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감세 논쟁의 관전

2005.12.01 00:00:00

-게임이론의 관점에서


 

금년도 노벨 경제학상의 키워드는 '갈등과 협력'이다. 오랫동안 많은 사회과학자들이 갈등과 협력의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1940년대부터 발전한 게임이론이 그 논의를 주도했다. 그러는 가운에 '94년에는 세명의 게임이론가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으며 금년에 다시 두명이 수상을 하게 됐다.

이번 공동수상자 중 한명인 토머스 셸링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사회적 관계가 공통의 이해관계와 갈등적 이해관계를 모두 갖고 있는 비협력적 게임의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그리고 비협력적 게임에서 갈등을 풀어내는 전략을 연구했다. 다른 학자들이 제로섬 게임에 해(균형)가 존재하느냐, 존재한다면 어떤 해가 사회적으로 가장 바람직한가에 대한 대답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을 때 그는 참여자의 입장에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결과를 도출하는 협상전략을 찾는데 주력했다.

그가 제시한 게임전략 가운데 상황을 조금씩 변화시켜서 궁극적으로 상대방을 아슬아슬한 극단적 상태까지 밀고 나가는 전략(brinkmanship strategy)이 있다. 예를 들면 분쟁관계에 있는 두 국가를 생각해 보자. 한 국가가 조금씩 무기를 확보해 나가면 그때마다 상대국은 크게 분노하겠지만, 각 단계에서의 변화 정도가 크지 않으므로 그 분노가 무력 동원 등 행동에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다 그것이 쌓여서 무기를 축적한 국가가 정말로 손쉽게 무력을 동원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그 국가의 무력적 위협은 실질적인 힘을 갖게 되고 상대국은 전쟁을 피하기 위해 무력 동원의 꿈을 버리고 평화공존을 모색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조금씩 상황을 변화시켜 상대방이 양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를 만들어 내는 전략이다.

이 전략이 작금의 감세논쟁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을까?

정부·여당은 '사회보장'이라는 공공재 공급을 확대하기 원한다. 그것을 위해 집권이후 지속적으로 사회보장 지출 확대를 주장하고 실행해 왔으며, 지금도 계속 연구하고 연차적 복지지출 확대계획을 발표하기도 한다. 한편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원확대 계획, 즉 세금인상계획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이 게임에서 '상대편'인 납세자는 '재원'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은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지라 정부·여당의 복지확대 정책에 대해 명확한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못하고 넘어간다. 그러나 다음 정권이나 그 다음 정권쯤 되면, 그때 누가 집권하든지간에 복지 지출은 크게 확대돼 있을 것이며, 어쩌면 재정적자가 많이 불어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이를 감당하기 위한 세율인상에 납세자들이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한편 야당의 전략은 다른 극단을 보여준다. 복지지출 확대로 인한 공공부문의 팽창을 막는 것을 넘어서 현재보다도 훨씬 작은 정부로 만드는 것이 야당의 목표인 것 같다. 그것을 위해서 납세자들조차도 '그만큼씩이나?'하고 의심스러운 눈길로 쳐다볼 정도의 막대한 감세정책을 내놓고 올인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토머스 셸링의 전략은 한번에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보다는 작은 단계를 여러번 거치는 것이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는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정치적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작은 정부를 만들기를 원한다면 처음부터 막대한 규모의 감세안을 내놓고 한번에 모든 배팅을 하기보다는 축소해야 할 공공부문을 찾아내 단계적으로 지출을 줄여나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선거에서 많은 지지를 받는 것이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라면 다시 한번 토머스 셸링의 전략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는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지키지 않으면 매우 난처하게 될 공약을 내세우는 것이 유리하다고 충고한다. 쉽게 뒤집을 수 있는 약속에 비해 뒤집을 수 없거나 뒤집을 경우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약속을 통해서 상대방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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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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