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근로소득세 세수는 왜 매년 크게 증가하나?

2005.12.12 00:00:00

성명재(成明宰)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매년 국정감사가 끝나고 익년도 예산편성을 위한 국회심의가 시작될 쯤이면 빠지지 않고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것 중 하나가 근로소득세 문제이다. '봉급생활자가 봉' 또는 '봉급생활자 지갑은 유리지갑' 등의 주제어가 신문 1면을 장식하는 것도 연중행사가 돼버린 지 이미 오래다. 더이상 새롭거나 충격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런 배경에는 근로소득세의 세수증가율이 최상위권에서 벗어난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할때 근로소득세의 면세점은 최소한 1천420만원이다. 근로소득세 세수는 2004년 현재 약 8조9천억원, 납세의무자는 약 1천271만명이다. 이중 절반이 조금 넘는 644만명은 면세자이고 나머지 627만명은 과세자이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서민은 이미 근로소득세 면세자임을 시사한다. 대중세인 근로소득세의 관점에서 볼때, 면세자 비율이 50%에 이른다는 것은 소득세 과세의 의미와 기능, 즉 개세주의와 소득재분배의 원칙이 상당부분 약화돼 있음을 의미한다.

면세자 비율이 기형적으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심의철이 가까워지면 '서민 세부담 완화'를 표방하면서 근로소득세 경감얘기가 끊임없이 거론되곤 한다. 이에 따라 근로소득공제를 비롯해 면세점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소득공제가 빈번하게 확대됐다. 명분과 달리 서민부담 경감효과는 처음부터 기대할 수 없는 데도 말이다. 소득공제의 확대는 근로소득세 면세점을 높이고 이는 다시 면세자 비율을 높이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소득공제의 확대가 빈번해지면서 공제 확대에 따른 세수결손을 완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소득세율구간이 '96년이래 현재까지 아무런 변화없이 유지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소득공제 수준과 세율구간 수준을 물가에 연동해 매년 조정하고 있다. 물가조정을 하지 않으면 실질소득이 동일하더라도 세부담의 실질가치가 증가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해 납세자의 실질소득을 보호해 주기 위해서이다. 만약 공제수준과 세율구간을 물가에 연동시켜 조정하지 않으면 소득세 부담이 가속적으로 증가해 실효소득세 부담률이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다 준다. 실효세 부담률 상승효과 중 일부는 실질소득의 증가에 기인한다. 나머지는 물가상승에 의한 물가세(inflation tax)로서 소득의 일부를 정부로 추가이전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득공제의 한도가 최소한 물가상승률 또는 그 이상으로 확대돼 왔다. 그러므로 소득공제측면에서는 소득의 추가적인 이전을 통한 실질세부담의 증가를 방지해 왔다. 그러나 지난 10년 가까운 기간동안 소득세 세율구간은 조정되지 않아 부분적으로 물가세의 기능을 했다. 이것이 근로소득세의 세수증가율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속적인 소득공제의 확대는 물가세 효과를 완화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지니지만, 오랜 시간이 경과해도 과세자 비율이 크게 높아지지 못하는 부정적인 효과도 함께 지닌다. 목적은 다소 달랐으나 수차례에 걸쳐 소득세율이 인하됐는데 결과적으로 이것은 물가세 효과를 완화하고 세수증가율을 다소 낮추는 데 일조를 한 것으로 보인다.

소득공제가 확대된 시점을 전후해 불연속적인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근로소득세의 면세비율이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면세비율의 감소는 곧 면세자에서 과세자로 전환되는 납세자가 반대의 경우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역시 근로소득세의 세수증가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실질소득이 계속 상승하면서 점차 높은 한계세율을 적용받는 근로소득자들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한계세율이 높아지면 소득증가분에 대한 세부담 증가율이 한계세율의 차이만큼 더 많이 증가한다. 따라서 근로소득세 세수는 가속적으로 증가한다. 그러므로 실질소득의 증가현상은 고정세율구간과 함께 세수증가율이 크게 높아지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그밖에 경기가 호전될 경우 취업자 수가 증가하면 근로소득세 세수는 가속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언론에서는 근로소득세의 세수증가율이 매우 높은 것을 두고, 마치 세정당국이 의도적으로 근로소득자들을 쥐어짜기 때문이라는 듯한 의미에서 기사를 작성·보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미 과표양성화 비율이 100%에 가까운 근로소득자들을 대상으로 세금을 쥐어짠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현실에서는 실질소득의 증가와 근로소득세 누진세율체계, 공제와 세율구간의 물가조정 여부 등이 함께 어우러져 거의 매년 근로소득세의 세수증가율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국민개세주의 원칙에 충실하고 근로소득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현 시점에서 과도한 면세점을 낮추는 대신, 근로의욕을 왜곡하는 현상을 완화해 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세율구간을 적절히 조정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양자간에는 상충적인 효과가 있으므로 급격히 추진하기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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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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