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1인 법인'은 탈세 통로?…"실질과세" vs "특수성 고려해야"

2026.03.03 08:15:30

일부 연예인, 고율 소득세 회피수단 악용

미국 규정 참고해 법인세법 정비해야

부동산임대업법인처럼 수치적 기준 마련

 

 

 

최근 연예인 1인 기획사의 ‘탈세 논란’을 두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진화에 따른 정당한 법인 경영이라는 입장과 실질과세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민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의실에서 ‘끊이지 않는 연예인 1인 기획사 탈세 논란, 그 대안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현장에선 과세당국의 엄격한 잣대와 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딪혔다.

 

◆왜 1인 법인인가? 핵심은 세율 격차와 경비 처리

 

​연예인들이 1인 법인을 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세금이다. 현행 소득세법상 10억원 초과 구간의 세율은 45%에 달한다. 반면 올해부터 적용될 법인세율을 보면 과세표준 2억원 이하 구간은 10%, 2억원~200억원 이하도 20%, 200억원~3천억원 22%, 3천억원 초과시 25% 수준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으로도 세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구조다.

 

여기에 법인은 개인사업자에 비해 경비 처리가 훨씬 수월하다. 매니저·스태프 인건비는 물론 차량 유지비, 헤어·메이크업 비용, 의상비, 식대 등 각종 부대비용을 손금 인정받아 과세대상 소득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자율성과 브랜드 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대형 기획사의 간섭에서 벗어나 커리어와 IP(지적재산)를 직접 관리하며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국세청 "실질 과세의 원칙에 의한 공평과세"

 

과세당국은 이날 실질 과세의 원칙에 의한 공평과세 원칙을 재확인했다.

 

오미순 국세청 조사2과장은 간담회에서 “연예인 1인 기획사라고 해서 특별히 엄정한 별도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다”라며 “연예인 뿐만 아니라 국세청은 형식과 관계없이 실질에 근거해 공평하게 과세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 과장은 1인 기획사의 구조적 특성을 지적하며 과세 기준을 명확히 밝혔다. 그는 “연예인의 활동은 다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연예인 본인만이 할 수 있는 일신전속적 활동”이라며 “따라서 연예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출연료 등은 원칙적으로 연예인에게 귀속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다만 “1인 기획사가 연예인 관리를 수행했다면 그 역할과 기능에 맞는 소득 배분은 인정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일부 연예인들이 이를 악용해 고율의 소득세를 회피한다는 점이다. 오 과장은 “여러 가지 조사 사례들을 보면, 대부분의 소득을 1인 기획사에 귀속시키고 연예인은 몇백만원 수준의 소액 보수만 책정해 세금 신고하는 경우”라고 지적했다.

 

이는 개인소득세 최고세율 45%보다 현저히 낮은 20%의 법인세율을 적용받으려는 ‘합법을 가장한 조세 회피’라는 것이 국세청의 시각이다.

 

국세청은 따라서 추후 입법적 제도가 보완되고, 일부 연예인의 조세불복에 관련된 판례가 정교화되기 전까지는 실질 과세 원칙에 근거해 세법상 조세 법률주의와 조세 공평주의를 실현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세청 안에서도 이런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보고 있고, 간극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전달받아 생산적 대안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여지를 열어뒀다.

 

 

◆"부동산 법인은 놔두고 왜 연예인만?"…1인 기획사 세무조사 형평성 논란

 

업계는 현재 ‘1인 기획사’라는 개념이 혼재되면서 성실납세자들까지 잠재적 탈세 집단으로 매도당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발제에 나선 이남경 한국매니지먼트연합 사무국장은 “아티스트가 수익의 효율적 관리와 전문적인 시스템 구축을 위해 설립한 개인 법인을 미등록 불법 기획사와 동일시하거나, 페이퍼컴퍼니로 치부하는 데서 모든 갈등이 시작된다”며 엔터산업에 특화된 표준과세 가이드라인을 촉구했다.

