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출신 세무사 개업 `봇물'

2000.01.24 00:00:00

작년말 명퇴자 하루 수십명씩 개업 사무종사원, 일거리 확보 `별따기'

최근 일선세무서를 가다 보면 세무서 인근 건물들에서 환하게 인쇄된 새로운 간판들을 많이 보게된다. ○○세무회계사무소 간판들이 그것이다.

지난해 퇴직한 5백67명의 국세공무원들과 세무사고시에 합격한 순수 전문세무사 자격사들이 속속들이 세무대리인으로서 개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세무사 개업러시가 아니라 `엑소더스'다. 실제로 지난 8일과 15일에는 국세공무원 출신들의 개업이 이날에 집중돼 현직공무원들이 개업축하를 위해 어느곳을 방문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하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국세공무원들의 엑소더스 현상은 국세공무원을 계속한다고 뾰족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영업으로 제2인생을 설계해 보자고 하는 데서 기인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속내로는 오는 4월총선이 끝나면 공무원들의 명퇴수당이 폐지되고 퇴직금도 줄어들 것이라는 풍문으로 목하에 퇴직해 퇴직금이라도 두둑히 받아 개업을 하자는 생각으로 퇴직한 공무원들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엑소더스 현상은 세무사 개업에 적잖은 문제점을 안겨 준다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많은 세무사들의 개업열풍으로 업계 전문성의 제고와 납세자들에 대한 서비스 질이 확대된다는 이점도 있으나 현실적으로 경쟁력의 약화로 기존세무대리인은 물론 신규개업자들도 사무실을 꾸려나가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새로 개업한 세무사들의 경우 경력 여직원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거나 세무사들의 주 수입원인 기장대리업체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기존의 건수를 매수하려고 해도 물량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로인해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장건수를 매수할 경우 1년치의 수임료를 매수대금으로 지불했으나 최근에는 1년6개월치로 수임료가 크게 올랐다는 것이 최근 개업자들의 고백이다.

물론 조직속에서 허리를 굽혀가며 근무하는 것보다 능력이 된다면 자영업을 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더없이 나은 방편일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조직을 떠나면 그동안 조직속에서 공무원으로서 누린 혜택이 없어진다는 점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또 자칫 세무대리업계의 시장교란과 실패에 따르는 소외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많은 국세공무원들이 세무사 개업러시를 이루는 것은 세정개혁 등에 따른 여건변화이지만 현직에 있을 경우 세무사들과 기장업체의 성실신고 유도를 위해 닦달만 했지 국세공무원인 자신들이 향후 뛰어들 시장의 확보는 염두에 두지 않았던 사람들이 결국은 세무사로 개업하고 있는 상황이 아이러니컬하다”는 것이 국세공무원들의 세무사개업 엑소더스를 보는 한 현직 세무사의 소회다.


서주영 기자 info@taxtimes.co.kr
- Copyrights ⓒ 디지털세정신문 & taxtime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발행처: (주)한국세정신문사 ㅣ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17안길 11 (서교동, 디.에스 빌딩 3층) 제호:한국세정신문 │ 등록번호: 서울,아00096 등록(발행)일:2005년 10월 28일 │ 발행인: 박화수 │ 편집인: 오상민 한국세정신문 전화: 02-338-3344 │ 팩스: 02-338-3343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화수 Copyright ⓒ 한국세정신문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