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 論] 성실하게 납세한 국회의원을 선출하자

2000.03.16 00:00:00

崔 明 根 경희대 교수



땀을 흘려서 번 돈이 타의에 의해 줄어드는 것을 달가워 할 사람은 없다. 이것이 사람의 본능이다. 따라서 소득이 줄어드는 납세를 즐겁다고 할 사람도 없다. 납세를 스스로 성실히 하는 사람은 이러한 본능의 차원을 넘어선 국가관과 도덕성을 갖춘 정직성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납세의 성실성은 그 사람의 국가관 내지 도덕성ㆍ정직성을 측정하는 척도로 삼을 수 있다. 세금을 회피하거나 탈세한 사람은 이러한 관점에서 보아 나라를 이끌고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도 지나치지 않다.

개정 선거법이 국회의원 후보등록을 할 때 최근 3년간의 소득세와 재산세의 납부실적증명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한 것은 우리 정치의 일보 전진이다. 국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납세의 기본의무도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한 사람이 어떻게 국민의 세금으로 세비를 받으면서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가?
더욱 자신의 소득이 감소되는 고통을 피하기 위하여 세금을 속인 사람에 대하여는 그 정직성을 믿을 수 없다. 그러므로 유권자는 국회의원 후보자의 사람됨을 우선적으로 그의 납세 성실도에 의해 판단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문제는 제출된 납세실적증명서를 보고 그가 납부한 세금액수는 알 수 있지만, 그 납세가 정직했는지는 가늠할 수 없다는데 있다. 그 정직 여부를 가늠하려면 최소한 소득세 신고서와 세무관서의 조사결정서 내용을 분석해 보아야 가능하다.
또한 금융소득은 1997년 귀속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분리과세 원천징수로 끝났고, 1998년 발생분 금융소득에 대하여는 소득세 원천징수자료를 국세청에 제출하지도 못하도록 했기 때문에 분리과세 원천납부한 납세실적은 이를 사람별로 집계할 수가 없다. 이러한 현실은 후보자들의 납세실적증명서의 제출에 불구하고 유권자들이 납세성실도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어 있다.
그렇다고 입후보자들의 소득세 신고내용과 세무관서의 조사결정서를 공개하라고 하기도 현행법 하에서는 어려운 실정이다. 납세한 금액의 공표는 개인의 사생활권 침해가 아니지만, 소득세신고서 또는 세무관서의 조사결정서에 상세히 기록된 사실관계의 공표는 그 중 일부가 납세자의 사생활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가경영의 중책을 맡거나 국민을 대표해서 의회활동을 하는 공인(公人)의 사생활권은 그 보장정도를 달리하는 합리적 차별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공인은 그의 사생활에 대해서 보다 공인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에 비중을 두어 행동해야 하고,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우리의 법적 사회적 질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과 영예(榮譽)를 일반 국민보다 더 누리고 있다. 그러한 대가로 사생활권 보장의 장막을 그  정도만큼 제거해도 불합리하지 않다. 유권자는 오히려 입후부자들의 사생활을 발가벗겨 놓고 그의 정견과 정직성을 판단하여 투표할 권리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입후보자의 납세 내용을 이루고 있는 사실관계까지 유권자가 공유하도록 공표하는 제도로 발전해야 한다고 보면 현행법은 아직 미흡하다.

공인들의 납세문제와 관련하여 또 한가지의 문제가 있다. 우리의 현실적 정치행태는 정치인들이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는 것이 공인된 비밀이며, 이를 부인하는 사람은 국민 중 극소수라고 추측된다.
그런데 그 돈의 출처와 그러한 정치인의 납세상황은 베일 속에 감추어져 왔다. 정치자금법이 허용하는 돈으로서 중앙선거위원회에 보고되고 조세특레제한법에 의해 소득세와 증여세가 면제된 돈에는 세금부담의 문제가 발생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음성정치자금을 정치인이 받으면 다른 법의 제재는 무시하고 하더라도 세법상으로는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에 대해 흔히 그 받은 돈은 정치인 개인이 받은 것이 아니고 정치자금으로 받아서 정치활동에 쓴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음성정치자금을 지구당에 준 것이라면 정당의 법인격은 영리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증여세가 과세되어야 하고, 그러한 음성정치자금이 정치인 개인에게 준 것이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증여세 과세대상이 되는 것이다.
본래 증여세의 과세에서는 받은 돈의 사용처가 어디냐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이러한 음성정치자금에 증여세를 제대로 과세하기 시작하면 깨끗한 선거, 돈 쓰지 않는 깨끗한 정치로 탈바꿈하는 개혁의 불길이 번져 나갈 것이다.

이번의 4.13 국회의원 선거를 시발점으로 공인의 납세실적을 공개적으로 검증하는 역사적 행보가 미흡한대로 시작되었다. 듣기로는 각 정당의 입후보자들이 납세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 번 선거에서 납세문제가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서로 탈세폭로전을 하리라고 한다. 탈세는 서로 폭로하라! 입후보자 모두의 납세성실도를 발가벗거라! 라고 나는 제언한다. 이는 우리사회를 납세에 정직한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미국처럼 소득세를 정직하게 납부하지 아니했다는 사실 한가지만으로 부통령이, 심지어는 대통령이 자리를 물러나는 그러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날처럼 자신은 세금을 슬슬 속이면서 힘없는 잔챙이 기업만을 꽁꽁 묶는 규제덩어리의 세법을 만드는 그러한 국회의원은 이 땅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김종상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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