 또 매년 세법 개정에 손을 대다 보니 세법이 누더기가 되고 조문도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조세특례제한법은 과거의 조세감면규제법과 함께 누더기 개정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한편 외환위기이후 재정경제원의 정부예산부문이 기획예산처로, 금융감독부문이 금융감독위원회로 이관되자 경제부총리 부서인 재정경제부의 정책 조정기능이 극히 약화됐다. 이에 따라 재정경제부가 경기 활성화 대책 및 부동산 대책의 수단으로 세법개정을 너무 자주 사용하고 있어서 조세의 중립성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세제운용의 장기적 목표를 정하고 땜질식 단기처방을 지양해야 할 것이다.

최근 시민단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세금 감면 청원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또 선거시 투표를 의식한 국회의원들의 인기 위주의 세금감면 법률안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여성단체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 2004년도부터 여성용 생리대가 부가가치세 면세품이 됐다. 부가가치세 면세란 당해 제조업자가 창출한 부가가치에 대한 금액만 세금이 면제되는 부분면세제도이며 가격인하효과가 소비자에게 모두 돌아간다는 보장도 없다.

여성 생리대와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유아용 기저귀와 남성용 면도기도 면세대상이 돼야 한다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논쟁의 심도는 더욱 격화돼 면세만으론 부족하다면서 생리대 제조업자의 매입세액도 돌려주는 영세율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법률안도 제출됐다.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생활필수품을 구체적으로 따지자면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 조명을 위한 전구, 매일 사용하는 속옷, 신발, 칫솔, 화장지 등 생활필수품은 다양한데 이를 모두 부가가치세 면세대상으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가지 재화나 용역을 무리하게 면세대상으로 정했다가는 이와 유사한 성질에 대한 면세 청원이 봇물을 이루기 마련이다.

세수입 기반을 조금씩 무너뜨리는 선심성 의원입법은 자제돼야 한다. 세법 개정안 발의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합리적 조정이 요구된다.


강동진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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