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재분배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세목은 소득세와 재산세이다. 그런데 재산세는 상대적으로 세수비중이 작기 때문에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은 사실상 소득세가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득세는 세수측면에서 봉급생활자를 대상으로 하는 근로소득세, 사업소득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소득세, 이자·배당소득세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밖에 양도소득세, 퇴직소득세, 산림소득세 등도 있지만 세수규모가 작아 소득재분배 효과를 논할 만하지 않다.
이자·배당소득세의 경우에는 금융소득을 합산한 소득금액이 4천만원을 초과해 종합소득으로 합산과세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14%의 단일세율로 비례과세되고 있다. 비과세·세금우대저축 등 소액 한도내에서 세제상 우대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이자·배당소득은 단일세율로 분리과세된다. 제도적으로 비례세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소득재분배 효과가 별로 없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저축 잔고는 소득계층별로 누적적으로 증가하는 분포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단일세율로 비례과세되더라도 이자·배당소득의 분포 자체가 여타 소득보다 고소득층에 더욱 편중돼 있다. 그러므로 결과적으로 이자·배당소득세 분포는 매우 누진적이며 소득재분배 효과도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근로소득세와 사업소득세의 경우에는 일정한 범위내에서 소득공제를 허용하고 세율체계도 누진구조를 갖춰 제도 자체가 누진적이다. 근로소득세와 사업소득세를 비교해 보면, 전자가 후자보다 소득공제의 폭이 훨씬 크다. 사업소득세의 경우에는 인적공제와 60만원 정액의 표준공제가 적용된다. 근로소득세는 그 밖에 근로소득공제, 소수자추가공제, 특별공제, 근로소득세액공제, 신용카드 사용금액 공제 등이 추가 적용된다.
그러므로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소득수준이 같더라도 근로소득세 부담이 사업소득세보다 작다. 그런데 근로소득은 과세당국에 의해 거의 대부분 포착되는 반면, 사업소득은 사업소득자들의 과소보고와 과세정보의 부족으로 인해 일부만이 포착된다. 사업소득의 탈루는 소득세 과세의 불공평을 초래하므로 이를 시정하고자 근로소득에 더 많은 소득공제를 허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득종류에 따라 과세체계와 소득포착률이 서로 상이하지만 실질적인 과세자 비율은 근로소득세와 사업소득세 모두 5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상당히 낮다. 이는 우리나라의 소득세 과세의 저변이 좁음을 시사한다. 조세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선진국과 비교해 볼때 우리나라 소득세는 면세자 비율이 과도하게 높고 세부담의 누진도가 매우 급격하지만, 세수비중이 낮아 소득재분배 효과는 상당히 저조한 편이라고 한다. 근로소득세와 사업소득세의 세수비중을 높이면 소득재분배 효과가 제고된다. 반면에 세부담의 누진도는 다소 낮아진다. 현재 소득세 면세비율이 50%에 이른다는 점에서 볼때 누진도를 다소 희생하더라도 면세비율을 낮춰 세수규모를 증대시키면 소득재분배 효과가 커진다.
과세자 비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소득종류별로 차이를 보인다. 근로소득세의 경우에는 면세점 자체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소득공제 비율과 수준을 축소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사업소득세의 경우에는 소득탈루가 문제의 핵심인 만큼 소득포착률 제고를 통한 면세 축소가 바람직하다.
최근 정부에서는 소득세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선진국보다 미약하다는 점에 주목해 당분간 소득공제 수준을 현 수준에서 동결함으로써 소득재분배 효과를 제고하는 정책방향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럼으로써 물가상승 및 경제성장을 통한 자연스럽게 면세자 비율이 낮아지도록 하는 효과를 도모한다고 볼 수 있다. 이론적인 측면에서는 현재의 면세비율이 너무 높으므로 소득공제를 축소하는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방안은 조세저항을 야기하고 급격한 세부담 증가를 통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크며 정치적으로도 수용되기 어렵다. 그러므로 소득공제 수준을 동결하는 것은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방안은 주로 근로소득세의 세수증대를 통해 소득재분배 효과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사업소득자들에 대한 소득포착률 제고 노력이 지속적으로 강도 높게 시행되고 있다. 소득포착률 제고를 높여 면세비율이 축소되면 그만큼 사업소득세의 소득재분배 효과도 커질 것이다.
이러한 정책방향은 모두 소득세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제고할 뿐만 아니라 최근 크게 열악해진 세수환경을 개선하는 데에도 일조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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