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중장기 재정운용의 위협요인

2005.12.08 00:00:00

-시장과 정부의 불분명한 경계


 

우리나라 중앙정부 통합재정수지는 정부의 경제성장 선도정책 등으로 인해 70년대부터 80년대 초반까지는 지속적인 적자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83년부터 물가상승을 억제하고 경상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긴축정책을 실시해 '87년에는 통합재정수지 작성이래 최초로 흑자를 기록했다. 이후 10여년간 균형기조를 보이던 통합재정수지는 '97년 외환위기 직후 경제 정상화를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로 인해 잠시 적자로 반전됐으나 곧 경제상황이 호전됨에 따라 다시 균형기조를 회복했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통합재정수지는 만성적 적자구조를 보이고 있는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건전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중장기 재정운영상의 가장 큰 위험요인은 정부영역과 시장영역 사이의 불분명한 경계선이라 할 수 있다. 외환위기 직후 정부는 과감한 개혁을 통해 정부의 역할과 시장의 역할을 재확립했다. 먼저 대외개방에 있어서는 FDI 개방업종 확대, 외국인 M&A 및 토지취득 전면 자유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또한 시장규율 확립의 차원에서는 먼저 기업부문에서 결합재무제표 조기 도입, 외부감사인 및 회계관리인에 대한 벌칙 강화, 소수주주권 행사요건 완화, 사실상 이사제도 및 누적투표제 도입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금융부문에서는 여신건전성 분류기준 및 충당금 설정기준 강화, 금융기관 경영공시제도 확충, 적기시정제도 도입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아직 정부와 시장의 역할이 분명히 구분되지 않은 부분이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으로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해 정부가 시장기능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 기본역할의 수행이 미흡한 경우가 있다. 즉 시장경쟁을 창달하고 거시경제를 안정화시키는 정부의 역할이 미확립돼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로는 첫째, 재정융자 및 신용보증을 들 수 있다. 융자 및 보증은 과거 민간금융시장이 발달하지 못했던 때에는 보완적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현재에는 민간금융시장의 자율적 발전을 저해하고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

둘째 사례로는 2002년이후 원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을 들 수 있다. 외환위기의 교훈은 직접적 개입을 통해 환율의 추세적 변화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최근 몇년간 대규모 시장개입을 추구했다. 그 결과 막대한 이차손실 및 평가손을 초래했으며, 수입물가 하락을 지연시켜 내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 직접적 혜택은 수출기업에 집중됐던 반면, 비용은 전 국민이 부담하게 됐다.

셋째 사례로는 외환위기이후도입된 적기시정조치를 들 수 있다. 적기시정조치는 그 이전의 경영개선조치에 비해서는 개선된 것이나 추가적인 개선의 여지가 있다. 감독당국에 지나치게 많은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외환위기의 확대가 근본적으로 금융감독상의 문제에 기인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으며, 이로 인해 엄청남 재정부담이 초래됐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시장과 정부의 경계를 분명하게 하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작년부터 수립하기 시작한 국가재정 운용계획의 역할이 매우 클 것으로 본다. 필요에 따라 단년도 예산상으로는 재정적자를 발생시키더라도 3∼5년 정도의 중기적으로 재정균형을 달성한다면 재정건전성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가재정운용계획이 잘못 이용되면, 당해연도의 재정적자를 용인받기 위해 중기적으로 재정균형이 달성된다는 장밋빛 전망으로만 그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낙관적 경제전망에 기초해 세입여건도 낙관적으로 볼 경우 중기적 지출한도를 부여받은 정부부처는 경제가 나빠지더라도 당초의 지출액을 고수하려고 할 것이므로 재정수지 목표 달성이 용이하지 않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계획수립 단계에서부터 보다 신중하고 보수적인 경제전망을 하고 정부의 역할을 분명히 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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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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