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납세지원수단으로서의 세법

2005.12.26 00:00:00

장익철 세무사


 

세법의 빈번한 개정은 법의 안정성을 해치고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하며 막대한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유발시킨다.

팽창하는 재정수요와 변화하는 경제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탄력적 세제의 가치를 모르는바 아니지만, 조변석개의 악습이 반복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볼 때엔 불안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정략적인 정치논리에 따라 한해에도 몇번씩 바뀌는 우리의 세법은 이제 더 이상 조세론적 기능을 기대할 공간이 없고, 당근과 채찍으로 가득 찬 매뉴얼로 전락해 가고 있다.

행정편의적 징세수단 내지 재제수단으로 변질된 오늘의 세법을 납세자 위주의 민주적 세제로 복원시키는 일은 이제 절실하고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고, 뜻있는 세무인들의 자성적 분발을 촉구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당국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실거래가액에 의한 신고대상이 급증했는데도 실거래가액 신고에 필요한 규정들은 깊이 묻혀 있어 숨은 그림 찾기보다도 찾아보기가 더 어렵고, 곳곳에 설치된 함정규정과 서로 연결되지 않는 준용규정들은 과세당국에 대한 불신과 납세자의 불만을 촉발시키기에 충분하다.

신고납세주의 세제하에서 신고에 관한 조세법규는 자율적인 납세의무 이행의 지원수단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납세자가 신고단계에서 알아야 하는 세법규정들은 검색에 불편함이 없도록 배치돼 있어야 하고 간결하게 손질해 적용상의 혼란이 없도록 정비돼야만 한다.

이미 많은 지적이 있었는데도 팔짱을 끼고 있는 세제당국과 재야 세무인들의 무디어진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정비돼야 할 점은 몇가지 지적해 본다.

첫째, 신고시에 납세자가 알아야 하는 세법조항들은 찾아보기 쉽게 배치돼야 한다.

실거래가액에 의한 신고가 강제되는 법 제96조제1항 각 호 자산의 취득가액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환산가액을 계산하기 위해 많은 납세자가 찾게 되는 시행령 제163조제12항의 규정은 입법기술적인 면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 규정은 법 제97조제1항의 위임규정이므로 조항의 배열순서가 시행령 제163조제2항으로 들어가서 제1항의 규정과 비교 선택이 가능하도록 배치돼야만 한다. 그런데도 세법은 이 규정을 숨겨놓기라도 하려는 듯이 맨 끝자리에 배열하므로써 납세자의 검색을 어렵게 해놓았고, 또한 위임규정과 준용규정 등을 여러개의 조문으로 표시함으로써 조문을 모두 암기하고 있는 사람이라 해도 그속에서 취득가액의 환산방법을 찾아내기가 어렵게 꾸며 놓았다.

둘째, 상위법규에 저촉되는 하위규정들은 시급히 정비돼야 한다.

중과세 대상인 3주택이상의 주택 수를 계산하는 시행령 제167조의3제2항제1호의 규정을 보면 다가구 주택은 납세자의 선택에 따라 가구별로 주택 수를 계산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도, 소형주택의 범위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시행규칙 제82조제2항에서는 다가구 주택은 그 전체를 하나의 주택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어, 가구별로 계산해 기준미달가구를 주택수 계산에서 제외시킬 수 있는 납세자의 선택권을 박탈하고 있다.

셋째, 법조문의 반어적 표현과 괄호규정은 납세자를 함정에 빠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배제돼야 한다.

3주택이상 소유자의 주택수 계산에서 제외되는 임대주택·소규모 저가주택 등의 판정기준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시행령 제167조3의 규정은 반어적 표현과 괄호규정의 혼용으로 인해 법문의 정확한 해석이 어렵고 규정형식 또한 치졸해 혼란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넷째, 세법의 해석은 용어의 통상적 의미에 따라야 한다.

예를 들면, '89년12월31일이전에 취득한 자산에 대한 취득 당시의 기준시가를 환산하는 산식 중 분모에 들어가는 '직전시가표준액'은 연도 중에 등급이 수시로 조정고시되고 있는 현실로 보나 법문의 문리적 의미로 볼 때에 글자 그대로 직전시가표준액을 말하는 것이 명백한데도, 과세당국이 이를 '직전년도의 시가표준액'으로 해석해 세액의 계산차액과 가산세 등을 추징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조세환경의 변화에 따라 세법은 개정할 수가 있고 또 개정돼야 한다.

그러나 세율 몇퍼센트를 조정하는데도 정권의 진퇴를 내걸고 국민을 설득하는 선진국의 신중한 입법자세에 비춰볼 때에, 연중행사로 치뤄지는 우리의 대폭 개정관행은 이제 시정돼야만 한다.

손때에 절은 묵직한 육법전서처럼, 믿음직한 한권의 세법전을 벗삼아 일할 수 있는 날을 그리면서 암울한 현실의 창을 가려본다.


세정신문 기자
- Copyrights ⓒ 디지털세정신문 & taxtime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발행처: (주)한국세정신문사 ㅣ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17안길 11 (서교동, 디.에스 빌딩 3층) 제호:한국세정신문 │ 등록번호: 서울,아00096 등록(발행)일:2005년 10월 28일 │ 발행인: 박화수 │ 편집인: 오상민 한국세정신문 전화: 02-338-3344 │ 팩스: 02-338-3343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화수 Copyright ⓒ 한국세정신문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