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재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8월21일 정부는 2006년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세제개편안은 경기회복세 지속 및 성장잠재력 확충, 중소·벤처기업 지원, 서비스 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세제 지원, 중산·서민층 생활안정·보호, 공평과세 실현을 위한 세원투명성 제고, 조세의 중립성 제고, 조세체계의 합리화·선진화 등을 주된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여러 개편안 모두 나름대로 개편의 이유와 필요성, 목적이 있겠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고, 반대로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부분도 많다. 그 중에서 몇가지 안은 필자의 관심을 끄는 부분이 있어 본고를 빌어 몇마디 느꼈던 바를 전하고자 한다.
현행 부가가치세제 하에서는 원칙적으로 사업장 단위로 신고·납부를 하고 있다(부가가치세법 제4조 제1항). 각 사업장별로 사업자 등록을 별도로 하고 신고도 개별적으로 해야 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2인이상 사업장이 있는 사업자가 ERP시스템을 갖추고 과세관청의 승인을 얻은 경우에는 주사업장에서 총괄해 신고·납부가 가능하고(부가가치세법 제4조제2항),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를 갖춘 사업자는 총괄해 신고·납부를 할 수 있다.
부가가치세가 처음 도입됐던 70년대에는 납세 및 과세여건이 현재와 크게 달랐기 때문에 과세관청이 사업자별로 세원을 관리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았다. 즉 당시에는 전산화가 미흡했기 때문에 사업장별로 별도로 신고·납부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었다. 반면에 복수의 사업장마다 사업자등록번호를 별도로 교부하고 관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본·지점간 거래의 대부분은 가치증식이 없는 내부자간 거래로서 매출액과 매입액이 동일한 '사내부거래'지만 사업자등록번호가 다르기 때문에 매출·매입세금계산서와 관련된 제반 행정절차 이행의무를 부여함에 따라 징세비용이 증가되는 문제점도 있다.
최근에는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자신고가 확대되고 세원관리 및 납세 편의성이 크게 향상됐기 때문에 사업장 단위로 구분할 필요성이 작아졌다. 납세순응비용과 징세비용 등을 감안하면 사업자 단위로 과세하는 것이 보다 비용효율적인 상황으로 환경이 변했다. 국제적으로 보더라도 EU와 일본 등 부가가치세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대부분 사업자 단위로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하고 있다. 그러므로 금번 세제개편안에서 기존의 사업장 단위에서 사업자 단위로 과세단위를 변경하는 것은 부가가치세 세제·세정 면에서 진일보한 방안인 것으로 평가된다.
교통세는 '94년에 신설돼 10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되도록 했다. 과세시한은 2003년말 세법개정을 통해 2006년말까지로 한차례 연장된 바 있다. 금년도 세제개편안에서는 교통세의 적용시한을 2009년말까지로 3년간 추가연장하고, 세목의 명칭도 '교통·에너지·환경세'로 변경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교통세 재원을 교통시설뿐만 아니라 에너지, 환경 부문에도 함께 배분하기 위해서이다.
교통세는 휘발유와 경유를 과세대상으로 한다. 휘발유와 경유는 거의 대부분 자동차의 연료유로 사용되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는 특성상 소비시에 유해배기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에 대기환경오염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자동차 운용시 교통혼잡이 발생하기도 한다. 환경오염과 교통혼잡은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외부불경제로서 우리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끼친다. 교통세는 외부불경제를 축소하기 위한 대표적인 조세로서 환경세·혼잡세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석유류, 주류, 담배는 범세계적으로 가장 대표적이면서도 전통적인 개별소비세 항목으로 정부의 주요 세입원으로서 중요성이 크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 세목으로부터 징수되는 재원의 탄력적 운용이 상당히 중요하다. 2005년 현재 교통세는 목적세로서 교통시설특별회계와 일반회계에 각각 85.8%와 14.2%의 비율로 세수가 배분되고 있다. 이와 같이 교통세는 재원의 용처가 고정돼 재정의 탄력적 운용을 어렵게 하며, 재원의 용도도 원인자부담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등 몇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교통세가 혼잡세의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교통시설특별회계로 재원을 배분하는 것이 일정부분 합리적인 측면도 있지만 교통시설특별회계내에서 재원의 용도가 도로교통과 관련이 없는 부분에 투입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원인자부담원칙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자동차 연료유 중 LPG에 대해서는 교통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어 형평성 원칙에도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 금번 세제개편안에서는 교통세 재원을 에너지, 환경부문에 배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원인자부담원칙과 형평성 원칙에 어긋난다.
그러므로 금번 세제개편안에 제안된 교통세의 연장 및 명칭 개편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세제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해 확정된다면 3년 연장 시한이 만료되는 2009년말에는 교통세를 폐지하고 본세(특별소비세)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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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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