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의 세무공무원은 성서에 부정적으로 기록된 '세리'와 그 기능과 역할이 다름에도 동일시하는 막연한 시각에도 원인이 있겠으나 아마도 그 실마리는 '불혹(不惑)'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음미해 보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불혹'이란 '논어'의 '위정'편에 나오는 말로써 공자가 자신의 일생을 회고하면서 40세에 이르러서야 직접 체험한 것으로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는 상태'를 뜻한다.
현재의 국세청이 '66년3월3일 개청했으므로 올해는 개청 40주년이 돼 사람의 나이로 치면 '불혹'을 맞이하는 셈이다. 따라서 이제는 어떠한 주위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을 가지고 본연의 역할에만 충실해야 할 때이다.
지금 국세청은 국민과 함께 하기 위한 '열린 세정'을 펼치기 위해 청장부터 일선 세무공무원까지 실용적인 혁신활동을 통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결과 세정의 모든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과거의 관행과 곁눈질에서 과감히 탈피해 진솔한 자기반성을 통해 특정계층이 아닌 국민 전체를 위한 당당한 국세청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이주성 국세청장의 의지와 함께 이를 이해하며 적극적으로 따라준 모든 국세공무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이제 불혹을 맞이한 시점에서 내·외부로부터 좀더 당당하고 그 나이에 걸맞게 국세청과 국세공무원이 지향해야 할 자세와 새로운 역할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먼저 모든 국세공무원 스스로 당당해져야 하며 자신의 마음가짐부터 혁신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세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집행하기 위한 선행조건은 무엇보다도 위법·부당한 부실과세를 근원적으로 없애는 것이라고 본다. 적법하고 공정한 과세야말로 국민에 대한 서비스의 출발점이자 최상의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국세청은 부실과세의 근원적인 축소를 제1의 세정혁신과제로 선정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나 이를 직접 수행하는 국세공무원 개개인의 의지가 없다면 어떠한 세정혁신도 사상누각에 불과해 공염불로 끝날 수밖에 없다.
다음 모든 개인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소득관리시스템을 하루 빨리 개발해 복지행정 분야에서 요구되는 새로운 역할을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제 국세행정은 전통적인 세입 징수기관의 기능과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복지사회를 위한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성공을 담보하는 핵심역할을 수행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즉 종전의 소극적인 징세행정에서 적극적인 복지행정으로 그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 도입되는 EITC(근로소득보전세제)제도는 개인의 정확한 소득파악이 선행돼야 하며, 이미 국세청은 '소득파악인프라추진단'을 발족해 저소득층의 소득파악시스템 개발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4대 공적보험' 보험료의 적정한 부과와 '국민기초생활보호대상자'의 공정한 선정을 위해서도 개인소득의 정확한 파악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개인의 소득을 기초로 추진하는 모든 사회복지정책은 결국 국세청에서 파악한 소득으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사회보장제도의 진정한 성공은 국세행정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마침 불혹을 맞이하는 올해 9월에는 조세행정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OECD 국세청장회의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새해에는 글로벌시대에 우리 국세청이 세계 초일류 세정을 지향하면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모든 국세공무원이 새로운 각오를 다져 힘차게 도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