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갑근세 세입예산 증가의 시사점

2005.11.21 00:00:00

김재진(金栽鎭)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언론에 내년 세입예산에 의하면 갑근세가 크게 인상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봉급생활자들은 우울해지고 걱정이 앞선다. 최초에는 某 언론에서 소득세의 하나인 갑근세가 내년도 세입예산에서 금년도보다 26% 증가한 12조321억원으로 보도한데서 촉발이 됐고, 그후 열린우리당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증가율은 12.4%라고 정정을 해 오해는 풀렸지만, 그래도 근로소득자들의 걱정과 불만은 가시지 않은 듯하다.

정부의 예산은 원칙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매년말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하는 익년도 예산안은 현재의 세율구조와 경제여건을 감안해 내년도에 징수될 것으로 예상되는 세수를 단지 추정한 것에 불과하며, 속성상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조물주처럼 전지전능해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 정확하게 세수수입을 예측해 예산을 편성하면 좋겠지만, 이는 불가능하고 운이 좋아 정확하게 추정을 했다고 하더라고 이는 장님이 문꼬리 잡은 경우라고 할 수가 있다. 그래도 모자라는 것보다는 남는 것이 좋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정부는 예산편성을 할때 추정을 낙관적으로 했다가 세수결손이 발생하기보다는 보수적으로 추정해 세수 잉여가 발생하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 이러한 보수적인 예산편성에도 불구하고 2004년도에는 약 4조3천억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했고, 2005년에는 다시 약 4조6천억원 정도의 세수가 예상보다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감안할 때 예산을 편성하는 정부당국자의 입장과 고민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2006년도 갑근세가 2005년에 비해 약 12.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최근 연봉제 및 성과배분제를 채택하는 기업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정부 산하기관 등 공공분야까지 확산되고 있다. 연봉제 도입비율이 2001년에는 27.1%이었으나, 2004년 6월에는 41.9%까지 증가했으며, 성과배분제 도입비율은 2001년 21.8% 수준이었으나 2004년 6월에는 28.3%로 증가했다. 이러한 연봉제 및 성과배분제의 확산은 자연히 고액연봉자 수의 증가를 가져오고 현행의 소득세 과세구간체계에서 최고 소득세율 구간에 속하는 근로소득자의 비율이 증가하게 돼 갑근세수의 증가를 가져온다. 최고세율 35%가 적용되는 과표 8천만원초과의 근로소득자의 비율이 2002년도에는 2만8천명이었으나 2004년에는 4만1천명으로 증가한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둘째, 2006년도 임금상승률이 2005년의 6,3%보다 높은 7.2% 수준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임금상승률의 증가는 자연히 과세자비율의 상승, 세부담의 증가를 수반한다. 셋째, 임금근로자 수의 상승이 갑근세 증가의 또다른 이유이다. 임금근로자 수는 2004년 7월 1천506만3천명이었으나, 2005년 7월에는 1천537만2천명으로 약 30만명이 증가해 갑근세 증가의 또다른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2006년도 세입예산에서 갑근세가 증가한 중요 원인으로 위에서 제시한 3가지 중에서 2번째와 3번째 이유는 정부가 직접 통제할 수 없으며, 조세밖의 영역인 반면, 첫번째 원인은 현행 과표구간, 세율체계 등 조세제도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에 차제에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의 1천만원이하, 1천만원∼4천만원, 4천만원∼8천만원, 8천만원초과로 돼있는 현행의 4단계 과표구간은 '96년이후 10년간 그대로 유지돼오고 있다.

그동안 물가와 임금은 꾸준하게 상승해 왔는데, 기존의 과표구간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원점에서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이다. 만일 '96년에 설정된 과표구간이 당시에는 바람직하다고 판단돼 설정됐다면 지금의 과표구간은 당연히 조정돼야 한다. 4단계의 구간이 바람직한지, 구간별 기준금액이 바람직한지 다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년동안 물가와 임금 상승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전반에 걸쳐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수많은 근로자가 직장을 잃고 어려운 세월을 보낸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연봉제와 성과배분제의 확산으로 고액연봉자가 증가하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 이러한 일련의 사회환경의 변화에 따라 조세제도와 세무행정도 필연적으로 변화·적응해야 한다.

소득세 과표구간은 물가상승률에 따라 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이는 바람직한 조세제도가 갖춰야 할 요소 중의 하나인 '유연성(Flexibility)의 원칙'에 의해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기존의 소득세 과표구간, 구간별 기준금액 등 지난 10년간 유지해온 소득세 체계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시기가 왔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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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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