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과유불급

2011.03.07 09:10:05

尹亨夏 부장

국세청이 제45회 납세자의 날을 맞아 지난 2일 국세청장 표창 이상 총 526명의 모범납세자 선정 소식을 발표했다.

 

 그간 '납세자의 날'과 관련한 모든 발표가 기획재정부이었던 전례에 비춰볼 때 상당히 이례적인 보도자료 배포다.

 

 기획재정부 또한 당일 오후 2시에 평년처럼 납세자의 날 보도자료를 배포해 상급기관과 산하기관 간에 경쟁적으로 홍보자료를 배포하는 이상한 모양새가 연출됐다.

 

 보도자료의 엠바고 시점에서도 이해하기 힘든 해프닝이 있었다.

 

 국세청은 당초 발표한 보도자료의 엠바고 시점을 온라인 매체의 경우 2일 정오로 명시한 반면, 기획재정부는 평년처럼 납세자의 날 행사 당일인 3일 오전 10시로 지정했다.

 

 동일한 행사임에도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보도자료 발표시점을 달리 잡은 셈으로, 정부부처간의 어긋난 내부조율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국세청은 결국 각 언론사에 긴급공지를 띄워 기획재정부와 동시간대인 3일 오전 10시로 엠바고 시점을 정정 요청했으며, 업무협의 과정에서 일부 의사전달이 잘못돼 발생한 일임을 시인했다.

 

 국세청이 전례에도 없던 모범납세자 선정 보도자료를 상급기관인 기획재정부와 충분히 조율하지 못하면서까지 굳이 욕심을 내면서 발표한 이유는 뭘까?

 

 보도자료에 담긴 내용을 보면 그 이유가 어렴풋하게 감지된다.

 

 국세청은 올해 모범납세자의 경우 예년의 납세실적을 위주로 한 대기업 및 수도권기업 선정 관행에서 벗어나 중소기업과 제조기업을 발굴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 결과 국세청장 표창 이상 모범납세자 526명 가운데 중소기업이 335(63.7%), 지방기업이 261(49.6%)을 점유하는 등 점유비가 지난해에 비해 각각 19.4% 8.6% 이상 늘어났다.

 

 MB정부의 국정기조인 '중소기업 및 서민지원'을 국세청이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음을 외부에 알리기 위한 일련의 과정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계 초침을 뒤로 돌려 보면, 국세청은 얼마 전만 해도 모범납세자 가운데 극히 일부가 5년 주기로 연이어 선정되는 시비가 일자, 선정과정에서는 기계적인 기준에 의할 뿐 어떠한 의지(?)도 작용할 수 없다고 강변한 바 있다.

 

 그랬던 국세청이 자신들이 직접 배포한 보도자료에선 올해는 중소기업과 제조업체를 발굴하는데 역점을 뒀다고 밝히고 있다.

 

 바꿔 말하면 금번 모범납세자 선정작업 과정에선 국세청의 의지가 작용했음을 노골적으로 얘기하고 있는 셈이다 .

 

 국세청 관계자 또한 "정부의 국정기조에 맞춰 이번 모범납세자 후보군 선정시 중소기업 발굴에 공을 들였다"고 크게 부인하지 않았다.

 

 대기업 등에 집중됐던 모범납세자 선정이 중소기업 및 성실 지역기업으로 확대되는 것은 잘 된 일이다.

 

 그럼에도 정권의 정책기조를 따르는데 급급해 과거 대외적으로 내세웠던 원칙을 슬그머니 내린다면, 지금의 원칙 또한 원칙이라 할 수 없을 것 같다.

 

 눈앞의 성과를 위해 원칙을 버리는 것이야말로 '과유불급'의 또다른 전형으로, 납세자의 날을 맞아 국세청이 보인 이번 사례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윤형하 기자 windy@taxtimes.co.kr
- Copyrights ⓒ 디지털세정신문 & taxtime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발행처: (주)한국세정신문사 ㅣ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17안길 11 (서교동, 디.에스 빌딩 3층) 제호:한국세정신문 │ 등록번호: 서울,아00096 등록(발행)일:2005년 10월 28일 │ 발행인: 박화수 │ 편집인: 오상민 한국세정신문 전화: 02-338-3344 │ 팩스: 02-338-3343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화수 Copyright ⓒ 한국세정신문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