 

강승윤 세무법인 센트릭 대표세무사 또한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1인주주 약 30만개  법인 중에는 수백억원대 자산의 부동산법인, 매출 100억원 이상의 음식점 법인도 있다. 개인으로 운영하다가 법인으로 전환하기도 하고 사실상 개인이나 법인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유독 1인 기획사에 대해서만 ‘실제 법인 역할이 없다’며 기획조사를 하는 것이 공정하냐”는 것이다.

 

강 대표는 “현행 세무조사 방식이 연예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다”고도 지적했다. 조사관들이 사업장과 사무실이 어디 있는지부터 따지는 관행이 대표적이다.

 

그는 “연예인의 경우 주된 업무 공간이 사무실이 아닌 촬영 현장, 대본 연습을 하는 자택, 이동 중인 차량 내부인 경우가 많다”며 “사업장의 개념 역시 연예산업의 직무 특성에 맞게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인유사법인의 조세회피 대응, 법인세 추가 과세 형태 타당

 

이전오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이날 간담회 주제발표에서 미국의 론아웃 코퍼레이션(Loan-out Corporation) 제도의 근거 조문인 미국의 연방세법상 개인서비스법인 규정을 참고해 법인세법 규정을 정비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은 연예인 등 고소득자가 개인 인적서비스법인(PSC)를 설립해 이 회사가 직원 겸 소유주인 연예인의 서비스를 외부 제작자에 빌려주는 방식의 론아웃 코퍼레이션을 합법적으로 인정하며, 여러 제한과 규율을 통해 조세회피 목적 법인을 억제하고 있다.

 

특히 개인유사법인의 조세회피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배당간주제도보다는 법체계·과세체계 정합성 측면에서 법인세 추가 과세 형태가 더 타당하다고 진단했다. 배당간주제도는 아직 주주한테 배당이 안 된 상태에서 세금을 미리 매기는 것은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국세청이 문화체육관광부의 미등록 기획사에 대한 전수조사를 토대로 조세회피 내지 탈세 여지 있는 1인 기획사에 대해 법적 실체가 없는 법인에 대해 정밀 세무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아울러 1인 기획사에 대해 법인으로서의 실체가 인정되는 경우라도 손금(경비)의 허위 여부 및 적정성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강승윤 세무법인 센트릭 대표세무사는 “2025년 시행된 부동산 임대업 법인에 대한 과세기준처럼, 1인 기획사에 대해서도 실질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명확한 수치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현행 법인세법 제55조 제1항에 따르면, 2025년부터는 부동산 임대업법인이 주업이거나 매출액의 50% 이상이 임대수입인 경우, 임직원 5명 미만 및 최대 주주 지분 50% 이상 등의 요건을 갖춘 법인에 대해 과세표준 2억원 이하 구간의 저율과세 혜택을 제외한다.

 

◆세무조사 보도땐 '탈세자 낙인' 치명적…"법 개정까지 조사 보류해야"

 

​이날 토론에서는 연예인에 대한 세무조사 사실이 언론에 노출돼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오 과장은 이에 대해 “국세청은 국세기본법에 근거해 엄격히 비밀 유지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며 “세무조사가 국세청만 아는 것이 아닌, 이해관계자가 많은 특성상 외부로 정보가 흘러갈 수는 있으나, 국세청이 언론 플레이를 한다는 것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강승윤 세무법인 센트릭 대표세무사는 “명확한 법 개정안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1인 기획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자제하거나 보류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예인이라는 신분적 특수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 때문이다. 연예인은 조사 사실이 언론에 노출되는 순간 탈세자라는 낙인이 찍힌다.

 

강 대표세무사는 “과세 논란 단계임에도 탈세 논란으로 보도되는 순간 연예인은 광고 위약금 등 막대한 손해배상 책임에 직면하게 된다”며 “나중에 불복 절차나 소송을 통해 승소하더라도 이미 이미지와 경제적 손실은 회복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김유리 기자 kyr@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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