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은 텅 비어가고 동네 골목장사 경기는 이미 죽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은 오르고 세금도 덩달아 많이 내야 하니 이게 무슨 일인지 도통 알 수가 없네요."
말인즉은 당장 소득은 늘어나지 않는데 내야 할 세금을 비롯해 부담해야 할 각종 비용부담은 늘어나고 있다는 한숨섞인 푸념이다.
분망하기만 했던 공단들은 중국행 열차를 타고 빠져 나갔고 텅빈 공장들은 아파트 단지용 부지로 변모를 준비 중이거나 임대창고로 전용 사용되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각종 개발정책 발표로 인해 부동산 가격은 자연스레 쉼없이 오르고 있는 반면 생산적 소득 창출원인 공장은 중국 등지로 빠져 나가고 영세 서민들의 작은 수입원인 동네 장사들은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하더니 이젠 동네 길거리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우리 동네 가게들은 6개월도 못가 간판 바꾸는게 허다합니다. 동네 골목이 이렇게 썰렁해지는 것을 보면 이젠 동네 장사도 한물 갔다는 얘기지요?"
영세사업자인 H某씨는 몇년전만 해도 종합소득세 신고안내장이 오게 되면 주변 사업자들과 소득세 신고에 대해 서로 의논을 하기도 했고 때론 세무사사무소를 찾아가 상담을 했지만 근래부터는 고민할 여지도 없고 소득을 좀 줄일려고 서로 자료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동네 장사 풍습(?)도 사라졌다고 했다.
장사는 개점 휴업상황인데다 얼마되지 않는 부동산 가격은 올라 오히려 내야 할 세금이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라고 한다.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했다. 이는 많은 것을 시사해 주는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 역사에서 왕이 세금을 더거두라고 백성 앞에 공표한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삼정문란이 있었을 때 왕은 정승들과 지방목민관을 향해 이를 준엄히 꾸짖었다. 민심은 천심이니 이를 헤아리라는 것이었다.
작금의 우리 조세정책은 편협한 점이 적지 않고 조세행정 또한 너무 요란한 구석도 많다.
물론 국회의 의결을 거쳐 입법화 된 것이고 공평과세를 구현하기 위한 정당한 징세권의 행사이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것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세금을 더 부담해야 할 국민들은 심사가 불편하고,세금의 혜택을 잔뜩 기대하고 있는 또다른 국민들은 그 지원폭에 실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근래의 조세정책이나 징세행정의 양상은 있는 자에게는 의무부담치를 반복선전해 압박감을 주고,없는 자에겐 수혜의 기대치를 한껏 부풀려 놓은 야단법석 스타일이다. 지난 '79년 부마항쟁의 발단의 한요인이 부가세였다면 이번 여당의 5·31 지방선거 참패의 한요인으로 부동산세제를 꼽을 수 있다.
이번 5·31 지방선거를 통해 여당과 정부 조세정책 및 징세행정 당국은 조용한 가운데 내실있는 정책을 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무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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